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방 요거트가 ‘초가공식품’이라고?

트럼프 행정부의 모호한 ‘초가공식품’의 정의

트럼프 행정부의 초가공식품과의 전쟁은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라는 슬로건 아래 추진되고 있는 범정부 차원의 식단 대전환 프로젝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초가공식품을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보건 재정을 위협하는 적으로 규정합니다.


현재 미국의 식품의약국과 농무부가 협력하여 초가공식품에 대한 연방 통합 정의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만약 초가공식품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통곡물 빵이나 저지방 요거트, 아몬드유까지도 초가공식품으로 정의될 수도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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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을 분류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준은 노바 분류 체계입니다. 노바 분류 체계는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의 카를로스 몬테이루 교수가 제안한 시스템입니다. 핵심은 식품의 칼로리나 영양소 농도가 아니라, 가공의 목적과 정도에 따라 식품을 4가지 그룹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 체계에 따르면 단순히 식품을 조리하거나 가공하는 것을 넘어, 가정 내 주방에서는 쓰지 않는 화학적 첨가물이 들어가거나 공학적인 공정을 거치면 초가공식품으로 정의됩니다.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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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의 핵심은 원재료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해한 뒤, 공장에서 만든 물질을 다시 조합했는가에 있습니다. 비록 건강에 이로운 통곡물이나 견과류를 원료로 썼더라도, 대량 생산과 유통을 위한 산업적 공정이 개입되는 순간 엄격한 기준 아래서는 초가공식품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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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물의 경우, 빵의 질감을 부드럽게 유지하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유화제, 팽창제, 보존료 등의 첨가제를 넣습니다. 그리고 통곡물의 거친 맛을 보완하기 위해 설탕이나 액상과당을 추가하거나, 건강해 보이는 색을 내기 위해 당밀 등을 넣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곡물을 아주 미세하게 가루로 내어 다시 뭉치는 방식은 자연 상태의 곡물 구조를 완전히 파괴하기 때문에 초가공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저지방 요거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지방이 빠지면 요거트가 묽어지는데, 이를 걸쭉하게 만들기 위해 변성 전분, 구아검, 카라기난 같은 증점제를 사용합니다. 또한 지방은 풍미를 담당하므로, 지방이 빠진 자리를 합성 향료나 인공 감미료로 채워 맛을 냅니다. 엄밀히 따지면 우유에서 특정 성분만 분리하거나 단백질 농축물을 추가하는 과정 역시 초가공식품의 특징입니다.

아몬드유는 이름과 달리 실제 아몬드 함량은 매우 낮고, 나머지는 물과 첨가물로 채워진 경우가 많습니다. 물과 아몬드 입자가 분리되지 않도록 렉시틴 같은 유화제를 넣고, 자연적인 유제품의 영양을 흉내 내기 위해 비타민이나 칼슘 등을 인위적으로 첨가합니다. 결국 아몬드를 통째로 먹는 것이 아니라, 아몬드에서 성분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는 버린 뒤 화학적 처리를 거쳐 흰 액체로 만드는 과정 자체가 초가공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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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MAHA 캠페인은 식품의 영양 성분보다 가공의 정도 자체를 비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특정 가공 방식이 왜 해로운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보다는 공장에서 나온 것은 해롭다는 식의 다소 이분법적인 논리로 흐르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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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직까지 초가공식품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대개 운동량이 적거나 소득 수준이 낮아 전반적인 생활 습관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 악화의 원인이 순수하게 식품의 가공 방식 때문인지, 아니면 전반적인 생활 방식 때문인지 완벽히 분리해내기가 어렵습니다.


식품 대기업의 강력한 반발도 정의 확립을 늦추는 주요 원인입니다. 만약 초가공식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세워져 제품에 ‘주의’ 문구가 붙거나 급식 메뉴에서 빠지게 된다면 기업 운영에 차질을 빚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초가공식품의 범위를 모호하게 유지하며 제도화를 미루고 싶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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