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의 유서

혹은 추모의 글

by Kay

후배를 보내고 반년이 넘게 흘렀다. 갑자기 찾아온 지인의 죽음이 생각보다도 너무 가까워 매달 유서를 남기기로 작정한 지가 그렇게나 오래된 일이다. 그리고 마치 방학 숙제를 밀리는 초등학생처럼 아주 당연하다는 듯, 1월의 유서 이후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죽음이란 사건은 늘 그렇다. 오랜만에 마주했을 땐 금세 다시 볼 운명인 듯 내 피부처럼 가까웠다가,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우주만큼 멀어지는 법이다.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고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게으른 인간의 본성과는 달리 죽음은 참으로 성실하다. 나태한 우리 기억에 별안간 끊임없이 찾아와 경고한다. 우리는 모두 죽게 된다고.


선배의 얼굴은커녕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지났다. 아주 잠시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해 추모를 망설일 지경이었다. 그만큼 선배의 소식은 충격적이면서도 갑작스러웠고 혼란스러웠으며 슬펐다.


언제나 모호한 거리의 죽음이 가장 슬프다. 모르는 사이도 아닌, 그렇다고 내 가족과 같은 이는 아니지만 언젠가 한 번은 마음을 주었던 이의 죽음. 난 그런 죽음 앞에서 매번 갈피를 잡지 못한다. 나의 눈물이 하나의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을지. 그리고 그 퍼포먼스의 의도란 오직 자신의 감정에 취한 나를 전시하는 데에 있지는 않은지. 그런 고민 뒤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감정은 죄책감이다.


왜 한 번 더 얼굴을 보지 못했을까, 왜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어째서 슬퍼하지 말라고 전하지 못했을까. 나는 알고 있었는데. 외로워한다는 걸 모두가 알았는데 나만 전하지 못했던 걸까. 끝나지 않는 무용한 질문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질문이 늘어나는 만큼 자책도 깊어진다.


선배의 얼굴은 희미해졌어도 그 한마디만큼은 영원히 남아있다. 내 평생 기억할 말이다.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왔다. 선배가 이것만은 꼭 알아준다면 좋겠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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