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으로 많은 어린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다 보니 아이들의 정서적 결핍이 부모에게는 큰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밖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활동들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였다. 코로나 전에는 자유롭게 박물관이나 체험 미술관도 다니고, indoor playground(키즈카페)와 놀이터는 물론, 아이와 가구점이나 식료품 마트처럼 사소한 장소지만 이것저것 나가서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다. 그런데 한창 covid-19이 대유행할 때는 차일드 케어(child care)나 학교도 갈 수 없었기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들과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공원을 가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져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지긴 했다. 그러나 팬데믹 초기에는, 알파 세대 자녀를 키우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이나 TV 시청 시간이 많아져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알파 세대란 아이패드가 출시된 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로 현재 만 0-10살에 해당하는 아이들이다. 코로나 이후, 세 살짜리 아이들도 하루 4시간 넘게 스마트폰이나 TV를 봤다고 한다. 코로나 전보다 4배가량 시간이 늘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3살짜리 딸이 있는 우리도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둘 다 일할 때 잠깐이라도 보여줄까 하는 유혹에 살짝 빠졌었지만, 바로 얼마 전에 딸내미와 잠과의 전쟁을 치렀기에 일치감찌 그 길은 가지 않기로 결정을 했었다. 2살이 되고 나서, 남편이 일주일에 두 번 1-2시간씩 아이들 프로를 보여주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후 4개월 때부터도 혼자 자기 방에서 통잠을 자던 딸내미가 하룻밤에 열 번을 깨고 무섭다고 난리를 피우는 일이 생겼고, 지금은 정확히 기억도 안 나지만 3개월 정도 수면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 후 남편과 나는 서로 미팅 시간을 조율하고 각자 미팅 없을 때 아이와 놀아주기로 했다. 그런데 남편과 비교해 스케줄 조정이 어느 정도 가능한 내가 주로 아이와 낮에 놀고, 아이가 잠이 들고 나서야 밤에 못다 한 일을 하게 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생활이 컨디션에 굉장히 무리를 주었지만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때 아이와 정말 여러 가지 활동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마이클스나 타겟에서 커브사이드 픽업으로 놀잇감이나 장난감을 가져오고, 아마존 주문도 평상시보다 훨씬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때 했던 여러 활동과 놀이들을 여기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인형놀이
마침 아이가 3살이 되기 전이어서 인형 놀이에 관심을 많이 가질 때였다. 여기저기서 물려받은 인형들과 공주 피겨들이 많아서, 많은 시간을 이 인형들을 가지고 역할놀이를 하며 놀게 되었다. 인형놀이는 주로 아이가 리드를 하고 우리는 따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딸내미는 레고 피겨를 가지고도 역할 놀이를 많이 했고, 토끼 가족 피겨로 가족놀이도 자주 했다. 가끔 인형 집과 가족 놀이를 하면 한 시간이 후딱 가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완구업체 마텔이 만든 바비 인형이 코로나 대유행의 최대 승자로 부상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0/23/2020102302116.html). 많은 부모들이 레고나 보드게임을 많이 구매한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로 인한 외출제한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놀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인형이나 다른 장난감에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된 것이다. 너무 비싸지 않은 수준에서 역할 놀이를 할 수 있는 장난감이 집에 있다면 어른들도 함께 즐겁게 놀 수 있지 않을까?
비즈 놀이
다행히 아이가 손가락으로 하는 활동을 좋아하는 시기라 여러 가지 비즈 놀이를 할 수 있었다. 비즈는 놀라울 정도로 매우 다양한 놀이를 제공했다. 먼저 비즈로 목걸이나 팔찌 만들기를 시도했는데, 처음에는 하루에 5개 ~ 10개도 만들 정도로 아이가 비즈 놀이에 빠져들었다. 동물 모양 비즈부터 글자 비즈까지 다양한 종류를 싼 가격에 구매해서 아이가 질릴 때까지 만들었다.
집에 목걸이와 팔찌가 쌓여갈 때쯤 접하게 된 것은 다리미로 눌러서 모양을 만드는 퓨즈 비즈로 아이가 좋아하는 모든 종류의 공주들을 다 만들었다. 비즈 놀이의 장점은 아이의 소근육 운동 발달에 좋다는 것이다. 18개월부터 3세까지 소근육 운동을 많이 하게 되면, 이는 아이의 지능 발달에도 도움이 되고, 나중에 글쓰기를 할 때도 아이의 손가락에 힘을 길러주어 좋다고 한다.
요리하기
집에서 하루 세끼를 다 먹어야 하다 보니, 음식을 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매일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아이와 함께 같이 요리를 하려고 했다. 일단 컵케잌 믹스를 사용해 일주일에 한 번씩 컵케잌을 함께 만들었다. 아이가 달걀을 깨고 계량컵을 사용해 컵케잌 믹스를 믹싱볼에 넣기도 하고. 그리고 가끔씩은 생선구이를 할 때, 생선을 만지게도 해주고, 새우 껍질을 깔 수 있게도 해주었다.
일단 아이와 함께 하는 요리의 장점은 소근육 운동은 물론, 언어발달에도 도움이 되며, 아이에게 자신감과 책임감을 길러줄 수 있다. 그리고 계량이나 물과 열에 의한 요리 재료의 변화 관찰을 통해 수학/과학 놀이도 할 수 있고, 촉감놀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편식을 하는 자녀가 있다면, 함께 요리를 하는 경험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 편식을 줄여나가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양한 미술 활동
손재주가 없는 엄마 아빠였지만, 다양한 활동을 해 보려고 집에 많이 있는 상자나 휴지심, 폼폼, 파이프 클리너, 나무 스틱 등을 이용한 만들기도 많이 했었다. 집 마당에 있는 돌멩이 주어다가 색깔 칠하기도 해 보고, 무지개도 그려보고, 아이가 맘 껏 색챌놀이를 할 수 있게도 해주고. 물론 다 하고 치우는 것은 힘들었지만, 여러 다양한 미술 활동을 통해 아이의 창의력도 길러 줄 수 있었고, 촉감놀이도 맘껏 할 수 있었다.
산책/하이킹
우리가 살던 단지가 다행히도 그리 붐비는 곳은 아니어서 거의 매일 산책을 했던 것 같다. 일 다 하고 저녁밥 먹고 나면 3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씩 산책을 나갔다. 스쿠터도 타고 자전거도 타고 그냥 걷기도 하면서. 말을 많이 하기 시작한 나이라 대화도 하면서 함께 하는 산책 시간을 많이 즐겼다. 평상시에도 산책을 자주 하긴 했지만, 코로나 이후로 갈 곳이 없어져 더 많은 시간 산책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끔 주말에는 근처 산에 가서 하이킹도 자주 했었다. 역시 아이들은 집 밖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아이와 함께 하는 가드닝
다행히 집에 정원이 있었기에 아이와 함께 화분에 씨앗도 심고, 허브 플랜트를 사다가 분갈이를 하기도 하고… 아이가 스스로 물을 주게도 하고… 남편이 하루에 몇 번씩 정원에 나가는 사람이라 자연스럽게 하루 종일 집에 있었던 딸내미는 아빠를 따라 정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우는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것은 매우 많은 장점이 있다. 일단 오감을 다 사용할 수 있고, 건강한 식습관에도 도움이 되고, 소근육 운동발달에도 좋고, 과학/수학 활동이 되기도 하고, 가족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책임감을 길러주고, 스스로 계획하는 능력도 길러주고, 인내심과 자신감도 길러줄 수 있다.
다양한 역할놀이
아직 3살이 채 안 되었기에 다양한 종류의 역할놀이를 할 수는 없었지만, 역할놀이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나이였다. 티파티 세트를 가지고 티파티도 하고, 공주 옷을 입고 공주 놀이도 하고, 엄마 아빠 놀이도 하고, 의사놀이도 하고… 역할 놀이의 장점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길러주고, 언어와 의사소통 발달에 도움이 되고, 사회 정서적 능력을 길러주고, 신체발달을 향상해준다. 그리고 간접적으로 사회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상호작용이 부탁한 이 시기에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
이 외에도 버블, 풍선, 연날리기, 페이스 페인팅, 색칠하기, 이름 쓰기, 블록 쌓기, 레고 만들기, 화장하기, 머리 하기, 네일아트, 요가 등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지금은 그나마 갈 데가 조금씩 많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자유롭게 플레이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많은 가까운 공원 놀이터나 인도어 플레이 그라운드에 가는 것도 아직은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차일드 케어에 다녀오면 지금도 앞에서 언급한 많은 활동들을 주중 오후나 주말에 자주 하고 있다.
이렇게 비구조적인 놀이를 많이 하는 것은 아이가 정해진 규칙이나 설명 없이 맘껏 만들고 발견할 수 있게 해 주어, 아이의 인지발달, 신체발달, 사회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이나 TV도 가끔 보여줄 수 있겠지만, 아이가 그러한 매체에 너무 중독되지 않도록 여러 다양한 활동을 소개해 줄 수 있다면 예전처럼 맘껏 밖에 나갈 수 없는 지금 같은 시대에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