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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May 31. 2017

무한 긍정의 자기계발서에 지쳤다면 <스탠드펌>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을 자기계발서는 수많은 종류의 책 중에서도 지독히 호불호가 강한 책이다. 내 주변에는 자기계발서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계발서가 무조건 열심히 해라, 게으른 네가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듣다 보면 마치 자신이 삶의 실패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 종류의 책은 읽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그런 책도 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책도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기계발서는 파이팅 넘치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잠시 서 있고 싶은데 마구잡이로 등을 떠밀때도 있다. 지금 내가 힘들어하는 원인을 찾기보다 일단 극복하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는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마구 쏴준다. 만약 당신에게 자기계발서가 이런 류의 책으로 인식되어 있다면 <스탠드펌>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자기계발서가 될 것이다. <스탠드펌>은 안티-자기계발서가 되어 사람들이 삶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도록 격려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스토아 철학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기본으로 쓴 <스탠드펌>을 통해 넘쳐나는 자기계발서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자리에서 굳건히 서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말한다.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계별 프로젝트를 비웃듯 이 책에서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고 견디는 방법을 7단계로 설명한다. 

1. 멈추다 : 자기 중독 끊어내기
2. 바라보다 : 삶의 부정적인 면 인정하기
3. 거절하다 : "아니요"라고 말하기
4. 참다 : 감정 다스리기
5. 홀로 서다 : 코치와 헤어지기
6. 읽다 : 소설 읽기
7. 돌아보다 : 의미 있는 일을 반복하기


<스탠드펌>을 읽으면서 무척 통쾌했다. 보통 자기계발서나 자신을 찾아주는 심리학과 같은 책에서 흔히 나오는 말 중의 하나는 '모든 답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라는 것인데 이 책에서 저자는 대답한다.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 안에도 당신 안에도 숨어 있지 않다.  

서구에서 우울증이 유행하는 이유는 자기 느낌에 집착하고 자기를 찾기 위해 치료를 받으면서 내면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사실상 내면 깊숙한 곳에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 순간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탠드펌>은 자기계발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하라고 말한다. 무한 긍정도, 뭘 해야 할지 확신도 없는 노력 따위는 멈추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말하는 것에 귀 기울여도 들리는건 없다고 한다. 처음 책을 읽을때는 지금까지 읽었던 자기계발서와 다른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조금은 의아했지만 곧 <스탠드펌>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을수록 <스탠드펌>의 기본이 되는 스토아 철학에 대해 궁금해졌다. 


스토아 철학의 금언인 '메멘토 모리', 당신의 유한한 삶을 이해하고 삶을 위해 죽음을 생각하라에 대한 이야기는 고요하지만 열정적으로 격려하는 그 어떤 말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수많은 외침에 지쳐있는 사람들이라면 절대적으로 공감할 만한 긍정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기계발서 역시 한때의 유행에 따라 끝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티-자기계발서를 지향하는 <스탠드펌>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굳건히 서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법들을 알려준다. 하지만 마치 철학 책이나 짧은 에세이를 읽는 것과 같아서 도중에 슬쩍 던져주고 가는 그 방법들은 신경 써서 찾지 않으면 가끔씩 이번 장에 어떤 방법이 있었는지 다시 책을 들춰보게 한다. 

7가지 방법 중에서 나는 자기계발서보다 소설을 읽으라는 조언이 가장 인상 깊었다. 소설 속에 담긴 이 세상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해한다면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훌륭한 책이라고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저자의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 소설은 단순한 공상 또는 현실을 비판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은 내가 겪어본 삶이고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해서 끊임없이 사유하도록 도와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삶을 뜻대로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어떻게 우리 삶이 사회, 문화, 역사화 얽혀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런 점을 깨닫고 나면 겸허해진다.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탐색과 자기계발이 아니라 의무를 다하는 일로 우리를 이끈다. 

끝없는 긍정 에너지에 지쳤다면 이제 멈춰서서 내 삶에 가득한 부정적인 면을 찾아보라. 누구에게나 오는 죽음을 통해 현재의 소중함을 인식하라. 예스를 이야기한다고 인생은 변하지 않는다. 스트레스 속에서 예스를 외치기 보다 이제 노라고 말해보자. 잠시 멈추고 싶은데 자꾸만 할 수 있다고 등 떠미는 코치와는 헤어져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소설을 읽고 나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자기계발서와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다 보면 별게 없다고 느낀 적이 많을 것이다. 맞다. 자기계발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고 실패를 딛고 성공에 이르기까지 오직 그 사람만이 아는 방법은 없다. 세상이 만들어진 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스탠드펌> 역시 그러하다. 지금까지 당신이 알고 있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관점으로 나를 일으켜 세우고 있지만 그 역시도 이미 몇 권의 책을 읽어봤다면 다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찾아야 한다. 저자는 왜 더 이상 자기계발서에 휘둘리지 말라고 하는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스토아 철학은 과연 어떤 것인지를 말이다. 

만약에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에 지쳤다면 <스탠드펌>이 하는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굳건히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방법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스토아 철학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졌다. <스탠드펌>은 시작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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