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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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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Jun 05. 2024

한강공원

낮은 길을 걷는다.


오늘 하루 모자란 삶이었던가

인생의 부족한 만보기를 채우려 사람들이 몰려왔다


뛰어가는 사람

걷는 사람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

유모차에는 아기

산책 나온 견공들은 휘적휘적 바쁘지 않은데 끌려 나온 사람들만 마음이 급하다


강물은 성자처럼 낮은 곳으로 향하고

차들은 길게 꼬리를 물며

하늘을 날듯 공중에 긴  불빛으로 흐른다

한강변에는 지느러미를 접은 사람들이 연어처럼 튀어 오르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건물들의 네온사인 빛을 한참 보다가 발밑에 피다 지는 꽃들이 이제야 보인다


반짝이는 것은 항상 멀리 있고 잡을 수 없어 먹먹하다

이렇게 내 옆에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은 눈길 한번 받지 못하고 시들어간다

성큼 거리며 걷지만 말고 깨금발로도 한 번 걸어 보고 싶다


사는 게 어쨌든 걸어야 한다면

멀리만 가지 말고 힘들다 덧없다 싶은 날에 다시 되돌아가야지


마음이 기대어 쓰러지는 곳

서로 묻지 않지만 돌아갈 곳

그 한 곳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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