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 온상, 미국 FDA의 '우선심사 바우처'

미국의 FDA 바우처 프로그램, 독립성 훼손 논란

현재 미국 FDA의 우선심사 바우처 프로그램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희귀 소아 질환 우선심사 바우처(RPD PRV), 청장 직속 국가 우선순위 바우처(CNPV) 프로그램인데요. 첫 번째 희귀 소아 질환 우선심사 바우처 프로그램은 시장성이 낮아 소외되기 쉬운 희귀 소아 질환 치료제의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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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FDA_Sign_%26_Bldg_21_at_Entrance_(5204602349).jpg


혜택은 희귀 소아 질환 치료제를 승인받은 기업에 ‘우선심사 바우처’를 지급합니다. 이 바우처를 사용하면 차기 신약 승인 심사 기간을 통상 10~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 바우처는 다른 제약사에 판매가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 거래가는 약 1억 5,000만 달러(약 2,000억 원) 내외로 형성되어 있어, 중소 바이오벤처 기업에는 중요한 자금 조달 수단이 되지요. 이는 웬만한 중견 제약사 1년 치 R&D 예산과 맞먹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자금력이 부족한 바이오 벤처 기업은 희귀병 약을 개발해 바우처를 따낸 뒤에 이를 거대 글로벌 제약사에 팔 수 있는데요. 글로벌 제약사는 경쟁사보다 단 4개월이라도 빨리 신약을 출시하기 위해 이 바우처를 삽니다. 블록버스터급 신약의 경우, 출시가 몇 달 앞당겨지는 것만으로도 수천억 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Unsplash



두 번째 바우처 프로그램은 단순히 희귀 질환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가적 보건 우선순위를 해결하는 기업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선정된 기업은 심사 기간을 1~2개월 수준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 FDA와 긴밀한 소통 지원을 받습니다.


구체적으로, 임상 시험을 설계할 때 FDA가 원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미리 확인받을 수 있는데요. 개발 방향이 틀어지는 것을 막고 승인까지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최고급 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것이죠. 최근 이 바우처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약물에는 췌장암 치료제, 불임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PTSD 치료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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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FDA의 바우처 프로그램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여러 번 제기되었습니다. 2025년 6월에 도입된 ‘청장 직속 바우처 프로그램’의 경우, 선정 기준이 기존의 법적 기준보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선정되느냐에 따라 수조 원의 가치가 오가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정되기 위해 FDA나 정치권에 강력한 로비를 펼칠 가능성이 있죠. 어떤 기업이 왜 선정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공개되지 않는 점이 문제입니다.


FDA 내부의 과학자들은 청장실이 주도하는 이 결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우선순위에 따라 특정 약에 우선 심사 특혜를 주는 것이 심사관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죠.


또한 희귀 소아 질환 우선심사 바우처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바우처를 받기 위해 희귀 질환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홍보한 뒤, 막상 승인을 받고 나면 해당 약물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치료 접근성을 높인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정반대되는 것이죠.


실제로 이 바우처 프로그램의 선정 조건 자체가 ‘약가 인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선정된 기업들은 대외적으로는 가격 인하를 약속한 상태입니다. 이 때 출시 시점에만 가격을 낮게 책정하고, 나중에 서서히 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막을 구체적인 사후 관리 규제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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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론자들은 미국의 FDA 바우처 프로그램이 특정 기업이 백악관의 약가 인하 요구에 응하는 대가로, 승인 요건이 미비하거나 임상 데이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바우처를 약속받는 상황이 생긴다고 지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특정 제약사가 개발한 치료제에 대해 FDA가 신속하게 바우처를 발급하도록 압박을 가했다고 합니다. 이는 FDA의 독립성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이렇게 바우처가 남발될 경우 장기적으로 환자의 안전과 신약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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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소아 질환 우선심사 바우처 프로그램은 2024년 9월 30일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2025년 12월, 미국 하원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2029년까지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Give Kids a Chance Act’를 통과시켰습니다. 청장 직속 국가 우선순위 바우처 프로그램은 현재 FDA 청장의 주도 하에 활발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볼까요? 한국에는 미국 FDA의 바우처 프로그램과 완벽하게 똑같은 제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심사 기간 단축과 밀착 지원이라는 혜택 측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유사한 제도들이 있습니다.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는 미국의 우선심사와 가장 유사한 성격의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암, 희귀 질환 치료제, 공중보건 위기 대응 의약품에 대해서 심사 기간을 25% 단축합니다.


두 번째로 ‘혁신제품 길잡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청장 직속 바우처 프로그램(CNPV)와 운영 취지가 비슷합니다. 식약처가 직접 혁신제품 20개를 선정하여 제품화 전 과정을 집중 지원하는 맞춤형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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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의 보건복지부는 국산 신약 약가 우대 제도라는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했는데요. 이는 미국의 바우처 프로그램이 약가 인하를 목표로 하는 것과 좀 다릅니다. 한국은 반대로 ‘혁신성’을 입증하면 약값을 더 높게 쳐주는 인센티브 방식을 씁니다.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이 개발한 신약이 치료 효과 및 국내 기여도와 같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건강보험 약가를 더 높게 책정해주거나, 가격 인하 시점을 유예해주는 혜택을 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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