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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Feb 15. 2024

노르웨이에서 온 연어 스시

일본 스시의 대표적인 재료를 꼽는다면 참치하고 연어를 꼽을테고, 전세계적인 인지도로 따지면 연어 스시와 연어 롤이 압도적일 것이다. 그런데 이 연어 스시가 등장한 것은 1986년으로 시작은 일본이 아니라 노르웨이였다.


유명한 일본 미식 만화 '맛의 달인 30권 연어승부!!편에서 카이바라는 대결 메뉴로 나온 생 연어 스시를 보며 '기생충이 있는 연어를 생으로 먹으라니'하고 격분하는 장면이 있다. 맛의 달인 30권은 1990년에 나왔으니 1990년만 해도 연어에 기생충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며 생으로 먹는다는 것에는 아직 터부시되었던 것이다.

고래회충이라는 기생충 때문에 자연산 연어는 익혀먹는 것이 일본에서는 상식이었다. 홋카이도의 아이누족에게 연어를 얼린 다음에 썰어먹는 루이베라는 요리가 있는 것도 한 번 냉동하면 기생충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70년대에 이미 연어 양식에 성공했고, 사료만 먹고 자란 양식 연어는 기생충의 위험이 없었다. 생산량이 부쩍 늘어난 연어를 팔기위해 노르웨이 연어를 사용한 다양한 요리를 소개했고, 여기서 태어난 것이 바로 '연어 스시'였다.


노르웨이의 연어 스시가 소개 된 것은 1986년의 일이지만, 실제로 일본에 연어 스시가 정착된 것은 1991년의 일이다. 1991년에 Norwegian Fish Farmers Association가 파산하면서 3만톤의 냉동 연어 재고가 남았고, 이중에 6천톤을 일본의 냉동식품 회사인 니치레이에 헐값으로 넘겼다. 이 6천톤의 노르웨이 연어가 마중물이 되어서 일본에 연어 스시라는 새로운 문물이 드디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맛의 달인 30권이 나온 뒤의 일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연어 초밥을 보통 연어를 뜻하는 일본어인 사케(鮭)가 아니라 사몬(サーモン salmon)이라는 영어로 표기한다. 연어 스시는 외국에서 건너온 개념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남아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케(鮭)는 구워먹는 연어, 사몬(サーモン)은 생으로 먹는 연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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