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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Dec 07. 2023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는 세상 밖에도 존재한다.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바로 책 [해리포터] 시리즈다. 아주 어릴 때는 표지만 보고 읽기 싫었다. ‘왜 이걸 많은 이들이 읽는 걸까?’라는 의구심도 들었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건 아무리 괜찮아도 유행할 때가 아닌, 시간이 흐르고 천천히 접하게 되는 청개구리(?) 심보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해리포터를 접하게 된 건 책이 나오고 나서 한참 뒤였다.     

출처, 호그와트 레거시

 어둠의 마법사로 인해 가족을 잃은 해리.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10살이 되어서야 알게 된다. 어떻게? 마법 학교로부터의 입학 권유 편지로 말이다. 9와 4분의 3 광장을 통해 기차를 타고 유명한 마법 학교 호그와트에 도착하여 마법을 배우게 된다. 마법 세계에서 살아온 론 위즐리, 모범생 그 자체인 헤르미온느와 친구가 되어 함께 수많은 모험을 해나가며, 어둠의 마법사들과 싸워나간다.          

출처, 호그와트 레거시

 위처럼 요약을 해보면 별거 아닌 걸로 느껴지는 해리포터.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재밌는 소설은 처음이었다. 읽는 내내 해리포터를 비롯하여 수많은 등장인물이 생동감 있게 그려지고, 마법 학교가 상상이 되며, 어둠의 마법사 볼드모트와 싸우는 과정들이 눈을 감으면 바로 실제 장면처럼 재생되는 듯했다. 그만큼 흥미롭게 다가온 소설이었다.      

출처, 호그와트 레거시

 책 [해리포터]는 영화로까지 이어졌다. 개인적으론 1, 2편은 매우 만족했지만, 나머지 후속작은 그러지 못했다. 책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2022년, 대작 게임이 나왔다. 바로 [호그와트 레거시]다. 와. 여태까지 수많은 해리포터 관련 게임을 해봤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다. 5학년으로서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면서 마법을 배우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내가 가고 싶은 지역에 가서 마법 생물, 어둠의 마법사와 싸우고, 메인 퀘스트를 깨면서 강인해지며, 그 무엇보다 내가 상상하고 그려나갔던 호그와트가 온전히 구현되어 있어서 돌아다니는 내내 행복하더라. 게임 내에서 진행해야 하는 퀘스트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출처, 호그와트 레거시

 

 이게 덕후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책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때문이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43118006619?cat_id=50005782&frm=PBOKPRO&query=%EC%9A%B0%EB%A6%AC+%EC%9D%B8%EC%83%9D%EC%97%90+%EB%B0%94%EB%9E%8C%EC%9D%84&NaPm=ct%3Dlpq8nr00%7Cci%3D990813515cae9f6c1c2f36dc9a30b6b63ad771b5%7Ctr%3Dboknx%7Csn%3D95694%7Chk%3D37eca13a4fddde5a5e4a549a1ccb8f0c6f1ba9df          


 화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현실은 사라진다.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돌아오는 것은 비만이다. 비만은 영양 과다와 오래 앉아 있는 생활 방식이 낳은 현대의 보편적 질병이다. 로봇 같은 존재가 뉴스, 이미지, 음식을 꾸역꾸역 받아들이는 것, 이게 바로 “정보 비만”이다.      

 우리는 드넓은 디지털 세계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쓸데없이 복잡한 이미지와 줄거리로 머리만 아프고 멍하니 허공만 보고 있다.     

책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150-155쪽     

 과거의 모험가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그러나 현대의 모험가들은 조이스틱을 잡거나 VR 글래스를 쓰고 드러눕는다. 실제로 신고 있는 것이 운동화든 샌들이든 실내화든, 가상현실에서 내 발을 감싸고 있는 것은 평행우주를 넘나드는 마법의 신발이다. 위대한 모험도 편안히 누운 자세로 가능하다. 우리는 가상현실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있는 법만큼은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차분하게 집에만 머물게 하는 “고인 물” 사회에는 “고인 물” 상태의 신체들이 필요하다. 우리의 뇌를 강탈하려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잘된 일이다.     

책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143-149쪽     

 하루하루를 견디기 위한 열정도 필요하다. 권태는 틈새의 병이다. 마치 서리처럼 순식간에 파고들어 삶을 동결시키고, 비약을 막고, 의식을 벌집처럼 빽빽하게 채운다. 권태는 인생을 무와 무 사이의 간격으로 전락시키고, 소셜네트워크는 이 공허감을 전 세계 차원으로 확장한다.      

 모든 시간, 모든 날이 비슷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르다. 하지만 이 “살짝” 속에 방대한 모험이 있고 가슴 뛰는 불협화음이 있다. 지금 시작되는 하루도 어제와 거의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라면 어떻게 더 많은 사건을 만들 수 있을까?     

 몇 번을 읽어도 재밌는 동화처럼, 그 내용을 이미 알지만 반복이 지겹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루틴에는 통증을 완화하는 희열이 있다. 루틴은 처음에 자의적으로 보이던 것들을 필수적인 것으로 위장한다. 그렇게 되면 별 생각 없이 루틴을 따라 행동할 수 있다. 하루 세 끼, 때마다 울리는 스마트폰 벨소리, 화면으로 보는 프로그램들 등 삶에 일어나는 일이 적을수록 그 얼마 안 되는 사건이 말도 안 되게 중요해진다.     

책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219-223쪽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주도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한 주, 또 한 주, 별것 아닌 일들을 주워섬기고 평범한 일상의 목록을 만드는 일은 좀처럼 엄두를 내기 힘든 도전이다. 매 순간 일관된 자기로서 존재해야 하고, 자기가 해체될 수도 있는 느슨한 시간의 폭풍에 맞서야 한다.     

책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217-219쪽     


 가상현실 세계를 통해서 즐거움을 얻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뇌를 녹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처럼 말이다. 우리는 가상현실 세계를 즐기되, 과해선 안 된다.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다는 거다.      


 왜냐고? 우리는 실존하고 있으니까!


 하루, 이틀, 사흘, 한 주, 한 달, 1년이 모여서 우리라는 존재를 만들고 있다. 쌓이고 쌓여나가는 수많은 세월 동안 우리 눈앞에 주어진 일들에 대해 도전하고 싸워나가면서 바꿔나가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가상현실 세계에 머무를 틈이 없다. 실존하는 현재에서 해나가야 할 일들이 더 많으니까.      


 쌓아나가는 시간 자체는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부함을 느낄 틈도 없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거다. 1년 365일은 1개의 운명이 아니라, 365개의 운명이기에. 수많은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을 시간 속에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발전하고 나아지는 우리를 보게 된다면, 지루함이 아닌 가슴 뛰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운명들 속에서 우리는 현실을 살아야 한다.

 게임이나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 말이다.

 물론 가상현실, 게임 등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나 역시 지금도 즐기고 있으니까. 

 그런 세계가 있기에 우리 삶이 풍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전되지 말자는 거다.

 어디까지나 ‘적당히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해리포터의 세계는 소설, 영화, 게임에서도 존재하지만, 세상 밖에도 존재한다.     


출처,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

 책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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