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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Oct 02. 2024

부모님, 저는 사람이 맞을까요? 오늘도 효도 실패각..

    

 부모님, 저는 두 분 다 너무나도 존경스럽습니다. 부모님 자체로서도 당연히 멋지신 분들이지요. 뻔한 이야기 하려는 게 아니고요. 두 분의 야구 덕질을 과연 제가 한평생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버지는 어떻게 그렇게 야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으시는 건지요? 매 시즌 롯데 자이언츠 야구 경기를 다 챙겨보는 뜨거운 사랑……. 저는 솔직히 따라잡을 자신이 없습니다. 안타를 치면, 신나서 소리 지르고, 수비를 못하거나 점수를 내주면 화를 내시는 아버지……. 아버지의 야구 사랑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겁니까? 저는 그 열정의 비결을 이젠 알고 싶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야구장에 줄 서서 들어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자리 선점하려고 많은 이들이 밤새 줄 서거나, 텐트 치고 야구장 앞에서 살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요. 어머니는 그 많은 이들을 어떻게 이겨내고, 구덕운동장에 들어가셔서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을 목격하셨는지요? 솔직히 저는 집에서 자면 잤지, 야구장 밖에서 야외 취침할 자신은 전혀 없습니다. 어머니의 혹독하고도 무서운 끈기의 비결은 뭘까요?      


출처 부산일보


 두 분 덕분에 저는 야구에 대한 조기 교육만큼은 이미 어릴 때부터 대학교 수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야구장에 자주 데려가고, TV로도 경기를 자주 보여줬으며, 마트에서 만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에게 사인까지 대신 받아주셨으니!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은 창대한 야구 골수팬으로 재탄생하여, 부모님을 모시고, 야구장을 가는 장성한 아들이 된 게 다 부모님의 노력 때문이라 여깁니다.      


 뼛속까지 롯데 자이언츠 DNA를 가진 저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열정과 더불어, 기세…… 아니, 전 지금 생각보다 승리를 가져오는 능력이 뛰어난 거 같아요. (기세라는 용어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금지어입니다. 절대 쓰면 안 됩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저는 작년에 직관으로만 5연승을 거뒀습니다. 잠실 개막전, 두산과의 경기 4시간 43분 혈투 끝에 결국 지고 만 경기가 작년의 유일한 직관 패배였습니다. 한동희 선수가 7타수 무안타를 달성하고, 루키였던 이민석 선수가 부상을 입고 지금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된 그 경기 말입니다. 그 이후엔 키움을 상대로 2번 이기는 경기를 목격하고 (놀랍게도 세 번째 경기는 졌습니다. 왜냐고요? 제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죠) 부모님을 모시고 간 사직야구장에서의 기아와의 경기에선 3:0에서 5:3으로 역전, 이후 5:5 동점, 마지막으로 6:5의 승리를 거뒀던 엄청난 경기를 보았고, 우연히 티켓팅에 성공한 최강야구 VS 독립 야구 편에서조차 승리 요정이 되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아니지만 이대호, 김문호, 송승준 선수가 있지 않습니까? 제2의 롯데라고 하시죠) 한화와의 경기에서 손성빈의 첫 홈런을 목격하는 등으로 승리를 거뒀는데, 이 또한 부모님과 간 경기이죠. 그렇게 저는 2023년 직관에서 5연승을 거뒀습니다.      


잠실 야구장 / 고척 야구장


 제 돈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간 야구 경기 총 3번 중 한 번을 제외하고 2번을 이긴 것, 제가 승리 요정이라는 점. 가족 모두 롯데 자이언츠 DNA로 가득 차버렸다는 점에서, 우리 3명이 모인다면, 당연하게도 승리는 눈앞에 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원래 승리는 자신감에서부터 시작하는 거 아니겠나요? 그렇게 저는 부모님께 승리라는 효도를 하고자, 2024년 3월 29일 금요일, 사직에서 열린 홈 개막전에 두 분을 모시고 갔습니다.     


 올해는 아시다시피, 3월 23일에 KBO 개막을 했고, 그때부터 4연속 패배 상태입니다.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아시다시피 홈 개막전이야말로, 진정한 개막전 아니겠습니까? 앞의 패배는 저희 롯데에 있어 시범경기나 다름없습니다.     



 사직 개막전의 선발투수는 윌커슨입니다. 2회 초에 좌중간 2루타까진 이해합니다. 그러나, 박건우 차례일 때, 1루수가 공을 잡고, 투수 베이스 커버로 무난히 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에 실패해서 1, 3루를 줬죠. 거기다 서호철의 타격이 2루수로 향하는 땅볼로, 2루를 밟고 있는 유격수에게 공을 던지고, 유격수가 1루수에게 공을 던지는 병살 작전을 할 수 있었으나, 2루만 아웃시키고 1루는 실패해서, 이닝 종료가 되지 않아 1점을 내주는 비극이 벌어졌죠. 실수가 한 번 일어나면, 평소에 잘하던 것도 못 하게 되는 게 야구인데, 갑갑합니다. 이게 4연패의 힘일까요?      


 그래도 윌커슨은 6회까지 어떻게든 그 이상의 점수를 내주지 않습니다. 그러면 롯데 자이언츠는 점수를 내야 하잖아요? 

 2회 말에, 전준우는 좌측 라인을 걸친 안타로 2루까지 갔으나, 노진혁 1루 땅볼, 나승엽 삼진, 최항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이닝 종료. 

 5회 말, 최항의 가볍게 밀어 친 공이 좌익수가 놓치면서 2루까지 갔습니다. 이후 유강남 2루수 땅볼, 박승욱마저 2루수 땅볼, 윤동희의 우익수 플라이 아웃. 이닝 종료.

 정말 갑갑했습니다.     


 그러다 6회 말이 왔습니다. NC는 선발 김시훈 다음으로 이준호를 등판시켰는데요. 2아웃 상황에 직면하고, 전준우가 올라왔습니다. 2 스트라이크까지 갔죠. 이후 타격했습니다. 공이 저 멀리 날아가더라고요. 밤인데도, 어머니, 아버지도 잘 보셨죠? 달려오는 중견수 뒤로 날아가 담장을 넘긴 그 멋진 솔로포! 두 분과 같이 봐서 그럴까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동점이 되었죠. 이후 노진혁은 볼넷으로 1루로 가고, 정훈은 유격수 땅볼로 아웃될 뻔하다가, 만 36세라는 나이에 머리를 앞으로 향하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 세이프를 얻어냅니다. 와……. 그 나이에 진짜 크게 다칠 수 있는데, 팀을 위해 헌신하는 정훈 형님. 너무 멋졌습니다. 최항의 좌중간 안타로 2루에 있던 노진혁이 들어오며 2:1, 정훈은 3루로 이동했어요. 그다음은 포수 유강남의 차례. 타격이 이루어졌죠. 공이 높이 뜨면서 3루수가 달려가서 점프해서 잡았어요. 그리고 1루로 송구했으나, 유강남은 살았습니다. 그 사이 정훈은 홈으로 들어오며 3:1이 되었습니다.      


7회 초부터 8회 초 2아웃까진 투수 최준용 등판.

그 이후부터 9회 끝까지는 투수 김원중 등판.     


8회 초

9번 타자 김주원, 2루수 땅볼을 1루에서 2루로 달려오는 서호철 상대로 아웃 & 이닝 종료.     


9회 초

1번 타자 박민우, 스윙 삼진

2번 타자 박영빈, 스윙 삼진

4번 타자 데이비슨, 스윙 삼진  



 보세요. 부모님. 2024년 4연패를 달리던 롯데가, 직관 5연승을 달리던 저의 기운과 평생 롯데 자이언츠를 사랑하던 두 분의 에너지와 합치면서, 결국 김태형 호의 2024년 첫 승리를 만들었습니다. 저희가 안 갔으면 어쩔 뻔했나요? 이렇게 저는 6연승을 달성했습니다. 더불어 저는 부모님에게 효도까지 성공하며, 아들의 도리도 다했습니다. 진짜 졌으면, 사람 새끼도 되지 못했겠지만……. 정말 다행입니다.

      

 다음에도 두 분을 모시고 승리의 효도를 꼭 해내도록 하겠습니다.     


PS.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2024년의 비극이 시작될 줄은 말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에서 많이 언급되는 고난과 역경은 지금부터 시작이었을 뿐이었다. 

    


2022년 직관 전적 : 20전 13패 7승

2023년 직관 전적 : 6전 1패 5승 

2024년 직관 전적 :

1회차 - 3/29 금요일, VS NC, 3:1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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