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수학을 어려워한다. 두 자리 수 덧셈을 배울 때도 꽤 고전했는데 곱셈에 들어가니 더욱 고생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몇 씩 몇 묶음'을 '몇의 몇 배'로 바꾸는 개념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중이었다. 그래야 '몇 곱하기 몇'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 유나야 사탕이 한 묶음에 몇 개가 있지?
- 3개요.
- 그리고 몇 묶음이 있을까?
- 음...(한참 세고) 4묶음이요.
- 그래 그럼 3개씩 몇묶음이니?
- 3개씩 4묶음이요.
- 그렇지! 선생님이 묶음과 배는 같다고 했지?
- 네
- 그럼 3씩 4묶음은 3의 몇 배일까?
- ........ 3배?
이런 과정을 일주일 넘게 몇 번을 반복했다. 그래도 유나의 장점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투지에 가까운) 끈기이다. 수업 시간 안에 수학익힘책을 다 풀지 못하면 쉬는 시간을 다 써서 풀어오는 모습에 몇 번이고 감탄했다.
최근에는 수학책 진도를 미루고 여러가지 곱셈 게임을 수업 시간에 정말 여러번 돌렸다. 어느 순간 유나는 몇의 몇 묶음이 몇의 몇 배가 되는 것을 이해했다. 그때 유나의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 이게 바로 아하 경험인가? 유나는 정말로 '아하..!!!!'라고 말하면서 게임을 했다. 이제 3씩 4묶음이 3의 4배가 된다는 걸 알았으니, 3의 4배가 12라는 것을 계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 유나야 우리 뛰어세기 할 줄 알지?
- 네.
- 그럼 한번 3씩 뛰어세기를 해 볼까? 3씩 더하면 돼. 3, 6, 9.. 이렇게!
- ......(숫자를 노려보는 중)
- 보기만 하면 어려울 수 있으니까 한번 쓰면서 해 보자. 3부터 써볼까요?
- 3.. 6.. 8...지우고.. 9.. (한참 시간이 지나고) 12.
이걸 어제도 몇 번을 했고 어느 순간 느리지만 혼자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수학 수업시간에 갑자기 유나가 드릴 게 있다고 했다. 쉬는시간에 주면 되는데 왜 수업시간에..? 라는 생각부터 들었지만 일단 받았는데 이런 쪽지였다. 아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나?
쉬는시간에 유나가 신이 나서 찾아왔다.
- 선생님, 저 어제 집에서 몇의 몇 배 해봤어요. 엄마랑도 해봤어요. 선생님이 말해주신게 생각나서 잘 되는 것 같아요.
오늘도 이런 일 때문에 충만함을 느낀다. 유나가 작은 쪽지를 쓰는데 걸린 시간의 몇 배 이상으로 나는 이 일을 기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