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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Apr 29. 2024

반공영화 '오사까의 외로운 별'

막 살아온 사나이가 사랑과 사상과 조국을 알았다!

'오사까의 외로운 별'이라는 1980년 김효천 감독의 김희라 배우 주연의 영화가 있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이 영화는 일본 영화가 아닙니다'라고 강조했지만 방화 사상 최초로 '전신 문신 첫 공개'라는 언급과 김희라 배우의 등을 가득 메운 문신을 보면 이 영화가 야쿠자 영화의 일종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오사카 아오야마 조직의 오야붕이 습격 당하고, 김희라 배우가 맡은 가네모도가 적의 본거지를 찾아가 다다미 방에서 단도를 휘두르며 복수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오야붕의 복수를 했지만 경찰에 붙잡힌 가네모도는 히로시마 형무소에서 7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오사까로 돌아온디.

너무 전형적인 야쿠자 영화의 도입부다. 이렇게 출소한 가네모도는 아직도 건재한 라이벌 조직의 도박장에 난입해서 7년전에 미처 복수하지 못한 오야붕의 원수인 '히로시마의 표범' 마사오의 숨통을 끊는다.

이 영화에서 묘사된 일본 야쿠자의 묘사는 너무 디테일해서, 김희라 배우의 익숙한 얼굴이 아니라면 일본 영화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제일 믿기 어려운 부분은 이 '오사까의 외로운 별'이 1980년 우수영화로 선정된 '반공영화'라는 점이다.

검열 자료에 의하면 1980년 1월에 검열에 통과한 이 작품은 5월에 우수영화를 목표로 재검열을 받았다고 한다. 아마 '반공영화'로 둔갑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바꿔서 재 검열을 받은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누가봐도 야쿠자 영화로 보이는 작품이 어떻게 반공영화가 될 수 있었을까. 그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아오야마 조직의 오야붕도 가네모도도 모두 재일교포였던 것이다. 그리고 조총련은 '히로시마 표범' 마사오에게 사주해 북송 사업에 방해가 되는 야오야마 조직의 오야붕을 처리한 것이다.

아오야마 오야붕의 복수를 하러 찾아갔을 때 술자리에 있었던 인민복(사진 가운데에서 왼쪽)차림의 사내가 조총련 오사카 지부장이었던 것이다. 조총련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인민복을 입히는 것은 좀 게으른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이렇게라도 북괴의 일원이라고 강조해야 '반공영화'라고 주장 할 수 있었을테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재일교포인 하루미(이경실 배우)와 사랑을 키워나가던 가네모도, 하지만 하루미 가족을 포함한 재일교포를 강제로 북송선으로 끌고 가려는 조총련의 음모를 알게 된다. 결국 가네모도는 다시 한 번 이 한몸 불사르겠다고 다짐하고, 야오야마 조직을 이어받은 2대 오야붕 '쟈니(박근형 배우)'와 함께 조총련의 소굴을 급습한다.

하얀색 양복을 빼어입고 아오야마 오야붕의 묘에 술잔까지 돌려준 다음 혼자 조총련의 소굴을 습격하려는 가네모도 앞에 쟈니가 나타나 동행을 자처한다. 야쿠자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한없이 브로맨스에 가까운 의리.

그렇게 일 대 다수의 다찌마와리를 펼치다. 마지막에 조총련 간부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는데 성공하지만 중과부적을 이기지 못하고 두 사람 모두 숨을 거두게 된다.

의리라기 보다는 아무리 봐도 애정에 가까운 가네모도와 쟈니의 마지막. 이렇게 한 명은 조국을 위해, 또 한 명은 조국을 가슴에 담은 가네모도를 위해 목숨을 내던진다.

물론 여기서 끝나면 반공영화가 되지 않으니까. 조국을 외치며 숨을 거두는 가네모도의 얼굴 위에 태극기가 휘날린다. 그리고 고국으로 돌아와 망향의 동산에 묻히는 것으로 끝난다.

망향의 동산은 1976년에 조성된 해외 교포를 위한 묘지로 재일교포 무연고 유골을 옮겨와 모시는 곳이다.


우수영화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 많은 이상한 반공영화가 만들어지던 시절 일본의 어떤 야쿠자 영화 보다도 더 야쿠자 영화 스러웠던 반공영화 '오사까의 외로운 별', 하지만 수많은 반공영화 중에서 이 영화가 제일 이상한 영화는 아니다.

정말 이상한 반공영화는 1977년에 한국 대만 합작으로 찍은 '쌍용비객'이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반공영화일까 실지만. 줄거리를 보면 홍콩의 돈 많은 교포가 한국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려고 하자 북괴가 홍콩 암흑가에 부탁해 그를 납치하려고 하고, 그걸 막아선다는 내용이다. 정말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쌍용비객에 비하면 오사까의 외로운 별은 양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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