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한강공원
by
승환
Jun 5. 2024
아래로
낮은 길을 걷는다.
오늘 하루 모자란 삶이었던가
인생의 부족한 만보기를 채우려 사람들이 몰려왔다
뛰어가는 사람
걷는 사람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
유모차에는 아기들
산책 나온 견공들은 휘적휘적 바쁘지 않은데 끌려 나온 사람들만 마음이 급하다
강물은 성자처럼 낮은 곳으로 향하고
차들은 길게 꼬리를 물며
하늘을 날듯 공중에 긴 불빛으로 흐른다
한강변에는 지느러미를 접은 사람들이 연어처럼 튀어 오르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건물들의 네온사인 빛을 한참 보다가 발밑에 피다 지는 꽃들이 이제야 보인다
반짝이는 것은 항상 멀리 있고 잡을 수 없어 먹먹하다
이렇게 내 옆에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은 눈길 한번 받지 못하고 시들어간다
성큼 거리며 걷지만 말고 깨금발로도 한 번 걸어 보고 싶다
사는 게 어쨌든 걸어야 한다면
멀리만 가지 말고 힘들다 덧없다 싶은 날에 다시 되돌아가야지
마음이 기대어 쓰러지는 곳
서로 묻지 않지만 돌아갈 곳
그 한 곳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keyword
한강공원
산책
마음
25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멤버쉽
승환
살아가는 것은 살다 말다 못하는데 쓰는건 쓰다 말다 하게되네요 사는동안 사는 것처럼 쓰고싶습니다
구독자
189
구독
월간 멤버십 가입
월간 멤버십 가입
작가의 이전글
연연緣然
기웃거리는 중년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