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방문하는 오프라인 매장의 CCTV 떠올리시면 됩니다
퍼스트 파티 쿠키와 서드파티 쿠키의 개념이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이유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서입니다. 이를 실생활에 비유해서 설명해드리면 CCTV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CCTV는 요즘 어딜 가도 볼 수 있는데요. 집 밖을 나서면 엘리베이터부터 시작해서 지하철, 백화점, 놀이터, 공공장소 등 웬만한 곳에는 거의 전부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이동을 자동으로 감지해서 카메라 렌즈가 따라오는 걸 보면 가끔 무섭습니다.
여러분이 신발을 구매하려고 백화점 안에 있는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 방문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곳에는 여지없이 CCTV가 설치되어 있고 녹화가 됩니다. 런닝화를 보고 있는지, 아니면 스니커즈를 보고 있는지, 구매를 했는지, 구매하지 않고 떠났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해당 스포츠 브랜드 매장이 온라인이라고 생각하시면 CCTV 데이터가 바로 퍼스트 파티 데이터입니다. 이를 확보하면 신발을 구매하지 않은 고객에게 회원가입을 유도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등의 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퍼스트 파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면 고객에게 취할 수 있는 액션이 많아지기 때문에 권장하는 것입니다.
해외 웹사이트에 방문하면 쿠키 동의 배너가 뜨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 정보를 분석 및 광고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이를 거부하면 해당 사업자는 방문자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광고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기면 막대한 벌금을 받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웹사이트에서 쿠키 동의 배너가 뜨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법이 생긴다면 한국에서 접속하는 모든 웹사이트에서 쿠키 동의 배너를 보게 되실 겁니다.
서드파티 쿠키는 매장 안에 제 3자가 CCTV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구글, 메타, 틱톡 같은 광고 플랫폼이 있겠죠. 이들은 매장에 방문한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신발에 관심을 보이는지, 선호하는 색상은 무엇인지 전부 파악합니다. 그들은 왜 데이터를 수집할까요? 수집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광고 타켓팅 정확도를 높이는데 사용합니다. 결국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들은 타겟팅을 정확도를 높이려고 비싼 돈을 내면서 광고를 집행합니다.
광고 플랫폼 회사는 데이터를 수집해서 당신이 원하는 정보와 광고를 제공한다고 얘기합니다. 대표적으로 유투브입니다. 유투브에 로그인하면 여러분이 봤던 콘텐츠를 토대로 영상을 추천하고 광고를 노출합니다. 내가 선호하는 영상을 보여주니 편하다는 분들도 있지만, 이면을 보시면 그들은 어떤 사람인지 매일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콘텐츠를 찰떡같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해서 내가 볼 콘텐츠를 예측할 정도입니다. 머신러닝은 데이터가 없으면 깡통입니다. 이쯤 되면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줘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애플 광고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애플은 개인 정보 보호를 대놓고 강조합니다. 사파리 브라우저는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고 퍼스트 파티 쿠키도 1주일이라는 유효 기간을 둡니다. 사용자 데이터 수집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크롬 브라우저는 어떨까요? 작년에 발표하길 올해 3분기까지 서드 파티 쿠키 퇴출하겠다고 했으나, 얼마 전에 다시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구글이 광고로 막대한 돈을 벌기 때문에 한발 물어선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여기까지가 최근 3년간의 흐름입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애플이나 구글 둘다 사용자 데이터 수집에 있어 투명성을 강조합니다.
이제 퍼스트 파티 쿠키와 서드 파티 쿠키 개념이 이해되시나요? 저는 데이터 주권이 사용자에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동의 없이 제 3자 업체가 내 정보를 활용해서 돈을 버는 행위에 안 된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가 생산되고 가공되고 이는 사업적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최근에는 부정적인 면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이 보이질 않네요.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