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전야

한식

by 승환

한식은 명절인듯 하다 적어도 우리집에서는 그렇다

집안의 대소사중 명절때만 되면 우리부부는 싸운다

여지없이 전날 좋게 저녁을 먹다 싸움이 번진다

한식즈음에 맞춰 부모님 성묘를 가기위해 형제들이 모이기로 했다.

굳이 모여가는 필요가 있느냐 얼른 절만 하고 헤어지면 되지 한나절을허비한다는 생각을 속으로만 해줬음 좋을텐데 이제는 너무 공공연히 속내를 들춘다

명절이 싫은게 아니라 시자 들어가는 형제들이 싫은거다

시누이 시동생 시조카 시동서 ...

남편이름에 시자가 앞에 안붙은게 그나마 다행이기도 싶다.

결혼전 결혼 초 섭섭했던 감정들이 뭉그러져 시자 들어가는 남편의 피붙이들은 본인도 모를 괴물이 되었다

그 괴물을 물리치고 자신을 구원해주리라 믿었던 남편도 가면을 벗고 송곳니를 세우며 으르럼거린다

도망가고 싶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십여년의 속고산 세월을 물르고 싶다

넌 네편이 아니야

남의 편

나만 없어지면 형제들끼리 오손도손 행복하겠네

형제들에게 치이며 이용만 당하는 것 같아 네가 너무 불쌍했어

너를 지켜주고싶었어

그런데 너는 원래 그런 족속이구나 사람은 바뀌지 않아

나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거지

난 외톨이고 기댈곳 의지할곳이 하나 없어

위로와 공감이라는 것이 결여된 넌 장애인이야

냉혈하고 이기적이고

내가 네게 얼마나 헌신했는데 날 고작 이런 대우를 해


매번 비슷한 이야기들과 나는 매번 빠졌던 똑 같은 깊은 수렁 그 곳에 한번 더 마음이 빠져든다.


그럴수록 나는 내 마음을 조금씩 잘라내 버린다

점점 기계처럼 감정을 지우고 나서 아무렇치 않게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언젠가 나는 해탈을하여 열반을 할지

아니면 의식이 없는 본능만 남은 원형생물로 진화될지 모르겠다

아침에 눈을 떠 심해에서 건져진 커다란 물컹이는 괴생물체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팔다리도 없고 얼굴도 없는 그냥 몸뚱이 하나


카프카는 없지만 잠자는 마포 어느 골목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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