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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Dec 21. 2015

도쿄 거쳐 홋카이도 2014 7월 (9)

은수저의 땅, 빵 천국 오비히로

삿포로에 도착해서 이제 더이상 야간 열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몸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찌부둥한 몸을 일으킵니다.

그간 몇 번의 홋카이도 야간열차 여행의 테크닉이라면 삿포로에 도착했다고 바로 삿포로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장거리를 이동하는게 낫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오전 6시에 삿포로에서 뭐 할게 있을리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바로 7시에 출발하는 오비히로 행 슈퍼 오조라 표를 끊어봤습니다.


일단 역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 산쿠스로 가서 아침을 사먹습니다.

빅 후랑크

후라이드 치킨

일본인의 소울 푸드 야키소바 빵

그리고 음료수로는 홋카이도 산 생크림이 들어갔다는 마시는 아이스 코코아를 골랐습니다. 아침치고는 너무 기름지지 않은가 싶지만, 결과적으로 이날은 점심을 못 먹었으니까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것이 잘 했던 것 같습니다.

삿포로에서 3시간 20분을 달려서 오비히로에 도착, 그러고 보니 오비히로에 오는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숙소는 오비히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라이더 하우스 '니시나'였습니다. 라이더 하우스는 홋카이도에 드물게 분포하고 있는 숙소인데, 오토바이 라이더 들을 위한 숙소입니다. '니시나'의 경우 라이더 하우스 치고는 무척 번듯한 편이고 대부분의 경우 방바닥하고 지붕만 있는 정도죠.

게스트 하우스하고도 다른 점이 기본적으로 침낭 등의 침구를 갖고 다니는 라이더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침구가 없는 것이 기본이고 있더라도 유료거나 숙소의 침구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숙박비가 놀라울 정도로 쌉니다. 여기는 비싼편이라 하루 1000엔입니다.

짐을 놓았으니 역으로 되돌아 갑니다. 오늘 여행의 시작은 오비히로 역 안의 에스타 2층에 위치한 오비히로 관광 안내소이기 때문이죠.

2층에 가서 스위츠 메구리켄을 두 장 삽니다. 스위츠 메구리켄은 오비히로 시내의 제과점 등에서 상품과 교환 가능한 티켓 네장으로 이루어진 쿠폰북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500엔에 5장이었는데, 지금은 소비세의 영향인지 4장으로 줄어든 대신 토카치 반에이 경마장 입장권이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같은 관광안내소에서 오비히로 렌탈 자전거 '오비린'을 빌립니다. 오리비로 관광 컨벤션 협회에서 운영하는 렌탈 자전거로 1시간에 1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습니다. 자전거는 못 갖고 왔지만 자전거 여행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일단 같은 층에 위치한 토카치 물산관에서 스위츠 메구리켄을 개시합니다. 평범한 홋카이도 우유 아이스크림이네요. 너무 평범하게 맛있음.

음식이 맛있는데 비해 잘 안 알려진 오비히로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은수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원래 오비히로는 좋아하는 곳이지만 여기까지 다시 찾게 된데는 은수저의 영향이 없었다고는 못하죠.  

왠지 찾는 사람이 많지 않는 듯한 '오비린', 아줌마 자전거(마마챠리)지만 기어도 달린 번듯한 자전거입니다. 전기 자전거도 1시간에 200엔이라 자전거에 자신이 없다면 전기 자전거를 추천합니다.

자전거를 끌고 나와서 역에서 가까운 스노우피아로 갑니다. 영화관과 파칭고 건물에 위치한 카페로 스위츠 메구리켄의 두 번째를 쓰기 위해서 입니다.

뭔가 대표 메뉴가 흉악해 보이는군요, 크레페나 간단한 경양식이 메인인 카페입니다. 뒤에 살짝 지브리의 신작 '추억의 마니' 포스터가 보이는데, 영화관에 붙어있는 카페라 영화 포스터나 안내가 많이 붙어있더군요.

꽤 넓고 쾌적한 느낌이고 다른 메뉴의 맛이 궁금하긴 하지만, 스위츠 메구리켄을 쓰러 온거니까 주문합니다.

역시 토카치 우유 아이스크림을 올린 커피 젤리, 커피에 커피젤리를 띄우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렸습니다.

깔끔한 아포가토의 맛, 이걸로 여덟장 중에 2장을 사용했군요. 앞으로 갈길이 멉니다. 스노우피아를 나와 다시 자전거를 달립니다.

이 자그마한 가게가 오비히로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인 마스야 본점입니다. 시외곽으로 나가면 무기오토 같은 관련 대형 매장도 있는 오비히로를 대표하는 제과점이지만 이 작은 가게에서 1950년 부터 빵을 구워 온것이 시작입니다.

동네 빵집 같으면서도 동네 빵집 같지 않은 맛이 특징이라고 할까요? 마스야의 카츠샌스를 양배추를 끼웠군요.

치키치키 난반이나 고롯케 빵도 끌립니다.

마스야를 대표하는 메뉴는 다름아닌 팥빵. 오비히로가 과자로 이름을 날리게 된 이유 자체가 팥 때문입니다. 오비히로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팥의 산지로 '백성귀족'에서 소여사님이 '오비히로가 팥을 금수하면 아카후쿠(이세 지방의 유명한 팥과자)를 먹을 수 없다.'라고 협박할 정도죠.

실제로 관광안내소에 오비히로를 대표하는 작물 표본을 만들어 놨는데 절반 가량이 팥입니다. 화과자는 팥으로 시작해서 팥으로 끝납니다.

저번에 왔을 때는 스위츠 메구리켄 해당 상품이 팥빵이었는데 이번에는 소금 버터빵입니다. 버터도 좋지요.... 마스야는 오비히로의 재료를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팥, 우유, 버터, 밀가루 모두 이 부근에서 납니다. 심지어 오비히로 제빵 재료 세트를 통신판매하기도 하는데. 빵이 아닌 빵 재료를 통신판매하는 제과점은 정말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그러고 보면 스위츠 메구리켄을 3장을 썼군요 지금까지는 소모율이 좋습니다. 저번에 왔을 때는 셋이서 2묶음(10장)을 쓰느라고 고생했거든요.

자 또 다음 빵집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도넛 라보', 도넛 연구소라는 이름의 도넛 가게.

스위츠 메구리켄에 참여한 가게들은 오비히로의 재료를 사용하는 가게가 많지만, 도넛 라보의 경우 특히 오비히로의 재료를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정성스레 만든 도넛으로 가득하다. 스윗츠 메구리켄으로 살 수 있는 것은 플레인인 슈가와 시나몬.


빵이 어느정도 모였으니 어디 앉아서 먹어볼까 했는데, 마침 근처의 슈퍼에 딸린 배스킨 라빈스 매장을 개방해 두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고민, 홋카이도 우유 중에서 오비히로 부근의 우유만 모아도 이정도가 나오는데. 낙농왕국이라는 별명에 부족함이 없지요. 그 중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우유를 골랐습니다.

은수저 관련 상품으로 팔리고 있던 저지 우유 소프트 캔디.

선물용으로 몇 개 샀다.

점심을 안 먹었다고 했지만, 말하자면 이게 점심인 셈입니다.

오히비로의 저지종 우유, 마셔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깔끔한데 맛이 진하다니." 그런데 성분표를 보고 유지방이 4.5%(일반 우유는 3.5%내외)라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진한데 맛이 깔끔하다니."하고 놀랐습니다.

수더분 한 맛인데, 생각해보면 도넛이 이렇게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의 음식이 아니죠. 분명 튀겼는데도 빵 같은 느낌의 도넛.

의외로 맛있었던 소금 버터빵, 짭짤한 버터크림과 부드러운 빵을 한 입 베어물고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빵을 한 입 베어물고 우유를 한 모금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군요.


여담이지만 점심을 빵으로 떼웠다 뿐이지 이른 저녁과 늦은 저녁을 먹어서 끼니를 거른 것은 아닙니다.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이유가 한 끼라도 더 먹기 위해서인데요.


오후 2시 40분에 첫 레이스가 시작하는 토카치 반에이 경마장으로 다시 페달을 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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