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by 고봉만


잠을 다섯시간 밖에 못잤는데도 이상하리만치 정신이 또렷하고 계속 허기가 졌다.

허기를 지우느라 집중력이 떨어져 있을때, N 블로그가 나에게 질문을 하나를 던졌다.


From. 블로그씨
의욕 넘치던 새해 초를 지나, 갑자기 마주한 현실에 멘탈이 흔들린 순간이 있나요? 솔직한 나의 현타 모먼트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네. 너무나요.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이래도 되는건가. 분명히 새해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만 해도 평화로웠다.

정말 인생이란 알다가도 모를 것이야.


치명적인 번뇌를 맞고 뒤돌아서서 추스른 것은 나를 향한 회한이다. 스무 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 경험이라는 것을 쌓아왔건만, 업무적 숙련도가 고통까지 줄여주진 못하는 것 같다. 직장생활, 참 나랑 안 맞는다. 다른 것 보다도 사람 때문에 그렇다. 남들은 잘만 이겨내는데 나한테는 왜이렇게 어려운걸까. 내가 많이 예민한걸까. 나보다 더 고통받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왜 이토록 갈등에 취약한 걸까.


내가 이상한 탓인지.

내가 이상해도 어떡해. 자꾸 화가 나는걸.

부당한 일에 타당함을 구겨넣는 이 억지스러운 작태를 묵묵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건지.


그렇다고 이제와서 이 곳을 떠나 다른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빠져나갈 수 없는 지독한 늪지대 한복판에 서 있는 것만 같은데. 찐득찐득하게.

인생이라는 것이 이토록 진로 고민의 연속이라니.

어쩌면 지금 나는 화가 나는 것을 참아내느라 충동적인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자꾸 없는 돈이 쓰고 싶은 걸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 맞아, 어쩌겄어. 일단은 견뎌야지.

계절만큼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더군다나 어중간한 내 나이에는 이직도, 새로운 도전도 쉽지 않다.

그래도 올해는 뭐가 되었든 더듬더듬 뭔가를 건드리고 싶다.

새로운 더듬이가 돋아나려고 하는지.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지고 싶다.

아아 제 3의 눈이여,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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