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춘문예에 도전하다.

D-65.

by Kay엘라
누가 소설가 소리를 내었는가?


65일 남았다. 나 혼자 정해놓은 2026 신춘문예 공모전 출품일이 말이다.

브런치 작가로 승인받고서 첫 번째 연재 브런치 북은 당연하게도 2026 신춘문예 도전기를 담은 에세이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요즘 내 삶의 30% 이상 힘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신춘문예에 도전한다는 사람 왜 삶의 30%밖에 힘을 못쓰냐고 묻는 분들도 있겠다.

나름 대꾸를 하자면, 나에 대해서 잠시 설명을 해야 한다. 나는 매일 정규적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다. 또한 돌보아야 할 가족들이 있다.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고 기획하며 실천까지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역할기대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므로 직장일에 30%, 가족일에 40% 정도의 에너지를 쏟으면 나머지 나에 대한 모든 것은 소설을 쓰는데 집중되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코 적지 않게 힘쓰고 있는, 내가 바라는 것이 바로 소설가가 되는 것. 정확히는 '등단 소설가'가 되고 싶다.

요즘 베스트셀러 작가, 각종 문학상 수상자 중에는 등단작가가 아닌 일반 출간작가가 하는 경우도 많다.

소설을 쓰고 싶으면 재미난 소설을 써서 출간하고 독자들에게 선보이면 되지 꼭 등단해야 하는가?

답은 물론 '꼭'은 아니다. 그러나 내 꿈이 그냥 그렇다고 한다면 너무 허무한 대답일까? 아니면 등단을 바라는 수천 명의 예비 등단작가들의 마음과 같은 대답일까.




누가 소설가 소리를 내었는가?

저요! 제가 되고 싶어요. 소.설.가. 정확히는 등단해서 앞으로 내가 쓰는 소설은 무슨 신춘문예 또는 무슨 문예지 신인상 출신이 쓴 소설이야 라고 수식이 붙을 그런 소.설.가. 가 되고 싶다.


어려서부터 인정욕구가 강했던 나는 나 스스로의 업적과 성취에 만족하지 못하고, 타인들에게까지 인정받아야 그 인정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 다 큰 어른이 된 지금도 그놈의 인정욕구 때문에 회사에서도 열심히 해서 칭찬받고 싶고, 가족에게도 훌륭하다 박수받고 싶고, 소설가도 꼭 등단을 해야 하나보다.


많은 독자들이 출근 전, 퇴근 후 시간과 사투하며 빚어갈 나의 소설가 등단기를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연재글을 꾸준히 지켜본다면,

소설가가 되고픈 사람의 고달픈 여정을 볼 수도 있고,

같은 길을 가는 분이라면 '내가 얘보다는 낫네' 하며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고,

또 다른 꿈을 가진 분들이라도 글쓴이를 보며 열심히 사는 본인의 모습을 칭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은 심금을 울리는 공감 만배 에세이를 보면서, '아, 나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 하며 에세이스트로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지도 모른다.




왜 소설가가 되고 싶은가? 아마도 소설가가 된다면 가장 많이 받을 질문이기도 하다.

"당신은 왜 소설을 쓰시나요?"

"네,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요."



내가 만난 첫 번째 소설은 우리 동네 시장 입구에 있던 작은 서점에서였다. 서점은 열 평 남짓으로 복도형으로 길쭉하게 생긴 서점에 양쪽 벽은 책으로 가득 차 있고 복도 가운데 놓인 매대에도 책이 잔뜩 쌓여 있었다. 서점 중앙의 매대 양 옆의 좁다란 복도에는 두 사람이 지나가려면 서로 마주하는 자세로 비켜 지나가야 할 정도로 좁은 곳이었다.

열세 살이었던 나는 한 달 용돈을 육천 원씩 받았다. 육 학년이니까 육천 원. 여느 또래와는 다르게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용돈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내성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골목대장하며 친구들과 즐겨노는 성향의 아이는 아니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육 학년이 되면서부터는 혼자만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고 싶어 졌는데, 가장 편안하고 좋아했던 곳이 바로 그 서점이었다.

그날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서점에 들렀다. 내 가방 속 지갑에는 그동안 모은 용돈이 있었다.

'오늘은 마음에 드는 책을 꼭 사야지.'

서점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꽤나 보였다. 기다란 복도에 띄엄띄엄 서서 책을 보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가장 구석에 있는 어린이용 책 코너로 걸어갔다. 서점이 시장입구, 버스정류장 앞에 있어서인지 대부분 어른손님들이었다. 어린이 손님은 거의 없다 보니 문제집이나 참고서가 아닌 어린이용 문학서적은 제일 구석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구석자리로 가자 새책에서 나는 잉크 냄새와 오래된 책장의 나무냄새가 뒤섞여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눈높이에서 보이는 책들을 먼저 살펴보았다. 아, 또 위인전이네. 어린이는 이런 책들만 읽어야 하는 걸까? 생각하자 우리 집 책꽂이가 떠올랐다.

어려워진 가정 형편에 출판사 외판원이 된 이모를 도와주려고 엄마는 백과사전 시리즈, 위인전 전집, 청소년독서논술전집을 구매하셨다. 우리 집 책장에 가득 꽂혀있는 책들은 나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반짝반짝 빛나고 두툼한 표지를 자랑하며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는 장식품이라는 생각만 들뿐이지.

수많은 위인전의 끝을 찾아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는 자세가 되었다. 책꽂이 가장 아래 선반 중앙에서 내 눈을 사로잡는 책이 보였다. '좀머 씨 이야기' 좀머라는 사람 이야기인가? 궁금해졌다. 책 표지는 아름다운 하늘과 산이 있고 바닷가 마을인지 배도 두어 척 떠있는 곳에 어떤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스르르 책장을 넘겨보다 보니 중간중간 삽화가 그려져 있는데 표지에 있는 사람이 배경만 다르지 계속 어딘가로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책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책을 펼쳐보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가방 속에도 넣지 못하고 두 손에 들고 잰걸음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걸어가면서 흔들리는 눈빛에 소중한 문장들을 날려버리기 싫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뛰어 들어가 가방을 벗어던지고 책상에 앉았다.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갔고 고개를 들자 이미 밖은 어둑어둑해지고 부엌에서 할머니의 밥 먹자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만난 첫 번째 소설은 그렇게 설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것이었다. 내가 읽었던 내용은 금세 잊어버렸지만 느꼈던 감정은 깊이 간직되어 꼭꼭 숨어있었나 보다. 문학으로의 이끌림의 이유는 생각하지 않은 채 막연히 따라가던 중이었는데, 어디서부터 왔던 거지? 하고 뒤돌아보니 그것이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과 행동으로 옮기기까지에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지금이라도 알아채고 시작할 수 있기에 행복하다.

다른이들과 비슷한 경험을 했더라도 재미나게 구성해서 신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런 소설가가 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