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람들

by 가용

1.

내일이 방학식인데 방학식날 교외체험학습을 쓴 성이. 성이는 둥글둥글한 얼굴만큼이나 둥글둥글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넉넉하고 귀여운 아이다. 쉬는 시간에도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날들이 많은데, 놀라운 그림 솜씨를 가지고 있다. 가끔 한 번씩 내 자리로 와서 슬그머니 멋진 그림을 보여주러 올 때도 있었다. 내가 감탄해주면서 씩 웃고 다시 둥글둥글, 걸어서 자리로 돌아간다.

방학식 전날 종례를 하고 아이들이 뒷문으로 나가는데 성이가 평소같지 않게 나에게 다가왔다.

"성아, 무슨 일이니?"

"선생님 제가요, 내일 여행을 가거든요. 그래서 내일 선생님 못보니까요. 그냥 조금 더 가까이에서 선생님이랑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이 작은 존재를 어쩌면 좋을까! 아이들과 스킨십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성이의 밤톨같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여행 잘 다녀오고, 방학 건강하게 잘 보내고. 곧 다시 만나자 성아. 너는 올해의 큰 기쁨이었어.

2.

양갈래 머리가 잘 어울리는 은이는 방과후 수업이 끝나면 늘 나를 보러온다. 일부러 혀짧은 소리를 내면서 안기기도 한다. 유독 내 손을 잡으려고 하고 스킨십을 하려고 하는 아이여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기도 했었는데, 굴하지 않고 늘 다가오는 아이이다.

한번 가볍게 안아주고, 은이가 종알종알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면 꾸벅 인사하고 떠난다.

이날은 무척이나 추운 날이었는데, 어김없이 은이가 찾아왔다.

"떤땡님 떤땡님- 안아주세요-!"

꼭 안기고 한껏 애교를 부린 뒤 떠난 은이.

연이어 복도에서 들려오는 걸죽한 목소리도 역시 은이 목소리였다.

"아-이씨. 더럽게 춥네!"

3.

친구들보다 한 뼘은 키가 작은 원이는 천천히 배우는 아이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시간을 더 들여서 차근차근 설명해도 많은 반복이 필요하다.

다시 해오라고 몇 번을 돌려보내도 싫은 내색 없이 다시 해오는 인내심이 대단했다.

맞춤법을 어려워하지만 받아쓰기만큼은 열심히 공부해서 거의 항상 다 맞고는 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글을 써오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글쓰기에 흥미를 붙여서 얼마나 길게 써왔는지를 자랑하기도 한다.

저번에 내주었던 글쓰기 주제는 <느릴 수록 좋은 점은?> 이었다.


오늘은 선생님이 숙제로 느릴수록 좋은 점을 생각해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께서 내주신 문제를 풀기 위해서 오랫동안 답을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빨리 답을 풀고 급하게 풀어서 답이 틀렸는데 나는 천천히 생각해서 답을 맞췄다.

선생님께서 칭찬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느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짝반짝한 글이네, 원아! 아홉 살 너의 글이 오래도록 마음에 담겨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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