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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톱 Sep 22. 2023

대학원생 A씨 #1

전학생 A씨


A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다녔던 고등학교는 신설이라 전교생이 10명 남짓한 학교였고, 2-3일에 한 번씩 새로운 전학생이 왔다. A가 전학왔던 그 날도 별다를 건 없었다. 학생 절반이 전학생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등학교에 비하면 전학생이 온다는 사실이 딱히 큰 이슈는 아니었다.

수업 중에 선생님이 틀어주신 영상을 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드르륵하고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나를 포함한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A를 향했다. 온다던 전학생이구나. 예상치 못한 첫 만남에 반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약간은 당황한 듯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A는 맨 뒤 빈자리에 메고 온 가방을 내려놓고는 다시 뒷문으로 나가버렸다. 문이 닫히자마자 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야, 쟤 다리 봤어? 다리 엄청 길어.]


나는 A의 다리가 어땠는지 몇 초 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확실히 길었던 것 같긴 하네. 그러나 내 관심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내 몇 초 전부터 A에게 관심을 빼앗겨버렸던 그 영상으로 다시 돌아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나는 어떤 자격지심이 있었다. 웬만큼 공부를 한다는 것 빼고는 아무런 장점이 없었다. 예쁘지도 않았고, 학교라는 사회에서 살아남기에 필수적인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었다. 모범생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지만 그건 나에게 칭찬이 아니었다. 내가 필요한 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었다. 외모든 성격이든 평범한 게 아니라 매력적이고 싶었다.

자기가 별로 존재감이 없다는 걸 알면서 눈치가 빠른 사람은 사람을 빠르게 판단하고 단념한다. 차근차근 형성된 자격지심은 나로 하여금 매력적인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외모가 예쁘거나 성격이 정말 활발해서 다른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학생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나와 친해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정지으며 단념했다.


A는 또래에 비해 예쁜 얼굴에 속했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예쁜, 흔치 않은 느낌과 아우라가 있었다. A가 들어올 때 내 눈에 띄었던 것은 다리가 아니라 얼굴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나와 친해질 수 있는 친구 목록에 A는 없을 거라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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