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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Dec 20. 2024

로봇처럼 꿈꾸다 / ​권분자


     










       


로봇처럼 꿈꾸다  


권분자

  


번쩍거리는 불빛 도시를 

타워에서 내려다보다가 

우두커니 서 있는 외투의 건물들이

저마다 명품상표를 붙인 걸 보았다 


명문세가, 이다음, 푸르지오 

내 눈동자가 흔들릴 때마다 

빠르게 움직이는 수많은 로봇 같은 이름들 


살아있는 동작에 가장 가깝게

죽은 동물을 방부처리 해 

건축업자는 박제로 세워두었다  


이러한 건물의 도시는 로봇이 필요하다 


건물 안을 드나드는 

일개미 몸짓의 로봇인 나는

별 조각으로 찰칵찰칵, 기계를 작동시킨다 


어깨 너머로 소멸하는 하루를       

골목 안쪽으로 자꾸만 들여보내고

멋 부려 껴입은 명품에게도 

멋진 바람 뿔을 가졌다고 

엄지를 세워준다 


여기저기에 부딪치며 끌리는 

가냘픈 뼈마디의 신음이 

도시에 가득하다


















똥파리




권분자


   




이런 모임 저런 모임


사람 향기에 이끌리다가 


벨벳 드레스 저 여자


자정 넘어서야 집으로 든다


    


갈색 선글라스에 


날개 흔드느라 남발한 카드 탓에


핀잔주는 남편 앞에서 납작하다


    


벼르고 벼르던 파리채에 


발정 끼 저 여자 


두 손 싹싹 비비는데


수북 쌓인 설거지통 그릇 무더기가 


부아통을 건드린 걸까    




늦여름 방 안 유리창에 


자꾸 곤두박질하는 저 여자


더럽다며 신세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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