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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모하모 Aug 02. 2019

하산 미나즈 쇼, 이토록 친절한 시사

<하산 미나즈 : 이런 앵글>, <하산 미나즈의 금의환향>

들어가며     


하산 미나즈(Hasan Minhaj). 정치학을 전공한 인도계 미국인.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되는 <하산 미나즈의 금의환향>이나 시즌 3까지 진행된 후 시즌 4 공개를 앞두고 있는 <하산 미나즈: 이런 앵글>을 진행하는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입니다. 일반적, 혹은 전형적인 흐름과는 맥을 달리하는 그의 존재는 때론 이질적인 때가 많죠. 예컨대 가끔씩 자신조차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썰렁하게 막 던지는 듯한 하산 미나즈 식의 유머는 썰렁한 개그에 익숙해 보이는 미국인들조차 웃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처럼 자신의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조차도 전체적인 쇼의 맥락에서 장치로 활용할 줄 아는, 타고난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는 그가 그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쇼를 넷플릭스라는 포맷 안에서 안정적으로 자신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생산해낼 수 있는 배경이 되곤 합니다.      


인터뷰 : 시사와 코미디의 경계에서     


시즌 3까지 진행된 하산 미나즈 쇼 구성에서 특히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바로 그가 진행하는 인터뷰들입니다. 그의 주장이나 설명을 뒷받침하기 위해 쓰이는 무수한 영상적 장치들 – 뉴스 클립과 영상들, 인포그래픽 등 – 중에서 그의 인터뷰가 특이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 방식이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의 문법하곤 다른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정식 인터뷰와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 1~2분간의 짧은 인터뷰들은 대부분 하산 미나즈의 주장 및 설명을 보완하는 근거자료로써 제시되지만, 때때로 그의 인터뷰는 한 회차의 성격을 보여주는 프롤로그성으로 작동(시즌 3 : 인도 총선과 말레이시아 스캔들)하거나, 혹은 유머 코드를 가미한 브릿지(시즌 3 수단 : 혼란에 빠지다)로써 활용되기도 합니다. 정통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쓰일 수 없는 방식의 인터뷰가, <하산 미나즈 쇼>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셈이죠. 이를 통해 하산 미나즈가 직접 하는 인터뷰는 당사자와의 대담을 통해 현장감을 전달하면서도 동시에 하산 미나즈 쇼의 코메디쇼로써의 정체성을 유지시키는 이중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정체성 줄타기를 통한 보편성 확보     


하산 미나즈가 자신의 이름을 건 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근거처럼 작용했던 그의 코미디 쇼인 <하산 미나즈 : 금의환향>에서 하산 미나즈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자신의 정체성과 그로 인해 발생했던 문제들을 환기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전형적인 인도계 이민자 가정의 상황과 그가 학창 시절에 겪어야 했던 정체성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망한 첫 사랑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그의 코미디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던 관객들마저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확 잡아채는 강렬한 효과로 이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하산 미나즈는 인도 가정 혹은 이민자 가정에 대한 편견 내지 선입견의 틀을 보여주면서도, 그는 동시에 그 틀을 벗어난 미국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그의 정체성은 이후 <하산 미나즈 쇼 : 이런 앵글>에서 시종일관 이어지죠. 미국이라는 패권 국가가 국제 사회에서 미치는 영향력이나 파급력은 물론 사우디 아라비아 왕가나 중국에 이르기까지 성역 없는 비판(내지 풍자)을 이어가면서도, 그는 언제나 다시 미국-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그의 정체성은, 상식적이지 않은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통한 ‘상식’으로서의 회귀를 촉구하는 장치로써 활용됩니다. 이것이, 사우디 아라비아 왕가의 항의로 인해 넷플릭스가 자신의 콘텐츠를 내리는 상황을 풍자하면서도 다시 중국의 검열 문제를 짚고 넘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하는 것이죠. 이는 동시에 미국인이지만 동시에 인도인이자 무슬림인 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크리켓 스캔들(시즌 3)과 같은 보편적이지 않은 이슈부터 미국 내 학자금 문제(시즌 2)와 같은 다채로운 주제들을 다룰 수 있게 하는 든든한 배경이 돼 주기도 합니다. 정체성으로 인해 한정적인 이야기에 갇힐 위험성을 딛고 일어서서 오히려 특수성을 바탕으로 한 보편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죠.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들      


마지막으로 코메디쇼가 아닌 시사 프로그램으로서의 하산 미나즈 쇼가 가지는 강점은 적극적인 이미지의 활용입니다. 뉴스 클립과 인포그래픽, 풍자적 이미지들로 가득한 하산 미나즈 쇼는 하산 미나즈의 스탠드업 코메디 형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됨에도 많은 그래픽적 요소들을 활용해 상황을 설명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뉴스 영상을 보여주면서도 필요한 부분을 추출하고, 연속적인 배치들을 통해 내용을 보완하는 편집을 통해 하산 미나즈는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기 보다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갑니다. 말보다는 이미지를 통한 전달 방식은 그 결과 그만큼 더 효율적으로 어려운 내용들을 전달할 수 있는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나가며 : 성역이 없는 시사 코미디 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다     


< 더 데일리 쇼 >, < 라스트 위크 투나잇 > 등 수많은 미국의 시사코미디쇼 중에서도 < 하산 미나즈 쇼 : 이런 앵글 >을 주목해볼 만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입니다. 기존과는 다른 캐릭터와 다른 문법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하산 미나즈의 쇼는 자신의 정체성과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쇼의 세계로 시청자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시사 문제를 다루지만, 모든 이슈가 아닌 자신의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선정되는 이슈들. 수많은 뉴스 그림들을 활용하지만 전혀 뉴스하곤 거리가 먼 구성. 자기 자신조차 유머의 소재로 활용하기에 가능한 모든 대상을 향한 성역 없는 비판. 그렇기에 시청자는 그를 '믿고' 아마도 살면서 평생은 관심을 가질 일이 없었던 크리켓에 숨겨진 비리나 멕시코의 부패한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인도계 미국인'인 그의 입을 통해 듣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지금도 하산 미나즈 쇼는 시사 프로그램이자 코미디 쇼이지만 동시에 시사 프로그램도, 코미디쇼도 아닌 방식으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친절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말이죠.


* 사진 출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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