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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살기 Apr 06. 2016

봄이라서 다행이야!!

겨울아 물러나줘서 고맙다.

흐린 가로등 위로 벗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시력이 썩 좋지 않은 내게 하얀 벗꽃이 팝콘처럼 보이고 있다. 배가 고픈건 아닌데 말이다.

겨우내 칼바람이 어디론가 가버리고 요사이 살랑거리는 부드러운 봄바람이 내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에 몸을 맡길때면 잠깐이나마 세상이 내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러나 이내 내리막이 끝날 즈음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아야 하는 순간이 오면 나만의 착각은 곧 냉정한 현실로 돌아와 있다.

아르바이트 시간에 지각하지 않으려 있는 힘껏 페달을 밟는 나로 말이다.

요즈음 피곤이 온몸을 짓누르고 있는 아침이지만 그런 아침일지라도 꽤 근사하다고 느끼곤 한다.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알바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벗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란사람은 아침이면 "아 죽고싶어"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도는 사람이었다. 조금 많이 아프고 환경이 힘들어지면 언제나 단골 손님이 찾아온다."아 죽고싶다"

부끄럽지만 나는 몇년전까지만해도 겨울인지 여름인지 모르고 지냈다.

그저 더워 죽겠다.

추워 축겠다.

외로워 죽겠다..

죽겠다.죽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픈게 무서워 죽지도 못하며 우연히 아침이면 죽어 있기를 간절히 기도 했었다.

사람의 정이 너무나 그리워 싫은 사람조차 곁에 두고 상처 받으며 살아온 지난날들...

가슴이 먹먹해질 때면 이것저것 먹고 또 먹어댔다.

그렇게 먹어도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고 외로움은 괴물처럼 커져만 갔다....

그런 내게도 위로가 되어준 나의 말없는 친구들이 있다.
 
바람에 실려오는 여름의 수박향기, 벗꽃, 산들바람, 비, 카페라떼, 자전거, 우리동네 뒷산, 탄천에 사는 비만붕어, 요가 등등등...

나는 죽고 싶어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때때로 살아 있음에 감사할때가 있다. 말없는 나의 친구들이 내곁에  있음을 느끼는 순간..짧지만 강렬한 한방을 주는 나의 말 못하는 벗들...

요즘 갑작스레 핀 벗꽃이 갑작스레 떨어져버릴 것 같아 마음이 애잔하다.
많이  봐두어야겠다...내년에 또 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아니 볼 수 있음에도 보지 못한채 지나쳐 버릴수도 있으니...

봄이와서 감사하다.겨울이 물러나줘서 또 감사하다....내가 나를 안타까운 눈으로 봐 줄 수 있는 마음이 있어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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