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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Jun 08. 2024

기웃거리는 중년

한동안 이런저런 곳에 아이디를 rarity를 사용했다

뭔가 남다른 게 좋아 보여서 남들 안 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생각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하루 세끼를 두 끼나 한 끼 그것도 아님 네다섯 끼를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는 게 지리하고 무료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저런 호기심과 관심이 많아 기웃거리길 많이 했지만 똑 부러지게 뚝심을 가지고 하는 것도 없이 시간이 지나면 제풀에 사그라들고 말았다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니 원하든 원하지 않던 평균에서 조금씩 살짝 비껴간 포지셔닝을 취해지게 된다

일반적이지 않은 가정을 꾸리고(물론 지금이 편하기는 하지만 ) 사람이 없는 직장과 나이나 취향이 동떨어져 무엇인가 소외되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오춘기라는 남성의 갱년기일 수도 있겠지만 주류에서 항상 벗어나있으면서도 그게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의기소침해지는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글을 배우겠다고 하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슬쩍 가까이 가보면 무엇인가를 하기엔 너무 늙어 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고 심한 T와 I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어서인지 젊은 사람들 속에서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자괴감도 들기 일쑤다

사람 마음이 조급해지고 헛헛해지더니 다 읽지도 못하는 책을 자꾸 사게 된다

책을 소비해야 하는데 구매와 소유에 집착을 한다

읽히지 않는 것들을 과감히 놓아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여기저기 sns에 올라오는 이슈가 되는 책들을 기웃거린다.

저녁마다 이런저런 북토크며 강의를 들으러 간다

힘에 겨워 헉헉거리는 머릿속은 뭐 하나 정연해지거나 받아들일 공간이 모자라 남는 게 없다

어제는 시낭송하는 곳을 다녀왔다

자식뻘 조카뻘 되는 젊은 시인들을 본다

이른 나이에 등단을 하고 열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와 환희에 넘치고 갓 씻어 건진 미나리처럼 푸르고 반딱거린다

조금 나이를 들어가는 삼십 언저리의 작가는 일상과 생계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로서의 천착해 살아가는 자신의 운명과 열정이 입을 열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고른 치아 사이로  아직 눈이 부시게 빛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아마도 여기에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아닐 거다

관찰자로 관람자로 보고 팬심으로 즐기다 오는 하루였지만 무언가 소외된 느낌은 나의 자격의 문제일 수도 나이의 문제일 수도 있을 거 같다

나는 왜 그 아이들을 선망하고 동경을 할까?

세상의 작가들과 명망가들을 부러워할까?

긴 생각을 하다 나는 꽤나 겁이 많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못난이라는 것을 알았다

노력을 미루어 두는 발상은 미완이라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지 모른다는 자기 위안일 뿐이다.

습작하는 사람이고 지망생이라는 안전하고 달콤한 자리에 일어나기 싫은 것은 아닐까?

나는 밥걱정 없고 편한 중년이 되어서 꿈이나 희망은 그저 인생의 서플멘트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기웃거리는 남자

그것도 꽤 늙은

역할놀이나

시늉을 하는

그런 모습은 아닐지 모르겠다


올해는 벌써 반이 지나간다

내년도 후년도 있다는 여유가 조금씩 힘에 부치는 일들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화들짝 놀라게 된다.


결과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원하는 방향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세팅을 하여야 한다


숨을 쉬듯 매일 쓰고 읽고 그보다 좀 더 사색하고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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