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회의실, 공기는 묘하게 뒤틀려 있다. 박 대리가 일주일간 코피를 쏟으며 다듬은 기획안이 팀장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제가 이 지점을 해결하기 위해 며칠 밤을 고민하며 설계한 전략입니다."
상무의 극찬이 쏟아지자 팀장은 수줍은 듯, 그러나 당당하게 미소 짓습니다.
박 대리는 옆에서 기계적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손바닥은 타오르는 속천불만큼이나 뜨겁다.
팀장의 뻔뻔한 "제가 했습니다" 한마디에, 한 직장인의 치열했던 밤은 '팀장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만다.
이것은 단순한 갈취가 아니다. 조직 내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아이디어'를 힘의 논리로 탈취하는 일종의 '성과 하이재킹'이다.
이 비릿한 사무실 풍경 위로,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가 겹쳐 보인다.
1980년대 시골 초등학교를 장악했던 엄석대는 아이들의 시험지를 가로채 자신의 성적을 전교 1등으로 유지했다.
선생님은 결과만 보고 엄석대를 칭찬했고, 아이들은 그의 권위가 두려워 침묵했다.
지금 우리 옆의 팀장은 현대판 엄석대다.
그는 부하 직원의 지적 자산을 마치 자신의 '상납금'처럼 여긴다.
조직의 시스템이 과정보다 결과보고에만 집중할 때, 엄석대 같은 약탈자들은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성과는 아랫사람이 내고, 영광은 윗사람이 취하는 이 구조는 낡은 교실의 악습과 다를 바 없다.
궁금해졌다. 왜 리더는 부끄러움도 없이 타인의 공을 가로챌까?
AI에게 이 '크레딧 스틸링'의 배후를 물었다.
AI의 분석은 리더의 '결핍'을 가리켰다.
무능하거나 내면이 불안한 리더일수록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타인의 성과를 '생존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아이디어 탈취는 도덕의 문제가 아닌 절박한 생존 전략이다.
'성과를 낸 사람'과 '보고하는 사람'을 분리하지 못하는 조직 시스템은 이 도둑들을 정당한 능력자로 오판하게 만든다.
결국 이런 문화는 실력 있는 인재들을 '조용한 퇴사'로 내모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된다.
엄석대의 시대는 결국 끝났다.
우리도 내 아이디어를 지키기 위한 '디지털 인장'을 찍어야 한다.
우선, 모든 아이디어의 발전 과정은 기록이 남는 매체(이메일, 메신저 등)를 통해 공유해보자.
구두 보고는 도둑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
또한, 중요한 기획안은 팀장 뿐만 아니라 유관 부서 담당자들을 참조(CC)에 넣어 '공지의 사실'로 만들자. 목격자가 많을수록 범죄는 어려워진다.
남의 숟가락으로 먹는 밥맛은 일시적일 뿐이다.
남의 시험지로 1등을 유지하던 엄석대의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아이디어는 내 실력이지만, 그것을 훔친 것은 그의 한계다.
도둑맞은 공적에 매몰되지 말자.
우리는 언제든 다시 위대한 기획을 써 내려갈 수 있는 원작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