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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호 Nov 29. 2023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방안(1)

논리만으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이해관계는 영어로 ‘stake’인데 도박이나 내기에 건 판돈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해관계자(stakeholder)는 도박이나 내기에 판돈을 건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주주’를 stakeholder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주식회사에 비유하면 이해관계자가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비중에 따라 지분이 달라질 것입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는 스폰서의 지분이 가장 많고, 프로젝트 결과를 책임지는 상품관리자와 프로젝트 관리자의 지분이 그다음으로 많을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역할자들은 기여도, 시간과 노력의 투입비율에 따라 지분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해관계자는 프로젝트 수행방식 또는 결과에 따라 이해관계(이익 또는 손해)가 있는  개인이나 그룹입니다. 주식회사의 주주는 주가상승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지만,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는 상이한 목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폰서, 상품관리자, 마케터, 프로젝트 관리자, 개발자, 디자이너, 품질담당자, 법무담당자, 재무담당자, 사용자들은 관심사항이 서로 다르며 상충되기도 합니다. 


일반 주주들은 주가가 상승하기를 원하지만 주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이해관계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 달성을 위해 프로젝트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히트상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상품관리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품질부서장은 품질에 사소한 문제가 있어도 상품 출시를 못하게 합니다. 대기업일수록 전문조직이 많아 프로젝트의 이해관계는 복잡합니다. 


상품관리자는 또는 프로젝트 관리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나아가 긍정적인 프로젝트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관리가 어려운 이유가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입니다.  


이해관계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합니다. 각자의 관점에서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정답이고 자신과 상충되는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는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하에서는 프로젝트 관리자의 관점에서 이해관계자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프로젝트가 창출하고자 하는 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의 이해관계를 생각하면 편하게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구사항 추가나 변경은 생각할 수도 없고, 개발한 요구사항을 삭제해서도 안됩니다. 또한 요구사항은 상세하고 정확한 문서로 제공받아야 합니다. 납기지연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기적인 프로젝트 관리자는 몇 번은 본인의 의도대로 편한 프로젝트를 수행할지 몰라도, 많은 프로젝트에서 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많은 고생을 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이기적이기 위해서 이타적이어야 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사항에 공감하고 배려해야 부정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젝트 관리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희생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이기적인 이해관계는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의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관리자를 더 힘들게 합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정도로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얄팍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맞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프로젝트 진행도중 의사결정을 할 때 한 가지의 유효한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이번 프로젝트는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입니다. 상품개발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관리자라면 상품관리자가 제공하는 요구사항 정의서보다  해당 요구사항이 개발되었을 때 제공하는 가치를 이해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본질적으로  '무엇'과 '언제'에 민감합니다. 그러나 그전에 '왜'를 이해하기 위해 상품관리자와 많은 토의를 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결과물이 제공할 가치를 고민하는 프로젝트 관리자의 언어는 편하게  프로젝트를 끝나고 싶은 이기적인 프로젝트 관리자의 언어와 달리 이해관계자들에 공감받고 지지받을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자의 생각이 팀원들까지 확산된다면 그러한 프로젝트 팀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축복이 됩니다.   


이해관계자는 논리로 설득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프로젝트 관리자의 생각과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행동을 바꾸는 것은 더욱 힘듭니다. 

보통 사람은 상대방이 나와 다른 의견을 논리로 설득하고자 할 때 부정적인 감정이 생깁니다. 누군가 나의 생각이 틀렸다고 논리적으로 나를 설득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될 겁니다. 설사 상대방의 설명이 논리적이어도 내가 틀렸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하거나 머쓱해집니다. 공식적인 회의석상에서는 더더욱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습니다. 그런 경우 상대방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이해하기도 싫어집니다.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이유는 이해관계자의 행동을 바꾸고자 함입니다. 사람의 행동은 논리만으로는 바꾸기 힘듭니다. 상대방이 나의 상황을 공감하고  배려한다는 느낌이 있을 때 상대방의 의견을 따르게 됩니다. 나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 없이도 상대방 의견을 따르는 경우는 상사의 의사결정이나 지시뿐입니다. 그러나 상품관리자나 프로젝트 관리자가 이해관계자에게 지시할 권한은 1도 없습니다. 권한이 없는 사람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논리적이면서 인간적으로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현재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작합니다. 현재의 불편을 해소하여 이해관계자들이 환영하는 프로젝트도 있지만, 익숙한 현재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신상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전자에 해당하지만, SI 프로젝트는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변화에 대한  설득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해 설득하는 것은 매우 힘들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과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조직의 경영층에게 이해관계자 설득을 부탁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프로젝트팀 외부의 이해관계자는 ‘권력을 가진 경영층’과 ‘협업을 해야 하는 유관부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유형의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여 협조를 이끌어 내는 방안을 다음과 같습니다. 

 

권력을 가진 경영층에게는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릴 때 동네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질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펌프질을 하기 전에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펌프에 부어야 하는데 이 물을 ‘마중물’이라 합니다. 펌프질을 할 때 올라오는 물을 마중 나간다는 뜻입니다. 일단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더 이상의 마중물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경영층이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가지는 신뢰도 마중물과 같습니다. 경영층이 프로젝트 관리자를 신뢰하게 하고 신뢰형성 초기에 프로젝트 관리자가 그 신뢰에 응답하는 행동을 한다면 경영층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든든한 아군이 됩니다. 경영층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경영층을 배려해야 합니다. 


• 경영층이 찾기 전에 찾아갑니다. 

경영층이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특정주제에 대한 보고를 요청했다면 이미 타이밍이 늦은 것입니다. 보고를 요청했다면 뭔가 궁금한 것이 있거나 요청할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는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지만, 나쁜 인상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경영층이 찾기 전에 프로젝트 현황을 공유하고 경영층의 의견을 물어보는 자리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프로젝트 관리자에게는 호감을 가지기 쉽습니다. 설사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해도 나쁜 인상을 남길 가능성은 적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경영층을 어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수동적인 자세로는 신뢰를 얻기  힘듭니다. 능동적인 자세가 중요합니다. 경영층보다 많이 앞서지 않아도 됩니다. 한걸음 정도만 앞서면 됩니다.  

 

• 완성하기 전에 찾아갑니다. 

경영층에게 찾아가기 전에 최대한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프로젝트 관리자가 있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내용을 경영층에게 보고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영층에게는 결과를 보고하는 것보다 프로젝트 추진방향을 의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대부분의 경영층은 그것을 선호합니다. 본인의 생각과 다른 내용을 그것도 진도가 많이 나간 뒤에 보고받으면 신뢰하기 힘듭니다. 피드백을 주기도 부담스럽고, 지금까지 엉뚱한 작업을 하느라 조직의 자원을 낭비한 것도 속상합니다.  경영층이 본인의 의견을 부담 없이 피드백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피드백을 받기 좋은 시기는 프로젝트 추진방향을 설정하는 초기입니다. 

경영층이 부담 없이 피드백을 하고, 그러한 피드백을 반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프로젝트 관리자에 대한 신뢰는 더욱 두터워질 것입니다. 


• 작게 자주 업데이트 합니다. 

경영층은 여러 가지 현안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바쁠 뿐만 아니라 머리도 복잡합니다. 따라서 경영층에게는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하나의 주제를 보고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매번 보고할 때마다 새로운 주제를 보고받는 것보다 이전에 보고했던 주제에서 바뀌거나 추가한 내용을 업데이트하는 보고는 상대방을 편하게 해 줍니다. 익숙한 주제이기 때문에 보고 초기에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이 부드럽게 보고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난 0월 0일에 프로젝트 계획에 대한 보고를 드렸고 그때 추진방향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첫 번째 스프린트를 진행했는데 주요 결과 및 현안에 대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경영층에게 보고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즐기시면 프로젝트를 잘 진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자의 좋은 평판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https://brunch.co.kr/@kbhpm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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