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엽기떡볶이

feat. 그 날.

by 자작공작

가끔씩 생각이 난다.

그러나 막상 먹으면 내 몸을 헤치기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번을 마지막으로 그만 먹어야지 하면서도 또 생각이 난다.

그리고 기껏해야 일년에 서너번 먹는 정도인데, 이 정도쯤은 먹어도 된다고 생각을 한다.


만일, 양이 적다면 좀 더 자주 먹었을 것 같기도 하다. 혼자 먹기엔 양이 너무 부담스럽다. 2인용도 있긴 한데 이건 단계가 2단계만 되어서, 제대로 먹었다는 느낌이 안든다. 엽떡 오리지널 맵기는 3단계이다. 솔직히 내가 편안히 먹기는 2단계가 좋다. 2단계를 먹고 아쉬워서 3단계를 먹으면, ‘2단계로 즐겁게 먹어야지’하고 다시 2단계 먹으면 ‘이 맛이 아니여’ 하면서 다시 3단계를 시도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이다.


어제 몸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았고,

다음주부터 새로 시작하는 일도 있고 해서,

혹시 탈이라도 나면 어쩔까 싶어 망설이다가 결국 샀다.

정말 간만에 먹는 듯 하다. 그래서인가 유독 맛있게 먹었고 내 몸을 헤친다는 느낌도 없었다.

맛있게, 잘 먹었다.


너무도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라는 절차를 모두 마쳤던 날이다. 3일 내내 장례식장에서 같이 있던 식구들은 외가 집에 다 모였다. 할머니가 결혼 후 평생을 살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계셨던 집이다. 잠시나마 동떨어진 세계에 있다가 비로소 현실세계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새벽부터 발인하러 출발하고 하느냐 식구들 모두 제대로 된 식사도 못했었다. 사촌들과 배달앱으로 이것저것 음식을 주문했다. 그 중에 엽기떡볶이를 배달했는데, 매운 음식에는 욕이 나온다는 사촌동생을 위해 1단계를 주문했다. 슬픔과 상실감은 극도의 허기와는 따로 작용을 한다. 3일만에 맛보는 현실세계의 음식, 그것도 떡볶이, 양이 부담되어 내가 잘 못 시켜먹는 것이라 내심 기대를 했는데 1단계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건 ‘엽기’란 이름을 붙이면 안되는 것이다. 그냥 이도 저도 아닌 밍밍한 떡볶이였다. 그날 30명은 되는 식구들이어서 여러 음식을 시켰는데 솔직히 뭘 시켰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이 엽기떡볶이 만큼은 너무 생생히 기억이 난다. 만일 2단계나 3단계를 시켰으면 이렇게 기억하지 않았을 수도..


엽기떡볶이는 그 날, 그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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