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8일, 사직야구장에서의 경기 시작 전에 나눈 대화다.
“뭐 먹지?”
“치킨 무한리필집?”
“아니면 고기 굽굽?”
“다른 건 없어? 또 뭐 아이디어 내놔봐”
원래라면, 대화의 양상은 이랬을 거다.
선발 투수가 얼마나 막을까?
오늘 타선 강해 보이는데, 어디서 터질까?
상대 팀 타선도 만만치 않지만, 오늘 잘 막아내겠지?
야구 이야기보단 먹는 걸 더 많이 논의한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기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승리에 대해 믿지 않는 게 때론 속 편하니까.
2025년 6월 17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는 허무함뿐이었다.
1) 한화의 선발 와이스는 1회부터 삼진 행렬을 이어갔다. KKK. 첫 이닝부터 연속 삼진 3개.
2) 3회 초, 내야 안타와 볼넷에 이어 응원가 “오~~~로떼에 안치홍”의 주인공이었던 한화 안치홍이 홈런을 쳐냈다. 무려 3점 홈런.
3) 그 이후 반격은 나오지 않았다. 플라이 아웃, 플라이 아웃, 땅볼……. 승리의 기운이 꺾여나갔다.
4) 그러던 중 8회 초, 5번 타자 채은성의 3루 방향 번트. 3루수가 잡고 1루로 송구했으나 1루수 뒤로 완전히 빠졌다. 1루수 뒤 벽에 맞고 튀어 나간 공이 우익수에게 갔고, 우익수가 홈 방향의 정훈에게 송구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훈에게 맞고 튕겨 나가는 사이, 앞서 나갔던 주자 문현빈과 노시환 둘 다 홈으로 들어왔다. 2번의 송구 실수에 무려 2점을 공짜로 주는 어이없는 상황을 직관했다.
5) 점차 기죽어가던 자이언츠를 상대로 8회 90개 공을 던지며 사실상 완전히 죽여버린 선발 와이스. 삼진 9개를 달성하는 위엄도 보인다.
어떻게 할 수 없이 깔끔하게 0대 6으로 진 날이 바로 전날이었다.
6월 18일 당일, 기대를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그래! 전날 졌으니깐, 오늘은 이 악물고 더 잘하지 않을까?
한 번 믿어볼까?
기대해도 되겠지?
그런데, 선발 라인업을 보는 순간, 머리가 어지럽더라.
예상하지도 못한 조합을 목격한 탓이다.
선발 포수 박재엽은 2025년 4라운드, 전체 34번으로 자이언츠에 지목되며, 롯데 소속이 되었다. 선발 투수 홍민기는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4번으로 롯데 선수가 되었고, 군대를 해결했으며, 심지어 육군 병장으로 23년도에 만기 전역했다.
한 명은 올해 들어온 선수.
한 명은 들어온 지 꽤 되었는데 마운드에서 봤던 기억이 거의 없는 선수.
이런 조합이 이루어지니, 기대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쩌겠는가? 증명된 경기력이 없었고, 하필 전날 져버렸는데…….
https://namu.wiki/w/%EB%B0%95%EC%9E%AC%EC%97%BD
https://namu.wiki/w/%ED%99%8D%EB%AF%BC%EA%B8%B0
기대를 안 했기 때문이었을까? 편안했다.
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이내 엄청난 도파민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1번 이원석 : 루킹 삼진
2번 안치홍 : 유격수 땅볼
3번 문현빈 : 좌익수 플라이 아웃
선발 투수 홍민기는 1회 초부터 완벽하게 막아냈다.
심지어 좌완 투수인데 155km/h라는 놀라운 구속을 보여주더라.
2회 말
우측 라인 안쪽 2루타를 친 정훈.
볼넷으로, 1루로 나간 김민성.
2아웃 1, 2루 상황에 올해 처음 나온 신인 포수 박재엽의 차례였다.
타구를 끌어당겼다.
공이 떴다.
왼쪽!!! 담장!!! 넘어갑니다!!!
시즌 1호 홈런이자 3점 홈런으로 팀의 리드를 끌어낸 게 바로 신인 포수 박재엽이다.
좌완 155km/h의 홍민기, 홈런을 때려낸 박재엽 덕분에 공격의 물꼬가 터졌다.
한태양의 유격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
김동혁의 1루수 키를 넘긴 우익수 앞 안타.
한화 송구 실책까지 발생하며, 스코어는 4대 0.
이후 박재엽의 볼넷.
한태양의 유격수, 3루수 사이로 빠져나가는 좌전 안타
김동혁의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로 추가 2점 획득으로 스코어 6대 0.
하지만 상대는 올해 2등을 했던 한화 이글스! 그들이 왜 2등을 할 수 있었는지 보여주더라.
5회 초, 이도윤의 1-2간을 여는 우전 안타. 최재훈의 좌측 라인 따라 구석으로 가는 2루타. 이후 이진영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한화는 1점 득점한다. 스코어 6대 1.
그들을 막아내고자 등판한 자이언츠의 투수 정현수. 최준용. 정철원. 특히 최준용은 헛스윙 삼진 2개와 유격수 플라이 아웃으로 7회 초를 깔끔하게 막아낸다. 8회 초는 이진영, 안치홍, 최인호, 노시환 등의 활약으로 2점을 내줬지만, 정철원이 어떻게든 이닝을 종료시킨다.
결국 자이언츠의 수호신, 롯데의 클로저, 김원중이 등판했다.
6번 이상혁 : 스윙 삼진
7번 이도윤 : 풀카운트에서 투수 앞 땅볼
8번 황영묵 : 중견수 플라이 아웃
역대 11번째 통한 150세이브를 달성하며, 김원중은 이 게임을 깔끔하게 종료한다.
자이언츠의 투수와 타자들의 힘이 조화를 이루어 이긴 완벽한 경기였다. 그러나 박재엽과 홍민기의 활약이 뒷받침되었기에, 수월하게 이길 수 있었다고 본다. 전날의 경기에 대한 복수도 해낼 수 있었고. 그렇다면, 그들의 활약은 단 한 번뿐이었을까? 그건 아니다.
2025년 6월 22일 삼성과의 경기가 펼쳐지던 사직야구장.
1) 1회 초부터 박병호의 시즌 14호 홈런으로 스코어 0대 3
2) 2회 초, 연속 안타로 1점을 더 뽑아낸 삼성
3) 그런 삼성을 상대로 1점을 내며 1대 4로 따라잡으려고 노력한 롯데
4) 3회 초, 볼넷, 안타, 안타 등으로 결국 2점을 더 내준다.
5) 3회 만에 공 70개를 던지며 분투한 박세웅이지만, 6실점…….
6) 3회 말, 볼넷, 안타 등으로 2점을 더 내며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자이언츠.
4회 초, 강판당한 박세웅 뒤를 이은 게 바로 홍민기였다.
3번 구자욱 : 헛스윙 삼구 삼진
4번 디아즈 : 헛스윙 삼진
6번 류지혁 : 하이패스트볼 스윙 삼진
7번 김재성 : 헛스윙 삼진
9번 양도근 : 루킹 삼진
1번 김지찬 : 스윙 삼진
여전히 왼손으로 155km/h를 던지며 끝없이 삼진을 잡아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홍민기다.
이후 우완 투수이자 157km/h까지 던지는 윤성빈이 뒤를 이으며 삼성 타선을 침묵시켰고, 이후 7회 말에 중전 안타, 볼넷, 우익수 앞 안타,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자동 고의 사구 등으로 1점 득점과 1아웃 만루까지 도달했던 자이언츠. 6번 김민성의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1, 2, 3루 주자 모두 홈으로 들어오며 스코어 8대 6으로 역전에 성공! 이후 와일드 피치와 유강남의 3루수 옆 라인을 따라 빠지는 2루타로 1점을 추가로 내며 스코어 9대 6에 이른다. 결국, 질 거 같은 그날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2025년 라이징 스타였던 투수 홍민기, 포수 박재엽. 그리고 이들 이외에도 등장한 많은 이들 덕분에 자이언츠의 미래가 마냥 어둡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너희 빨리 성장할래?
대포수, 대투수, 대타자가 되는 그날이 멀지 않았으면 해.
PS. 자이언츠에도 인재가 많다는 걸 몰라주더라. WBC 2026년 1차 캠프 참가 명단엔 롯데 멤버가 하나도 없었다. 저기요? 우리 애들도 잘해요!! 잘한다고요!!!
https://m.sports.naver.com/kbaseball/article/108/0003389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