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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부신세실 Jun 22. 2024

타투를 붙여볼까?

별 관심 없어요

시작 10분 전이 가장 붐빈다. 샤워기로  물을 뿌려주며 수영복을 서로 추겨주고 어깨끈을 바로 잡아 입는 것을 도와주는 정다운 모습들. 그때마다 내가 자주 듣는 말. 

“오십견으로 수술했나 봐요?”

 하는 말이다. 내 대답은 항상 똑 같다 

“넘어져서 다쳤어요.”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지만 그날의 일을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고 아찔하다.

10년 전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퇴근길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팔꿈치에 심한 골절상으로 뼈가 부러지고 바스러져서 조각을 맞추고 보철과 나사를 박는 수술을 했다. 

그리고 깁스를 세 달 동안 하고 있으니 팔꿈치가 펴지지 않아 도수치료 30회 이상하고 겨우 80% 정도만 펴져서 불편대로 일상생활을 하게되었다. 

그런데  2년 전 또 넘어져서 같은 팔 왼쪽 어깨뼈가 골절됐다. 골다공증이 심해서 부러지는 정도가 아니라 깨지는 약골의 뼈이다. 이런 이유로 왼쪽 팔은 로보캅이 되었다.

엑스레이를 찍으면 공사장에 비계를 설치 해놓은 것 같다. 그런 흉터 때문에 여름에 반팔소매 입기를 꺼려했고, 긴팔 옷을 입어야 했다. 

그리고 왼쪽 팔은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쫀쫀한 수영복을 잡아 당겨 입기기 매우 어렵다. 수영복에 비누를 칠해 입으면 조금은 수월하지만 그래도 형님들이 올려주며 도와준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할 시간에는 여유가 있어 벗은 몸들을 스캔하듯 보게 된다. 

제왕절개흉터, 허리 흉터, 무릎 흉터, 나 같이 어깨 흉터, 등등 평균 연령 55세 이상인 어르신들이다 보니 성한 분이 별로 없다.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픈 것은 다반사. 낙상, 교통사고로 인한 흉터, 평상복을 입었을 때는 멋쟁이였던 분들도 벗으면 앙상하고 휘어진 다리를 하고 있고, 구부러진 허리와 처진 배, 주름지고 탄력 잃은 피부, 그분들의 몸이 세월과 역사를 말한다.

요즘은 의술이 발달하고 의료보험 해택이 좋아 아픔을 참고 살 필요 없다며 병원 투어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은 아프다 아프다하며 미련하게 살 필요가 없단다. 

무릎에 연골이 닳거나 허리 디스크가 있으면 검사 결과에 따라 시술이나 수술을 받아 안 아프게 사는 것이 현명하다 하신다. 

분명한 것은 수술 후에 재활운동을 잘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소용없으니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신단다. 샤워를 하면서도 어느 병원이 잘하고 물리치료는 어디가 시원하게 잘해준다고 한 분이 이야기 하면, 옆에서 서로 질세라 당신네들이 다니는 병원을 소개해 준다. 

어느 분은 수술 후 허리까지 아파서 수술을 후회 한다고 하시며, 지팡이 짚고 살살 달래며 친구처럼 살 걸 그랬나 보다고 하며 호불호를 제기하신다. 내가 저분들처럼 될 경우 어느 쪽을 선택할까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시 고민을 해본다.


 그런데 한쪽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샤워를 하시는 분이 있다. 항상 그 자리를 고수 하신다. 우연히 내가 그 옆에서 샤워를 하게 된 날 나는 보았다. 가슴에 흉터를 보았다.  헬스장 회원인지 수영장 회원인지 알 수 없지만대중 앞에 드러낸다는 것이 여자로서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샤워장에 오기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 것이다. 수영을 했다면 당연히 샤워야 해야 겠지만 헬스를 했다면 집에 가서 하면 되겠지 하는 소심함도 있었을 테인데 샤워장에 오신 그 용감함에 마음의 박수로 응원했다. 

그리고 ‘괜찮아요. 잘 오셨어요. 건강하게 사셔야죠.’ 입안으로 웅얼거린다. 그러면서 내 팔뚝을 만져 보았다. 아직도 피부가 울퉁불퉁 자연스럽지 않고 쭉 펴지지 않는 짝짝이 팔길이. 그래도  내 몸에 붙어 있어서 고맙다고 토닥토닥해 준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은 고치기가 어렵지만, 외과 적인 수술의 흉터는 모두 자기의 몸을 건강하기 위해 치료로 얻어진 상처이기에 굳이 가리거나  부끄러워만 할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나 또한 꿰맨 자국의 흉터가 커서 무더운 여름에도 긴팔을 입었다. 타인들은 내가 멋으로 입고 다니는 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남에게 별 관심이 없고, 그 관심은 잠시 잠깐이다. 그러면서도 내게 관심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마인드컨트롤로 마법을 걸며 삼사 년의 여름을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수영장에도 다시 다녔다. 그냥 보여 지는 그대로 즐겁게 운동하고 샤워하면서 남의 시선과 잡다한 생각을 거품에 시원하게 씻겨 보내지만 오늘도 어깨의 흉터를 보며 오십견 수술을 했느냐 묻는 이가 있다

"넘어져서 다쳤어요"  나는 씩 웃는다. ' 이번 여름에 예쁜 타투를 붙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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