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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Jun 14. 2024

버지니아 울프이 후예들

여성성과 문학

동네책방을 들어선 순간 당혹감에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망원동의 작은 책방에 놓인 테이블 위로 10여명이 여성들 중년의 여성분들의 시선이 나를 훝었다.

여러 명이 듣는 강의가 아니었고 일반적이지 않게 글을 쓰고 많은 이야기를 하여야 할 듯 한데 첫 날부터 정파수리에서 기가 쑤욱 빠지는 듯 했다.

진행프로그램을 설명해주시는 강사님도 여성이고 선택된 예닐곱권의 책들도 모두 여류작가의 책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행을 주제로한 독서와 글쓰기였기에 자세하게 확인해 보지 못했다.

더우기 프로그램 홍보 이미지는 확대나 다운도 되지 않았기에 그저 집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 인연이 있던 김선생님의 사모님이 하시는 책방이라 반가운 마음에 신청을 하였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어쩌면 지적인면이나 문학적인 소양이 다 뛰어난 분들이지만 말 한마디에 깔깔거리며 호응하는 여성들의 정서가 낯설어 조금 불편한 자리다.

요즘 소외감이 드는 상황속으로 자꾸 기어들어간다는 푸념을 했는데 역시 다르지 않았다.

여행과 여성이라는 공통의 접점이라는 것이 있을까 싶다가 여성을 사람으로 환치시키다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듯 하다.


첫날은 각자 소개와 전체 진행에 관한 안내를 하고 마루리 하였지만 다음주 과제 도서가 버지니아 울프의 런던거리 헤매기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박인환의 시로 자살로 마무리한 천재 여성작가로서 매력적인 작가라 어린시절 책을 읽어보다 실망을 하였던 적이 있었다.

필체라던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필법인지 뭔지 내게는 참 읽히지 않는 책이라는 기억뿐이었다.

오늘 구매한 책을 사서 첫장을 읽으면서 목적이 없는 묘사인지 과도한 묘사인지 내가 체크하지 못하고 모자란 것인지 페이지가 잘 안넘어 간다.

원서를 읽을 수준이 안되니 번역된 외국의 도서는 아무래도 문장에 대한 감탄이나 정서를 따라가지 못하고 별로 감흥이 떨어진다. 

국내 소설을 선호하는 이유중의 하나다.

여성운동이나 페미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로서 꼽히지만 차라리 나혜석이 우리에게는 더 쉽게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어쨋든 지난 세기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한 외국이야기들이 크게 재미가 없었다


나이를 먹음 점점 여성호르몬에 영향을 더 받는다고 하는데 성별의 문제인지 극 t와i 성향이 문제인지 공감을 끌어내기가 쉽지가 않다.


첫날 남자로서 여성에 이야기 보고 옆에서 관찰자로서 책 내용의 문단이나 감성을 이어받아 써도 되는 것인지 우문을 드렸다.

강사님은 조금 당황하시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좋다며 여성성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긴 한데 어찌 다분히 여성작가들의 산문들로 짜여진 틈에서 나는 나름대로 걱정이 앞섰다.


여성들은 스스로 페미성향인 것을 남들에게 대 놓고 공개되거나 공론화 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

남성들은 전근대적인 마초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것을 알고있다. 거기다가 페미를 지지하고 여성편을 드는 것도 거리를 두려한다. 


옆에 강의를 듣던 참가자 한 분은 여성할당제에서 요즘은 프랑스에 남녀 복수제로 넘어가 대세기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할 이야기들이 많아지지만 나는 소수자의 비애랄까 약자의 수난을 말하고 싶다.

더 이상 여성이 약자이거나 소수자로서 벗어나 우리 사회와 인식이 개선이 되어 가고 있다.

버지니아의 어린시절 성적 폭력과 그 당시 불안한 제도 속에서 비운으로 생을 마무리 하였다는 것을 이해를 하며 이제는 지난 일이지 싶다가도 다시 불거진 밀양의 사건이 떠오른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핍을 거름으로 쓰여진다.

세상과 사람에 대해 관심과 공감으로 쓰여진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세상을 이야기 하는 것이고 세상의 이야기 타인의 이야기들은 모두 내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여성이 속된 의미의 여성성이 글쓰기의 기본 소양일지 모르겠다.

남자인 중년의 나는 그래서 좀 더 부지런히 늙어야 글을 잘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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