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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Jul 26. 2024

임대문의

장사의 시대가 저물어간다. 우린 무엇을 팔고 무엇을 사야될지 모르겠다.

홍대앞 삼거리,

주검이 발견되었다.


"결국 

외로움의 결말은 비정하지요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애타게 그리웠으면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뛰쳐라도 가야할 것을

예정된 시간을 조용히 기다리다

주검으로 발견되었다지요."


빠루를 들고 용을 쓰며

하이그로시의 뽀얀 몸뚱이를

해체하다가

늙수레한 영감이 나를 돌아보았다.

늘어진 전선이

심장에 붙은 동맥처럼 

질기게도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새빨간 밀워키 전동드라이버의 

굉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씩 해체된 주검들이

포터트럭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높게 올려져 있던 

주검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떼어낸다.


담배연기 같은 

매연을 남겨둔채

트럭은 망설임 없이 장지로 떠난다.


얼음을 꺼낸 빈틀처럼

알맹이가 쏙 빠진

투명한 공간을 

사람들이 한번 씩 쳐다 보았다

이내 아무일 없다는 듯

가던 갈을 간다.


"임대문의"

부적처럼 써붙인 종이 뒤로

사라져 버린이의 꿈이 

아직도 망령처럼 흔들리고 있다. 


거리에는

아무것도 

팔지 않고 

사지 않는

임대문의라는 

프랜차이즈가 

하나 둘 자꾸 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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