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영양학의 붕괴, 미국의 파격적인 '적색육' 선택
최근 발표된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은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적색육과 동물성 지방을 건강한 식단의 핵심 요소로 규정한 것인데요. 일반적인 통념과는 사뭇 다른 양상입니다.
단백질 섭취 권장량을 기존에는 체중 1kg당 0.8g을 권장했지만, 변경된 지침에는 체중 1kg당 1.2~1.6g을 권장합니다. 또한 버터나 소 같은 동물성 지방을 요리에 사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버터 등에 들어 있는 지방은 대부분 포화지방 비중이 높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미국 정부가 초가공식품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는 것인데요. 소시지, 과자, 냉동 피자, 탄수화물 위주의 가공식품을 식탁에서 치울 것을 권고합니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식재료로 직접 요리해 먹는 문화를 권고하는데, 한국의 김치 같은 발표 식품도 이 추천 명단에 올랐습니다.
빵, 파스타 같은 정제 탄수화물과 당분의 우선순위를 낮춘 점도 눈에 띕니다. 기존 지침에서 강조되던 통곡물조차 이번 지침에서는 단백질과 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아졌습니다.
새롭게 발표된 영양 지침은 미국의 보건장관인 로버트 케네디가 주도하는 MAH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대인의 만성질환 원인이 고기나 지방이 아니라,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 초가공식품에 있다는 관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또한 이번 건강 지침에는 모순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포화지방을 하루 칼로리의 10% 미만으로 제한하라’는 문구가 지침에 있는데요. 하지만 붉은 고기와 유제품을 지침대로 먹으면서 포화지방 섭취를 10%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모순점이 있습니다.
시민 단체와 의료계 일부에서는 이 지침이 축산업계와 유제품 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비판합니다. 미국 축산업 협회와 전미 우유 생산자 연맹은 수십 년간 미 의회에 막대한 로비 자금을 쏟아부어 왔습니다. 적색육과 유제품의 섭취를 대폭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되자, 과학이 아닌 산업계의 로비가 반영된 결과라며 지침 철회 청원이 제기되고 있죠.
이 지침이 확정되면 미국 전역 공립학교 급식에서 채소나 과일 대신 적색육과 고지방 치즈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아동 비만과 조기 성인병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 지침은 미국 연방 정부의 공식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모든 공공 서비스에 반영됩니다. 공립학교 급식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하나로 미국 전역에서 이 지침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미군 부대 내 식당이나 연방 교도소 등 정부가 운영하는 모든 급식 시설의 식단 구성 기준이 이 지침에 맞춰 수정됩니다.
또한 정부가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식료품 구매 기준이 바뀝니다. 저소득층이 식료품을 구매할 때, 정부가 권장하는 ‘건강 식품’ 목록이 이 지침을 기준으로 재편성됩니다. 그리고 임산부와 영유아에게 제공되는 식료품 바우처로 살 수 있는 품목에 붉은 육류와 동물성 지방 제품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식품 제조사들이 제품 포장에 “건강에 좋은”이라는 문구를 쓸 수 있는 기준도 바뀝니다. 과거에는 콜레스테롤과 지방의 함량이 높으면 ‘건강에 좋다’는 표기를 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저평가받던 달걀이나 지방 함량이 높은 고기에 이러한 라벨을 붙일 수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