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緣然

지나고 보면 긴 시간이 아니었는데 한 사람의 부재로 몇년을 축약해서 시간이 흐른듯 했다.

결국 다시 화해와 용인을 하기로 하고 서로에게 대면대면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성을 쌓고 짓는 일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허무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h도 원망과 설움 미움을 키우다 다 잡아내고 안에서 무언가 느꼈을지 모르겠다.

나는 매일 술을 마셨고 소중한 하루하루를 허비했다.

정신을 차리겠다고 이런저런 모임이나 교육을 신청해 저녁시간의 공백이 없도록 빡빡한 일과를 살아가기도 했다.

그가 그녀가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죽거나 비련의 주인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엄청난 행복이나 행운이 찾아오지도 않을 것을 알았다.

결국 마음이 가는대로 사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의 마음은 변화나 단절을 원하는 것은 아니였다.

어느 정도의 거리감과 서로에 대한 인정을 받아들이고 또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조율을 하기로 하였다.

h는 여자로서 자존감과 자존심을 망가트린 나를 힐난하고 보상을 원한다.

그것은 다순한 금전적인것을 떠나 나의 마음을 좀더 자신에게 향해주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사랑과 관심을 바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애잔하고 마음이 아렸다.

나는 왜 공감과 감정의 동화가 이리 더디고 무디고 매정한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인간이기에 너무 인간적이기에 모자람과 어리석음 악함과 미숙함을 가지고 있고 완벽치 못한 미완의 인간임을 서로 보고 안쓰럽고 사랑스럽다.

연민이라는 것 또한 사랑이다.

처음처럼 무엇을 받기보다 얻기보다 주고자 하는 마음이 다시 넘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당이 되어야 한다.

내가 네게 네가 내게 서로 빙의가 되고 어둡고 침전한 마음 깊은 곳을 헤집고 찾아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냥 그러하다

인연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