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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leJune Feb 01. 2021

'약은 약사에게, 음악은 음악가에게’

음악가로 살아가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과 부탁이 있습니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서 시작한 음악가로서의 삶이 어느덧 11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이 수입이 일정하지 못하고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기에도 불안한 고용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해봤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시각각 변하는 감성적인 삶과 자극적인 경험을 잊지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음악가의 삶으로 돌아왔습니다.

음악가로 살며 가장 많이 듣는 질문과 부탁이 있습니다. 

“너는 어떤 음악 들어?”, “내 기분에 맞는 노래 좀 추천해줄래?”


참으로 뻔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저라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 문구가 떠오릅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음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음악 처방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에게 불필요하리만큼 많은 정보와 함께 노래를 추천해주었습니다. 수업 중 교수님에게 들었던 음악의 역사라든가 뮤지션들의 삶 등을 말입니다. 머릿속 어딘가에 꽁꽁 숨어버린 기억까지도 훑어내어 멋져 보이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얘가 지금 이런 것 까지 생각할 기분이 아닐 텐데..’ 


대게는 아주 슬프거나 신나는 상황에서 부탁이나 질문을 합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은 슬픔이 감당이 되지 않아 가슴에 담긴 감정들이 머릿속을 지나치지 못하고 입 밖으로 여기저기 흩어져버리는, 마치 모래성이 바스러지기 전, 여기저기서 모래가 주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부탁을 합니다.


그래서 방법을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부탁을 하는 친구에게서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하고 “노래나 들을래?”하며 옆에 앉아 외롭지 않게 위로하는 것. 이 방법이 가장 필요해 보였습니다.


사실 음악을 추천해주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는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가 지나가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 난 왜 이런 음악을 듣는지에 대한 말들이 떠오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불필요한 정보는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음악에 관심 많은 친구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음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한 여름에 카페테라스에 앉아 천천히 녹아내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 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음악의 역사적 사실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제외하고, 나의 경험에서 바라보는 음악의 모습이나 귀에 들어오는 순간의 일차원적이고 본능적인 느낌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음악을 전공한 친구는 아니지만 워낙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여서 이론적인 설명이나 견해를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날만큼은 저 또한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청중의 입장에서 음악을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친구의 비웃음이나 오그라드는 표현을 보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의외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뭐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음악을 들었던 거야? 

역사나 이론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느낄 수도 있구나..”


사실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수없이 흘러가던 장면과 이야기들이 그날따라 정리되어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호기심 많은 눈으로 지긋이 쳐다보던 친구는 하다못해 블로그에라도 이런 이야기를 써보라고 권합니다.


글은 무슨 글이냐며 자신 없어 쓰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후로도 많은 공연을 하고, 늦은 나이에 군대를 다녀오고, 

음악생활을 접어둔 채 사원증을 목에 걸어보는 회사원으로서의 경험도 해 보았습니다.

코로나 19라는 생전 처음 만나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활동이 멈춘 지 1년, 

여유 아닌 여유가 생겨 저의 이야기와 속마음을 담은 음악이야기, 그리고 음악 처방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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