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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a Jul 24. 2020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시겠습니까?

2020년의 빅브라더는 누구?


'입력하신 동일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당사 제휴 사이트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에 동의하시겠습니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이트 회원가입 마지막 단계에 가면 이와 같은 동의 여부 확인 팝업창이 열리곤 했다. 브랜드 계열사가 n개라면, 그 중 하나만 가입해도 나머지 모든 사이트를 동시에 가입할 권리가 주어졌던 셈이다. 당시 '한 번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로 다채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대기업 브랜드 등 '다채널'을 보유한 회사에만 한정되었다.


요즘은 전혀 상관없는 플랫폼들 간에도 개인정보를 활용한 가입 절차가 간편해지고 있다. 핀테크, 소셜 등 정보 IT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구글 계정,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포털 아이디, 페이스북 연동 만으로도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의 '액티브 X' 만큼 번거로웠던 회원가입 절차가 단순해지면서 생활에 편의가 찾아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토록 정보 접근성이 급속히 빨라진 게 불안하기도 하다. '이런 사이트에도 가입을 내가 했던가?' 싶은 사이트에서 휴면 계정 전환 안내나 방문 독려 메일을 받기라도 하면 의심은 더욱 심해진다. 게다가 우리는 몇십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뉴스 등을 심심치 않게 접하며 살고 있다. 그동안 내 개인정보는 얼마나 자주 유출되었을까?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개인 정보의 중요성이 거론될 때마다 으레 '빅브라더'라는 표현이 등장하곤 한다. '빅브라더'는 원래 조지 오웰의 장편소설 『1984』에 등장하는 인물 이름이다. 소설 속에서 '빅 브라더'는 가공 국가 오세아니아의 최고 권력자이다. 사람들은 어디를 걷고 어디를 봐도 '빅브라더'가 그려진 포스터를 마주하며 살아간다. 프로파간다 포스터들은 사람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이 국가의 감시로부터 빠져나갈 수 없음을 경고하며 공포심을 조장한다.


소설이 쓰인 1948년에는 편지, 전화, 전보 등 아날로그 형태로 주요 정보를 주고받았다. 2차 대전 당시 참전국들의 승패 여부는 적국의 군사기밀정보를 얼마나 많이 알아낼 수 있는지와 직결되기도 했다. 30여 년동안 만연했던 국가의 도감청 시스템은 당연히 종전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상업목적으로 변모해 계속되었다. 거대한 세계사는 정보력이 힘이 되는 시대를 보여주었다. 그 흐름은 개인에게도 이어져 사람들은 정보 결정권이 나에게 있는 사회를 꿈꾸기 시작했다. 내 의지로 정보 결정권을 가질 없는 사회는 디스토피아나 다름없었다.


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정보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빅브라더'는 정보 독점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체계를 비유하는 고유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빅브라더'가 예방 차원에서의 정보 권력을 표현하기도 한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지나면서 우리는 환자들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절대다수의 선익을 위해 소수의 정보가 활용되면서 '빅브라더'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 문제는 '환자의 개인정보를 공개/공유하는 일이 옳은가?'라는 윤리적인 논쟁으로 치닫기도 했다.


게다가 이제 빅브라더는 더 이상 국가의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언택트, 비대면 트렌드가 완전히 자리 잡게 된 이후 온라인 대형 플랫폼들이 막강한 정보 권력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동안 우리는 평소보다 자주 집에 있었고, 평소보다 자주 구글 창에 무언가를 검색했다. 검색 키워드 알고리즘으로 구글은 당신에게 '관심 있을지도 모르는 광고'를 지치지도 않고 보여주었을 것이다. '관심 없음'을 열 번쯤 누르다 보면 가끔은 정말 관심이 가는 광고가 나오기도 한다. 내 정보를 수집해 열심히 일한 구글은 광고주에게서 돈을 받는다.


이러한 정보수집과 광고를 기피하는 크롬 사용자들은 미리부터 '시크릿 모드'를 사용해 개인정보 수집을 막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 시크릿 모드조차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조항 문제로 사용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 검색 정보들이 기록되는 과정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남겨둔 정보들로 어떤 기업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을지 모른다. 검색 몇 번으로 정보를 얻는 시대가 오고 보니 고작 전화나 도청할 수 있던 48년의 '빅브라더'는 오히려 새삼스럽다.




쉽고 빠르게 털릴 수도 있다



8월 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개인정보 활용 방식에 대한 변화가 느껴진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정보 주체인 '개인'은 특정 기업에 이미 제공한 자신의 정보를 요청에 따라 개인 또는 제3자에게도 동일하게 개방할 수 있게 된다. 즉 금융, 투자정보, 보험, 부동산, 자동차 정보 등의 현황을 연계해서 확인할 수 있다. 각 금융사별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며 가입해야 했던 수고로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제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전통 금융권은 핀테크 기업보다 먼저 참신한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사실 이미 우리는 카드대금, 공과금 등을 간편 앱 결제로 납부하고 있다. '일상의 이로운 흐름을 만드는 생활 금융 플랫폼'이라는 카카오페이의 비전은 꽤 성공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 네이버페이는 얼마 전 주식계좌 연동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한 곳에 저장/수집/활용되는 것이 '편의'를 제외하고 볼 때도 정말 안전한가? 에 대한 질문에 사람들은 아직 확답을 얻진 못했다. 기술혁신이 가져온 편리함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에는 아직도 금융거래 시 체크카드나 통장 하나로 직접 주거래 은행 창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꼭 정보 습득에 더딘 세대가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 속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정보 활용에 소극적인 태도는 정보화 시대에야말로 정보 수호가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보여준다.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보다 많은 사용자 정보수집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쉽고 빠르게 털릴 수도 있다'는 사용자들의 의심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




2020년의 빅브라더는 누구인가



이제 사람들은 지갑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인터넷 클라우드에는 내가 작성한 보고서, 사진, 주소록이 모두 저장되어 있다. 개인의 정보는 더 이상 종이에 기록되지 않는다. 싫든 좋든 이제 우리는 단 한 번의 정보 기입/저장으로 타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한 발짝 물러나 생각해보면 간편한 정보 활용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분명 신기술들의 발전이 있었다. 단순히 기술발전의 역사만 놓고 보면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관계는 코로나 대유행을 겪으면서 더욱 돈독해졌다. 글로벌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은 어느 때보다 IT 기술이 절실해졌다. IT 대기업들이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독점하면서 범접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한국처럼 통신이 발달해 있는 국가에서 모두가 사용하는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을 권리를 말하기는 어렵다. 네이버를 쓰지 않는 사람들은 '집합 시설 출입을 위한 QR 코드 인증' 절차가 번거로워진다. 카카오는 공공기관과 제휴해 알림 톡을 제공하기도 한다. 플랫폼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는 힘든 시대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그들을 '빅브라더'라고 부르는 데는 어폐가 있다. 그들은 굳이 사람들의 패턴을 감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사람들이 다음 수로 무엇을 선택할지 예측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이러한 정보 활용에 모두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부분 읽어보지도 않고 Yes를 누른다. 도감청을 통해 직접 감시를 일삼던 빅브라더 방식은 옛 것이 된 지 오래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딥러닝 등 새로운 기술이 결합하는 시대, 어쩌면 2020년의 '빅브라더'는 검색창 저 어딘가에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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