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퇴근하고 집에 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하루 종일 나를 기다렸을 것 같은 식물들 돌보기이다.
누군가에게는 노동처럼 다가올 수 있겠지만,
식물에 퐁당 빠져버린 인도어 가드너에게
이 시간은 햇살이 곱게 내리쬐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이 된다.
먼저 흙을 어루만지며 습도를 체크하고,
온기를 느끼며 베란다의 기온을 체크한다.
그리고 부족하면 물을 부어 주고,
넘치면 창을 열어 환기를 시켜준다.
이 일련의 과정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에 불과하지만,
고맙게도 식물은 새 잎, 혹은 꽃을 피워 화답한다.
그리고,
이 화답이 식물의 빈 공간을 채워가면서
오롯이 나만의 식물로 성장해 간다.
이때 느끼는 보람과 성취감은
온전히 나의 것.
이 다소 심플해 보이는 가드너와 식물 사이의 대화는
사람과의 연애와 닮아 있다.
먼저 연애처럼 정성을 다해야 하며,
연애처럼 꾸준해야 하고,
연애처럼 상대를 잘 관찰해야 한다.
얼핏 들으면 피곤해 보이지만
사람 연애보다 굉장히 큰 장점도 가지고 있다.
불평불만이 없다는 것.
다시 말해 정신적인 타격을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장점은 어디까지나 초심자 한정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식물 덕력이 깊어지면,
제발 뭐가 마음에 안 드는 지를 얘기해 달라고
매달리게 되는 상황이 찾아올 테니까.
갑과 을을 오가는 이 미저리 같은 사랑.
나는 지금 식물과 연애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