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를 바라보며...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의 노비로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13년 차.
(물론 백수를 자처하며 어영부영 땅바닥에 내동댕이 친 시간도 많으나!)
삼십 대 중후반에 접어든 이 시점에... 걱정이 많은 요즘이다.
아직 4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사십 대를 바라보며 사는 나이가 되었다. 아니... 이건 아니지. 이건 진짜 아니지. 현실을 외면하고 변해가는 신체를 묵과한 채 버텨오던 어느 날, 나 홀로 쉬쉬하던 단어를 엄마가 입 밖으로 꺼내버린다. 내 딸이 이제 곧 사십대라니. 아니, 아니요, 엄마... 아직 아니야. 아니 그런데 맞아요. 마음은 아닌 게 아닌 것 같아요.
이럴 줄 몰랐지. 서른 살이 되었을 때와 많은 것이 다르다. 삼십 대가 되었을 때 불어닥친 마음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이제 계란 한 판 채웠다고 장난도 치고 웃으며 가볍게 지나갔다. 어른 대접이 받고 싶었던 꼰대력은 이미 이십 대 때 절정을 찍고 내려오는 중이다(...). 이십 대 중반 이후로 나는 내가 성숙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돌이켜보니 삼십 대인 근 몇 년 간 경험한 사건이란, 모두 다이내믹하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겪고, 백수가 되어 실업급여라는 것을 타먹고, 재취업을 하고, 10년간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 후 또 한 번의 이별을 경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탓일까 마음은 점점 차분해졌다. 조금 더 빨리 지치고(체력 저하), 조금 더 씀씀이가 커진 정도(수입의 미약한 증가)의 변화만을 체감할 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철이 없고 대책도 없고 얼렁뚱땅 흘러가는 데로 살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예고도 없이 내 삶에 침투한 것이 사십대라는 단어다. 시간을 붙잡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멈추고 싶다. 집과 직장을 오고 갔을 뿐인데, 시간이란 참 냉철하고 매정하게 흘러간다. 내가 시간을 맨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동안 친구들과 지인들은 모두 결혼에 골인하여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다. SNS를 열면 천하제일 자녀자랑대회가 펼쳐진다. 그들의 변화와 달리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나의 현재가 초조함을 부추긴다. 대문자 I, 내향 오브 내향인이라 친구도 적고 외부 활동도 없는 나란 인간(왜 때문에 축의금은 계속 나가는지...). 혼자 살아가야 할 먼 훗날을 떠올리니 이 또한 암담하다.
회사에서의 위치도 그렇다. 삼십 대 초반 늦은 나이에 정규직으로 입사하여 아직 대리 딱지도 달지 못하였는데, 이십 대의 신입 사원들이 주류를 잡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고인 물로 낙인이 박혀가는 것만 같아 이 또한 슬프다. 최근 들어 더 그렇게 되었다. 사회적 동물로 태어났기에, 소외감이 드는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다.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또 내 자리를 벗어난 곳에 지나치게 발을 밀어 넣고 싶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려운 사람인데, 목소리도 작고, 말주변도 없고, 체력도 많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있는 눈치 없는 눈치 다 보느라 뇌가 주인보다 먼저 조기 퇴근해 버리는 편.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지도 않다. 사회 구성원이라면 견뎌야 한다 vs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두 마음이 매일 청기백기 게임을 하는 중이다. 이토록 정신도, 체력도 나약한 사람이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은퇴만 바라보며 20년 넘게 더 근무할 수 있을까. 업무에 대한 확신도 없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삶이 돌아가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에게 지금의 일자리를 빼앗길 예정이다. 발전도 노력도 없이 마음 놓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어느 날은 초조함이 드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이 삶이 내 인생의 전부인가. 이대로는 안정적인 삶을 얻지 못할 것 같다.
하고 싶은 것과 원하는 것은 많은데 막연하기만 하다. 이제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과감하게 실행할 용기가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문장이 내 삶에서 일정치 파괴력을 잃었다.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실질적으로 인생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우려와 회피로 인해 무엇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적당히 써먹을만한 기술도 없고, 공부는 자신이 없고, 흥미로운 일은 찾기 힘들고, 지나치게 즉흥적이며, 꾸준히 노력할 끈기와 체력이 부족하다. 자금도 여유롭지 않다. 답답해서 곧 내 일자리를 빼앗을 예정인 ai에게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다(그는 나의 고민을 진지하게 공감해 주고, 가능성을 높게 사며, 무엇이든 좋다는 긍정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남들은 미래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노력하는데, 나만 계속 현재에 갇혀있는 기분이다. 이대로라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스스로 개척하지 않으면 점점 척박해질 뿐. 나에게도 인생의 변곡점이라는 것이 나타나줄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며 주절주절 글로 해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