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를 벗어나고 싶은 분들께 드리는 조언
업무의 기본과 매너를 익히고, 배운 것을 기록하세요 :)
일을 하면서 혹은 브런치 글을 보고 간혹 연락주시는 주니어 혹은 신입 분들과 커리어 관련해서 얘기를 하다 보면 항상 듣는 얘기가 있다. 저마다 얘기하는 바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바로
지금의 위치에서 좀 더 성장하고 싶어요.
성장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남들이 인정해 줄 만큼 일을 잘하는 것, 상사와 동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다음 연도에 더 많은 연봉으로 계약하는 게 바로 성장일까.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되려면 시장의 수요가 넘치는데 공급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최근 AI 관련 석박사 인력은 대우도 좋고 원하는 회사가 많다.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본인이 성장하지 못하거나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다른 회사를 알아보거나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경향이 있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꼭 주니어에 국한된 건 아니다. 나 역시 현재의 위치에서 더 많이 성장하고 싶고, 잘하는 분야는 더 잘하면서 최대한 내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길 바란다. 하지만 업무에서 만능 슈퍼맨이 된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최대한 본인의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협업을 통해 경험을 많이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차가 많이 쌓여야 시니어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일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주니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역량이 된다면 보통 시니어로 진급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동료 혹은 상사의 인정이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시니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대체적으로 실력만 뛰어나면 진급이 빠른 편이다. 그런 분들을 보면 실력과 더불어 본인의 성과 어필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
나는 주니어 분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래 3가지를 지키고 경험과 연차가 쌓이면 주변에서 본인을 시니어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1. 업무의 기본과 매너를 익히세요.
업무의 기본이라고 하면 거창한 게 아니라 정말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얼굴도 본적 없는 분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팅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났을 때 명함을 어떻게 건네야 하는지, 회의록을 정리해서 공유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열거하자면 끝도 없지만, 하나씩 익히다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입사 1~2년 차에 이런 경험을 반복하게 되면 나중에 정말 큰 자산이 된다. 이건 사수 혹은 주변의 시니어를 잘 만나야 한다. 팀에 그런 분이 없더라고 회사에 평판 좋은 세일즈 분이랑 밥 한번 하면서 혹은 같이 일하게 될 기회가 생기면 어깨 너머로 배워두는 게 좋다.
2.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반복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실수를 하면 동료나 팀장에게 물어보고 고치면 된다. 근데 그런 실수를 반복하게 되면 그 사람의 실력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주려면 이미지가 중요한데 이미지라는 건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업무의 순간들이 모여서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된다. 때문에 실수를 많이 하는 순간들이 쌓이게 되면 그런 이미지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시니어 입장에서 가장 힘 빠지는 경우가 여러번 얘기해도 고쳐지지 않는 경우다. 이건 역량 문제라기보다 태도의 문제다. 고칠 수 있는데 안 고친다는 얘기다.
3. 실수를 통해 배운 것을 기록하는 습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왜 실수를 했는지 알아야 한다. 원인을 알고 그걸 반복하지 않으려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건 프로젝트 단위로 하는 걸 추천하는데 무엇을 잘했고 실수나 후회가 되는 부분에 대해 본인의 생각과 개선 방안을 남겨두면 본인의 자산이 된다. 프로젝트의 규모에 관계없이 이 작업을 수년간 반복하고 복기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적어진다. 이직을 하는 경우에도 그동안 정리한 걸 요약해서 제출하면 되니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블로그도 좋고 남들한테 보여주는 게 싫다면 비공개로 혹은 노트로 기록해도 된다. 꼭 실수를 기록하지 않더라도 뭔가를 배울 때 자신의 언어로 한번 정리하고 이걸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 본인의 지식이 된다. 정보가 넘치고 검색하면 뭐든 나오는 시대지만 그렇게 검색된 정보는 결국 누군가 정리한 결과물을 인공지능이 재배열한 결과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검색된 정보를 기반으로 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정보가 틀렸다면 그들이 내놓은 결과 또한 엉터리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본인의 톤과 뉘앙스, 경험으로 정리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앞으로 더 많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누구나 주니어의 과정을 거치고 그런 과정 없이 시니어가 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재벌가 자제 분들이나 낙하산 인사가 아닌 이상 없다. 글에서 언급한 3가지를 평소에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습관이 된다면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 목표에 좀 더 빠르게 도달할 것이라 생각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남들도 여러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들과 차별되는 경쟁력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지름길은 없다는 걸 기억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