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에서 70세 브런치 작가가 된 이도경 님
◈ 45년 동안 개신교회 목사의 사모로, 전업주부로 삶.
◈ 2025년 글쓰기 시작, 2026년 상반기 에세이 책 출간
◈ 에세이 출간 후 65세부터 꿈꾸어오던 소설가에 도전 예정
"인생에 늦은 나이란 없다" 70세 나이에 작가의 길을 걷고 있고, 올해 상반기 에세이 책 출간을 앞두고 있으면서 TV 강연 프로그램인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출연을 올 한 해 목표로 삼고 있는 이도경 작가(필명: 해피마망)를 지난 3월 중순에 작가의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70세이지만, 청춘 못지않은 열정으로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한다. (글쓴이 말)
▶ 69세에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왜 지금이었을까?" 스스로 돌아보면 글을 쓰게 만든 인생의 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지금이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고 봐요. 살아온 시간이 충분히 쌓인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이 소설가였어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하게 했었지, 구체적으로 뭘 하지는 못했어요. 결혼하고 평범하게 살아왔지만, 소설가의 꿈은 마음속에 늘 있긴 있었어요.
목사의 아내로서 교회에서 45년 동안 사모 활동을 했는데 그 삶은 제 개인적인 삶이 아니라 교회라는 공적인 공간에서의 삶이었거든요. 그 기간은 제 개인적인 활동을 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 생각했기에 소설가의 꿈은 접어둔 상태였어요. 그렇게 세월이 흘러 65세가 되고부터는 마음이 급해지면서 지금 하지 않으면 뭔가가 제 안에서 폭발할 것만 같았어요.
저희 남편하고 유럽 여행 갔다가 거기서 블로그를 발견했어요. 전혀 새로운 세상에 굉장히 놀랐죠. 작가라고 하면 신춘문예 같은 공모전에서 당선돼야 그 호칭이 주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냥 개인이 공개된 어떤 플랫폼에서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게 저는 되게 놀라웠거든요. 저도 여행에서 돌아와서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 후 인스타, 스레드에까지 글을 조금씩 올리다가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어 저도 등록하고 글 세 편을 제출했죠. 다음 날 통과됐다고 메일이 왔더라고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저는 특히 작가라는 말에 가슴이 쿵쿵 뛰었어요. 그때부터 수필도 올리고 연재소설도 올렸어요. 아직 1년이 조금 안 됐지만 본격적인 작가 생활이 시작된 거죠."
▶ 책 출간을 앞두고 있고, <세바시> 강연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글이나 강연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인생에는 늦은 나이란 없다'입니다. 사람들은 나이를 기준으로 꿈의 유효기간을 정하는 것 같아요. 저는 69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작가도 아니었고 특별한 경력도 없었어요. 그저 평범한 전업주부였어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인생은 어느 나이에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글쓰기'라는 활동이 어떤 대안적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칠십 평생 살아오면서 느낀 게 사람들에게는 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더라고요. 그걸 풀어놓을 자리가 없거나 이걸 이야기로 잘 풀어내지 못해서 그렇지,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다 갖고 있더라고요.
지금 이미 은퇴한 세대들 70대 전후 나이대는 잘 살아보세, 민주화 운동, 컴퓨터를 처음 접하기도 했고, 휴대폰을 거쳐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까지 모두 아우르면서 격동기를 거쳐왔잖아요. 그런 인생 경험들과 지혜들을, 글쓰기를 통해서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높은 교육열 덕분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 그리고 자기 인생을 한번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거든요. 내가 작가가 되겠다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매일 자기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을 거예요. '우리는 도태되어가는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는 사람이야.'"
▶ 목사의 사모로 살아온 삶은 일반인의 삶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사모로 살아온 시간 속에서 쌓인 이야기들이 지금 글의 재료가 되고 있나요?
"목사 사모로 살아온 세월이 45년이나 되었네요. 목회자의 아내가 되고부터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사모라는 역할은 생각보다 조용한 자리입니다. 앞에 나서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공동체를 지켜보며 주로 듣는 것이 생활화된 자리지요.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자신의 기쁨과 슬픔, 믿음과 상처를 말하고 싶은데 쉽게 꺼낼 수가 없잖아요.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거예요. 그 모든 시간이 결국 저에게는 이야깃거리가 된 거죠."
▶ 많은 사람이 "이 나이에 뭘 새로 시작하냐"라고 말합니다. 69세에 작가가 된 본인의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문장일까요?
"'나는 칠십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문장은 저의 삶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저는 40대 때 뭔가를 새롭게 배우거나 어떤 자격증을 취득하는 거를 '이 나이 들어서 그거 해서 뭐 해, 내가 그걸 언제 써먹겠어'라며 별 의미 없는 걸로 치부했어요. 이제 와서 제 생을 돌아보면 운전도 못 하죠,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결국 이 나이에 남은 건 나이뿐이더라고요.
60대 후반에 접어드니 나이 불문하고 언제라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내가 뭔가 하고 싶을 때가 그걸 할 나이라는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되었고, 지금 70이 다 돼서 글을 쓰고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거예요."
▶ 70년의 삶을 돌아볼 때, "이 이야기는 꼭 남겨야 한다"라고 느끼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릴 때 저는 제 존재에 대해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어요.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 왔어.' 아무렇지 않게 던진 이 말 한마디가 어린 마음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궁금증과 내면의 상처로 남았어요. 그로 인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었고, 그때의 감정은 오랫동안 제 안에 남아 있었어요. 지금 소설을 쓰며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통해 그 기억을 다시 바라보고 있어요. 사람의 마음속에 풀리지 않았던 그 어린 시절 상처들, 그 상처로 인해서 평생을 트라우마에 갇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 작가님에게 70대라는 나이는 '저무는 해'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풍경을 비추는 노을'인가요? 글을 쓰기 전과 후, '나이 듦'에 대한 작가님의 정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70대는 저무는 해도 아니고 노을도 아니고 '새로운 풍경을 맞이하는 아침'이라고 생각해요. 노을은 하루가 끝난다는 의미도 있지만, 떠오르는 해, 세상을 아름답게 비추는 시간, 즉 아침이자 시작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해요. 젊을 때는 앞만 보며 살았다면 지금은 뒤를 돌아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잖아요. 오히려 지금이 삶의 의미가 더 또렷하게 보이더라고요. 저는 70이라는 나이가 참 좋아요. 이제 모든 역할에서 벗어나 온전히 저만의 삶에 매진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 나이거든요. 제가 늙었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나이 듦'은 '역할에서의 해방이자 온전한 자기가 되는 자유로움을 획득하는 때'라고 생각해요."
▶ 누군가 작가 활동을 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할까요?
"준비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자기 삶을 믿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내 인생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도 그의 삶에는 이야기와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자기의 삶을 객관화해서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에요. 짧게라도 매일 글을 써보면 자기 삶이 얼마나 다채롭고 풍성한지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저는 SNS 활동을 적극 추천합니다. 매일 짧게라도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북 카페나 독서 모임에도 참여해 보세요. 작가들과 대화도 할 수 있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라 적극 추천합니다. 나의 세계가 더 확장되는 느낌이 들 거예요."
▶ 70년 인생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지금 3040 세대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또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어"라고 말하는 5060 세대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69세에 시작한 작가'로서 해주고 싶은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제 딸이 40세에 접어들었어요. 제 딸에게 하는 말이겠네요. 자기 자신을 너무 재촉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사람은 생각보다 늦게 자신을 이해하게 됩니다. 지금의 고민도 결국 언젠가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될 거예요. 많이 생각하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혼자 있지 말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을 드러내는 시간을 가진다면 더 넓은 세상이 자신에게로 다가올 거예요.
5060 세대에게는, '늦었다'라는 말은 대부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라는 뜻이에요.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바로 시작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 80세를 바라보며 해피마망 작가로서 앞으로의 10년을 어떤 기록들로 채워갈까요? '해피마망'이라는 필명처럼, 세상에 어떤 행복의 메시지를 남기고 싶으신지 마지막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80세가 되더라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을 거고, 그 글 속에는 살아온 날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쌓여 있겠지요. 그런 이야기들을, '당신은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존재의 가치로 풀어내고 싶어요. 그리고 '인간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어요.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이 '아, 나는 소중한 사람이구나! 나를 더 사랑해야지!'라고 자신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현재까지 총 67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999879)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