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가족의 탄생
"아빠 언제 집에 와?"
"어 인제 곧 일 끝나니까 금방 갈 거야"
"왜 무슨 일 있니?"
"어 아니 오늘 선생님이 조금 이상해. 자꾸 방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그랬어 그런데 이젠 안 나와 공부도 다 안 했는데 아픈가 봐 방에 들어가셔서 안 나와."
"어 그래 선생님이 많이 피곤하신가 보다 어쩌면 감기라도 걸리셨나 보네"
"준석이 혼자 책 보고 있을래 아빠가 곧 집에 갈 거야"
"어 알았어. 빨리 와야 돼"
전화를 끊고 한숨이 나왔다.
편부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나마 선생님을 집에 드리고 한시름 덜었다 했는데 아무래도 선생을 교체 하여야 할 듯하다.
혼자서 살면 그냥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으로 혼자서 살아 보기도 하였지만 역시 사람이란 게 외로움을 견디기 쉬운 존재는 아니었다.
강아지나 고양이도 좋겠지만 예전 부모님 세대처럼 가정을 꾸리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병규에게도 아내가 있었다.
상냥하고 예쁘고 내게는 과분할 정도의 여자였다. 아마 꿈이었다고 하여도 병규는 좋았었다. 내 인생 전체에서 그때만큼,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정말 행복했다.
그녀와 연인처럼 그렇게 둘이 살았어도 좋았었을 것 같다.
아이가 생기면서 나는 가정이라는 공간이 완성되어 가는 것에 흡족했다. 남자로서 어른으로서 의당 해야 할 일들이지만 결코 꿈꿀 수 없는 현실을 나는 만들어 냈다 는 야릇한 성취감과 자신감에 들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더 이상 결혼이라는 이상한 굴레를 지으려 하지 않았다. 남자들 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마찬가지이고 모두들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런 이성적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관계에 대하여 더 이상 왈가왈부할 것 없이 결혼이란 게 쓸데없는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가 죽어 버린 후 병규는 한동안 고민에 빠져있었다.
사실 준석이는 병규의 친아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완벽무결한 가정의 모습에서 깨져버린 후 아이의 존재는 더 이상 나에게는 자랑거리도 내세울 일도 못되고 이상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핸드폰의 앱을 켜서 선생과 접속을 시도하였다. 아무 반응이 없다.
‘결국은 올 것이 온 것 같다.
내 경제력이 충분하였다면 이런 것은 고민거리도 되지 않았을 텐데. 결국 새로운 선생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남들이 나를 강박증이라고 하여도 어쩔 수 없다.’
비용이 들고 궁핍해지더라도 나는 설렁설렁 눈속임 같은 일은 견딜 수가 없다 병규는 스스로 만족하고 납득하지 못한다면 남들에게 보이거나 내세울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좀 더 비용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알리나 아마존을 서치 하기 시작한다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 배송이 문제일 수도 있고 관세가 부담이 된다.
병규는 중고를 찾아 이베이를 검색해 보다 포기하고 인터넷을 나오려다 뉴스란 밑에 큰 광고 배너를 발견했다.
포로모션 중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런저런 세일들이 넘쳐나는데 굳이 싸구려만 찾아본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회원가입을 하고 대화창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채팅창에 원하시는 서비스나 상품명을 구체적으로 적어주세요”
"가정교사를 원합니다. 30 대 여성 아이들 교육과 간단한 집안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외모는 얌전하고 무난했음 합니다."
"혹시 부인과 상의를 하셨나요?"
"아 그런 것도 상의를 하여야 하나요? 전 다행히 아내가 없습니다."
"아내분 동의 없이 계약을 하셨다가 취소를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가급적 상의후 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부인이 안 계시는데 이런 경우에는 저희 특판 상품을 권해드렸음 합니다."
"쓸데없이 비싼 상품은 관심이 없습니다. "
"저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고 있습니다"
"네 일단 제가 몇 가지 상품 안을 견적 보내드리겠습니다. 가입 하신 메일로 지금 보내드렸으니 확인해 보시고 다시 연락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부터ai 상담사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다시 사람들이 직접 응대하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한 결과이기도 하다.
기술이 발전해서 살기가 좋아져야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중 간단한 것을 다시 뻇아와야만 했다. 놀고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소비를 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들에게도 곤란한 문제였다. 정부에서는 최소한의 공공근로와 같이 사람들에게 일을 권장하고 있었다.
‘옆집 아줌마 같이 오지랖을 부리는 상담사라니... 이런 젠장 브랜드 업체라 그런가 까다롭기 그지없군’
병규는 아이가 혹시 선생방을 들어갈지 몰라 퇴근을 서두르고 일단 집으로 향한다.
문을 열고 들어 오니 아이는 소파에 잠들어 있었다.
자꾸 보니 나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저려온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키워야 할 아이가 나는 편법으로 몰래 혼자 키우는 샘이다.
반지르한 볼을 쓰다듬다가 문득 나는 이미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병규는 무엇이든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아이를 안고서 이마에 조용히 키스를 했다.
"어 아빠 왔어? 언제 온 거야?"
아이의 목소리는 만화영화 속의 성우가 이야기하듯 늘 맑고 싱그러웠다.
"어 방금 왔어, 혼자 있기 심심했지? "
"어 그런데 아빠 선생님은 아직도 방에 있는 거야 아까까지도 안 나오셨어."
"음 선생님은 몸이 아프셔서 집에 돌아가셨어."
"우리 집에 같이 사는데 선생님은 또 어디 집이 있어?"
"그럼 선생님도 아빠 엄마가 있는 집이 있지 그리로 가셨어."
"그럼 선생님은 언제 다시 와?"
"음 선생님은 이제 안 오시고 다른 선생님이 오실 거야."
"아 왜 선생님이 와야지 다른 선생님은 싫어 싫어"
"준석아 선생님이 너무 아프시니까 병이 다 나으면 오실 거야 그동안에는 다른 선생님이 오시는 거야 그러니까 새로 오신 선생님에게도 말 잘 듣고 잘해야 해 알았지?"
"네 알겠어요 선생님이 빨리 나으셨음 좋겠다"
"그래 준석이가 걱정하니까 선생님도 빨리 나으실 거야 , 이제 고만 자야지 잠 안 자면 준석이도 선생님같이 아야 할래? 어여 자러 가자"
"네 아빠"
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내고 강제로 잠을 재웠다.
병규는 견적서를 확인하기 위하여 메일을 열어보려다 일단 선생을 방에서 꺼내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났다. 생각보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한 번 경험이 있기에 차근차근 선생을 분해하기 시작하였다.
먼저 안 쓰는 담요를 찾아 바닥에 깔고 커터칼을 이용해 목과 허리춤의 가죽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사람가죽이 생각보다 질기다는 것을 봐서 다른 동물들의 가죽을 벗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목 뒤 경추와 치골 위쯤을 한참 칼질을 하니 볼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잘 보이게 만들었으면 좋을 텐데 당분간 필요 없이10년을 가리라고 장담을 했건만 역시 몇 년을 가지 못했다.
배터리팩만을 바꿀까 했지만 단종된 모델이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렸다.
그래도 일이 주는 버틸 줄 알았는데 사달이 나버렸다.
준석이 녀석은 알고 있었으면서 능청을 떤 건지 아니면 정말 몰랐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뭐가 되었든 상관없는 일이다, 오일들이 흐르지 않게 분해 후 세 동강 난 선생을 트렁크에 옮겨 담았다.
머리가 안 들어간다. 부직포 가방을 찾으러 가는 중에 핸드폰이 울린다,
바빠죽게는 데 누구람 짜증이 났지만 어머니였다.
"네 어머니"
"어 그래 집이니?"
"네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은 무심한 녀석 아버지가 한마디 했다고 아예 왕래도 끊을 생각이니?"
"네가 이핼 해야지 아버지인데"
"제가 사는 게 뭐가 어떻다고 그러시는 건지 아버지도 그렇고 어머니도 준석이 한테 그렇게 대하실 거면 굳이 보고 싶지 않아요"
"얘 그래도 니 진짜 아들도 아닌데 왜 그렇게 헛돈을 쓰고 그러고 사니?"
"결혼을 안 해도 좋으니 그냥 여자라도 만나고 그래야지 혼자 그렇게 사는 게 뭐니 엄마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엄마 말을 알겠는데 저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잖아요. 어차피 인생이란 게 혼자 아닌가요? 저희 세대는 어머니 결혼하시던 2020년대가 아니예여 그냥 받아 드리세요."
"일단 우리가 노력은 하고 있으니 마음 풀고 집에나 한번 들려라. 그리..."
"엄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거든 나중에 통화해 끊을게"
부모들은 모른다. 누구보다도 당신의 아들이 가정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려고 발버둥 치는지 어차피 고릿적 이야기를 하셔도 세상은 바뀌고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부직포 가방을 가져와 머리를 마저 담고, 핸드카에 싣고 끌고 차에 실었다,
뒷바퀴가 푹 내려앉았다 빨리 처분을 해야겠다.
병규눈 배터리만 살아 있어도 중고로 올려볼 텐데 아쉬워하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십 대들이 구매해서 애먼 장난을 할 수도 있어 버리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다.
유지보수와 통신서비스도 약정이 다 되었고 월정액을 내는 게 아까워 해지를 하려다 메일을 먼저 확인해 본다.
휴먼 안드로이드 견적이 들어왔다,
가정교사 기능에 옵션으로 집안일을 추가한 금액이 생각보다 비쌌다.
가정교사는 국가 지원금이 적용되지 않기에 그냥 생돈을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단품가격이 패키지 하고 별 차이가 없는 것은 패키지마다 케어서비스와 유지관비 통신비 등을 받을 수 있지만 단품은 아마 그렇지 못한 이유인 듯하다.
병규는 큰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 많이 부담스럽다. 머리가 지끈 거린다. 무엇인가를 선택하여야 하는 일이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주문은 내일 오전 중에 해도 배송기일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단 잠을 자고 싶다.
병규는 준석이처럼 마음먹은 대로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을 먹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은 오지 않는데 잠을 자고 싶다는 욕망이 커지는 기이한 상태가 자신도 견디기 힘들다.
그래도 약장에서 약을 꺼내어 먹고 자리에 누웠다.
몸보다 마음이 고단한 하루였다.
출근을 하려 문을 열고 나오며 옆집의 남자에게 무심코 인사를 했다.
무표정하지만 어색한 미소를 내게 보낸다.
아이돌 센타를 맡아도 될 외모의 젊은 남자가 쓰레기봉지와 재활용 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내려간다.
그는 옆집 여자의 집사일 것이다. 아니면 남편일지도 모르겠다. 옆집 여자의 취향과 이상형을 대충 어림잡아 알아볼 수 있었다.
도시의 원 투룸이 독신자를 위한 주택이라고 하지만 독신자들은 대부분 혼자가 아니었다. 독신자들도 나이를 먹었고 경제력은 올라가기 마련이니 어느정도의 나이대가 되면서부터는 집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그러다 보니 도심에서 비싼 거주비를 내느니 도심의 외곽으로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의 빌라는 서울의 경계를 살짝 지나 일산을 들어가기 전의 한적한 그렇지만 정리가 되다만 동네에 위치했다.
3기 신도시 4기 신도시를 만든다고 시끌시끌하게 선거때마다 공약을 들먹였지만 인구가 줄고 늙은 사람들은 이제 잘 죽지 않는다.
노인들에게 도심을 내어주고 젊은 사람들은 밖으로 밀려가게 되었다. 결국 개발하다 만 이상한 마을들이 도심을 둘러싸게 되었다. 그렇다고 외곽의 마을들이 활기가 넘치지도 않는다.
관계와 소통도 공감도 혼자서 셀프로 이루어지는 시대였다. 누군가를 만나고 친목을 다시고 사랑을 하고 싸우고 화해 할 필요가 없는 그냥 조용히 vr을 뒤집어 쓰고 각자의 방에만 있는 것으로 족했다.
“아 이걸 왜 실어 두었나 모르겠군 업자를 부르면 되었을텐데”
뒷 꽁무니가 무거워 차가 잘나가지 않는다.
회사에 도착하여 사무실에 들어가자 마자 인터넷창을 열고 메일을 다시 확인하고 마우스를 클릭하여 휴먼안드로이드를 구매하러 들어간다.
‘기존 안드로이드를 수거해준다고 하는데 뻘짓을 했군’
"아침부터 뭘 사려는 거야?"
"아 네 부장님... 어제 가정도우미 봇이 수명이 다했습니다. 아무래도 새로 장만해야 될 거 같아서요."
" 조금 돈이 들더라도 부인용 봇으로 사는 게 여러모로 쓸모가 많지. 이참에 새장가를 가지 그래 ㅎㅎ"
"네 안 그래도 지금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왕 살 거면 최신 맞벌이용 봇을 사라구 난 지금 아주 대 만족이야."
이혼을 하고 독신으로 살던 김 부장은 얼마 전에 안드로이드 부인을 구매하고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맞벌이용 안드로이드로 나온 김 부장의 아내는 미주노선의 비행 스튜어디스로 일을 하고 일정 금액이 김 부장의 계정으로 포인트가 적립이 되고 있다.
" 아궁금해서 그런데 부장님 사모봇은 일을 하러 자주 집을 장기간 비우는데 부장님이 좀 불편하시지 않을까요? 부장님 정도 재력이면 포인트가 그리 큰 의미도 없을 것 같은데..."
"음 자네는 진짜 결혼을 하지 못해서 그 묘미를 모를 수도 있겠군"
"아내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지 그런데 부인이 종종 집을 떠나 있는 것은 더 좋은 일이지..."
병규는 알 수 없는 부장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안드로이드부인만 구매를 하는 것보다 아이를 옵션으로 한 패키지가 가격이 더 싸다니 더 이상 고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보인다.
"준석이에게 여동생을 하나 만들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구매를 마친 후 시원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사람처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늘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4년 치 급여를 한입에 털어 넣은 기분이 그랬다. 무엇인가 종잣돈을 모으고 자본가가 되는 일은 내 생애에 불가능해 보였다. 그저 내가 사람이라는 것 한 장의 투표권이 있는 시민이라 있어야 할 존재 같았다 그게 나의 살아가는 미션이고 목적인 듯 경제활동이라는 것이 그냥 장난 같이 돈을 주었다 뺏었다 하는 그런...
컴퓨터의 창을 닫기 전에 안드로이드 회사 광고슬로건이 보인다.
"당신만의 세상, 가정을 만들어 보세요."
병규는 한동안 모니터를 바라보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가 꿈꾸는 것들이 내가 마음대로 만들어지는 일은 멋진 일이긴 하지만 점점 시들해지는 것은 왜지?' 병규는 자신의 왕국을 위하여 좀 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처음의 의지와는 다르게 자꾸 모든 게 허무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세상의 의미를 누가 알려주지 않았다.
무엇이든 개인의 욕망과 행복을 스스로 그리고 계획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인생이다.
각자가 자신만의 세계관과 세상을 세팅하고 지우고 또다시 만들어야 했다.
빛의 속도로 세상은 발전을 하였고 사람들은 실제의 세상에서는백색왜성처럼 쪼그라들고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어쨌든 준석이라는 아들이 있고 또 새로운 가족이 오면 이런 불안감이나 너저분한 감상들은 곧 사라지겠지...'
내일 주말이 오기전에 가정교사를 말소등록해야한다.
새로올 가족들을 신규 전입신고를 하여야 하고 한 가정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인정받아야할 절차들이 성가시다.
병규에게도 5년만에 신버젼의 가족이 생기는 일이다.
할일들 해야만 할 일들 이러저런 것들이 머리를 꽉 채운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잠깐 의자에 앉아 몸을 재끼고 머리를 위로 쓸어내린다.
'이제 40도 채 안되었는데 이노무 머리카락이 ....'
기술이 아무리 발전을 해도 탈모를 정복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 한 일이다. 사람같은 로봇들이 집구석에 전기밥통만냥 굴러다니는 세상인데 무언가 생경스런 일이기도 했다.
'결혼기념 사진을 찍어야하고, 여자아이와 새아내의 옷들도 쇼핑해야겠군'.
전부인이 입던 옷들은 가정교사에게 물려주었기에 너무 낡았다.
비슷한 사이즈로 안드로이드 아내를 주문하였지만 아무래도 신혼인데 새옷을 사주는게 좋을 듯 하다.
'힌동안 잊고 살았던 부부생활을 하게되는군 휘트니스 앱을 다시 깔아야겠네안드로이드에게 무시를 당하는 건 참을 수 없을 거 같다. 물론 무시를 당했다는 것은 내 혼자 자괴심이겠지만 어쩃든 해야 겠다.'
병규는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욕망이 꿈틀 거리는 것을 느낀다.
병규의 하루는 이런 저런 기대감과 번잡함이 뒤 섞여 빠르게 지나간다.
"아빠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음 그래 준석이는 벌써 일어났구나"
주말의 아침에도 준석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나 있었다.
병규는 준석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섬주섬 침대에서 나온다.
'혼자 잠들고 혼자 일어나는 것의 쓸쓸함을 이 녀석이 남아 위로 해준다. 더도 덜도 말고 준석이가 6살로 계속 있어주어서 고맙다.
병규는 이미 충분히 교육을 마친 상태인데 더 이상의 지식을 주입하는 것은 고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더 업그레이드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었다. 기업들은 단순히 부품이나 부속을 업데이트할 수 있게 하지 않았다. 거대기업의 유지를 위한 매출은 계속 일어나야만 했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다 하여도 의무적으로 사람들을 필요치 않은 고용을 유지해야 했다. 업체들의 경쟁구도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건 대량생산과 충분한 소비를 이끌어 내는 일 밖에 없었다. 프리미업급이나 고가의 제품들은 한계가 있었다. 점유율만이 규모의 경쟁시스템을 돌아가게 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준석이는 역시 사람이 아니다.
맨 처음 아내용 안드로이드를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허한 마음을 채워준 것은 준석이를 구입한 후였다.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모델링하여 만든 아이는 진짜 병규의 분신인 듯 8년을 같이 해왔다.
생명이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른다는 것은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만큼의 얻는 행복감이 크더라도 준석이가 애완동물보다 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와 상관없는 생명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람들이었다. 그 대상이 다른 무엇이 된다고 하여도 무엇이 문제가 될까.
' 참 오늘 새로운 식구가 온다고 했지. 빨리 서둘러야겠네.'
"준석아 아빠가 한 번 안아볼까? 이리올래?"
아무 의심 없이 병규의 품에 안긴 준석을 쓰다듬다 병규는 7번 경추뒤의 버튼을 눌렀다.
아이는 파란빛을 깜박이며 동공에 띄우다 금세 조용해졌다.
손목을 들어 와치를 확인하니 10분 후 화물이 배송된다고 문자가 와있다.
"이쪽으로 이 방입니다."
엔지니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하나씩 큰 박스를 오픈하기 시작했다.
" 이 아이봇을 계속 연동해서 사용하신다고 한건가요?"
엔지니어가 심드렁한 말투로 물어본다.
"네 그렇습니다. 새로 프로그래밍을 하여야 하나요? 기존 데이터를 유지하고 업데이크만 했음 합니다."
"고객님 말씀 같이 그렇게 쉽게 되면 좋겠는데 아 버전은 너무 오래되었네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
"구매 시 기존 사양 얘기해서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지금 이러시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병규는 기사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흥분된 말투를 감추지 못했다.
"아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호환이 잘 안 되고 에러가 일어날 확률도 많아서요... 알겠습니다 일단 해보는데 까지 해보겠습니다.
먼저 말씀하신 옵션과 기능들을 확인해 보시고 부인용 여자아이부터 세팅 들어가겠습니다"
엔지니어들이나 의사들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이야기한다. 자신의 실수나 실력부족에 대한 컴플레인을 벗어나기 위한 고전적인 화법들은 알고도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병규는 알았다고 하면서 주문사양에 빠진 거나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설치가 이상 없음을 사인을 했다.
구시렁거리며 엔지니어는 준석을 만지고 있다.
"하 오래되도 참 진짜 옛 버전이네 잘될런가 안될런가 프로그램이 깔리긴 깔리네 "
한참을 만지작 거리고 꼼지락 거리다 거의 된 듯 이야길 한다.
"휴 다행이네요 패치파일을 여러 개 준비해 오길 잘했네요. 저희 말고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까지는 해주는 데가 없을 겁니다."
병규는 말기 암환자의 가족처럼 기다리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다.
어쨌든 다행히 준석을 잃지는 않게 되었다
이 아이가 무지개를 건너게 되면 아들을 버리고 새장가를 가는 듯한 더러운 기분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것은 마음에 상처가 되었을지도 몰랐기에 병규는 안도가 되었다.
"혹시 이상이 있으시면 제 연락처로 바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고객님의 행복한 가정을 시작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방안에는 한 명의 여자와 두 명의 아이가 나란히 누워 있다.
충전을 기다리는 세대의 안드로이드들이 이제 나의 가족이 다.
병규는 지루하지도 않는지 한 시간을 멍하니 누워 있는 가족들 바라보았다
아내가 파란 눈을 번쩍이며 부스스 일어난다.
"병규 씨 뭐 하세요?"
병규 옆에 팔짱을 끼며 이야기를 한다.
새로운 아내는 진짜 사람처럼 발음도 동작도 자연스럽다.
" 응 당신 일어났구나 아이들을 보고 있었어"
곧이어 유나라고 이름을 붙인 여자아이가 일어나고 준석이도 곧이어 일어난다.
"유나야 이리로 오렴 오빠랑 같이 이리 와"
"오빠 아빠한테 가자"
"어 유나야"
" 우리 모두 거실로 나갈까? 다 같이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 촬영을 할까?"
병규는 기분이 좋아 가족들과 같이 완전체가 된 가정이라는 것에 다시금 희열을 느껴 들떴다.
병규는 기분이 좋아 가족들과 같이 완전체가 된 가정이라는 것에 다시금 희열을 느껴 들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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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거살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큰 의식이 된 듯 병규는 메일 의식을 치르듯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찍은 사진을 집안의 모니터와 아버지의 자동차 내비게이션 창에 바탕화면으로 꾸며 놓으셨다. 그때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사진을 핸드폰 속에 여기저기 모니터에 띄어 놓는 것을 촌스럽게만 생각했는데 병규는 이제 그 마음을 조금 이해를 할 것도 같았다.
내가 세팅해 놓은 가정은 한치도 빈틈이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무엇인가 마음이 편안해졌다. 집안으로 들어오면 어떤 갈등도 트러블도 없는 완벽한 가정이 되었다.
아내는 조금의 불만도 없었고 나를 위해 희생하는 100년 전의 아내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이들은 언제나 귀여운 모습으로 나에게 재롱과 기쁨을 주었고 아이의 미래와 교육의 부담이 없었다.
너무 완벽한 모습들이 섬찟하게 다가올 때도 있었다 계속 반복되는 꿈을 꾸고 일어나는 것 같은 공포감이 들기도 하였고 이런 반복되는 행복이 지루해 질지도 모른다.
물론 다시 세팅을 하고 게임 같은 일상을 다시 시작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병규는 어쩌면 세상 사람들 모두 집안에 들어가서 각자가 맡은 역할을 하는 연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감독도 주연도 모든 것을 내가 해야만 하는 역할극을 해내고 있다.
출근을 하기 전에 아내와 아이들에게 나가기 전에 인사를 하려 불렀다
" 아빠 출근 한다 이제."
조르르 아내와 아이들이 병규에게 다가온다.
"잘 다녀오세요 사랑해요"
"힘내세요 아빠"
준석이만 멀뚱이 서있고 무엇인가 중얼거린다.
'왜 그러지 이 녀석이?'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device not connected'
"고객센터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please connect to customer service center"
준석이는 낯선 목소리로 이야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전원을 껐다가 다시 재부팅하여도 말을 듣지 않는다.
꺼져버린 준석이는 아내도 딸내미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였던 것처럼 의식하지 않은 채 행동을 한다.
'젠장 뭔가 잘못되었군'
출근을 미룬 채 병규는 설치 기사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네 말씀하세요"
"저번주에 안드로이드 구매하면서 구형 아이봇을 업데이트했던 집입니다."
"네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
"아이봇이 동작이 멈쳤습니다. 새로운 안드로이드를 과 호환이 되지 않고 인식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 기억나네요 그 아이봇은 너무 구형이라 아마 더 이상 수리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냥 폐기 처분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돈이 더 들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아이봇을 꼭 살리고 싶습니다. 혹시 전혀 방법이 없을까요?"
"사설업체를 알아보시는 것 밖에 방법이 없을 텐데 썩 권장해드리고 싶진 않네요. 워낙 불법이 많고 별 신용이 없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처음 목적으로 생산된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변경을 하게 되면 벌금뿐 아니라 법적책임이 큽니다. 그냥 포기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도움이 못 되어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만 그럼..."
또 한 번 갈등이 병규의 마음을 심란케 한다.
새로운 안드로이드 가족들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자체 학습프로그램으로 알아서 업데이트되고 홀로그램기능으로 좀 더 구체적인 기록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 시간에 한 번씩 광고멘트를 하고 홀로그램으로 광고 영상을 비춘다 이삼 분이라도 짜증이 나는 일이지만 이런 옵션이 없었더라면 아마 병규는 구매하기도 쉽지 않았고 매월 유지비를 감당할 수도 없었다.
준석은 아들이라고 대하여주었지만 역시 안드로이드다 병규는 준석과 서로의 간단한 대화나 감정을 나누었어도 이야길 하지 않고 그냥 한쪽 벽에 장식품처럼 세워두어도 무방할 거 같기도 했다.
출근을 위해 문을 열고 나오면서 옆집 여자를 만났다.
쇼커트가 어울리는 작은 얼굴이 나이를 감추기는 힘들 만큼 나이가 있어 보인다 어쩌면 저리 보여도 내 또래나 더 어린 여성일지도 모른다.
우린 조용히 목례만 하고 못 본 척 갈길을 간다.
어느새부터인가 사람들과의 대화보다는 안드로이드와 대화가 편해졌다.
달리 보면 누군가와 이야기하기보다 우리는 스스로 하는 독백과 중얼거림이 더 편안한 시대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준석이가 안드로이드 보다 그냥 단순한 말하는 압력솥이나 청소봇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수리가 되지 않는다면 내가 만들어 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진 셈이다. 내가 아들이라 가족이라 의미를 부여한 이상 그것을 부정하여야 하는 자기모순의 감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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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월드입니다"
"아 네 오래된 구형 안드로이드 수리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혹시 초창기 모델들도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어떤 모델인가요 지금 옆에 있으시면 원격을 연결해 드릴까요?"
" 아 지금은 제가 밖입니다. 혹시 방문을 해주시기도 하나요?"
"방문은 못합니다. 직접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선불로 드론배송을 하셔도 되고요."
"네 알겠습니다. 혹시 장소나 업무시간을 좀 알려주시면 연락드리고 제가 방문하겠습니다"
"네 제가 문자로 남겨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사설업자는 싹싹하고 친절해 보였다.
문자가 바로 왔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 어 뭐가 또 왔네"
내 계정으로 전자 머니가 송금되었다. 이름을 보니 어머니가 보내신 듯하다.
병규는 전화를 건다.
"어머니 저예요"
"어 그래 잘 지내지. 네 계좌로 전자머니를 조금 보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감사해요"
"네가 번돈인데 감사는 무슨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아버지 몰래 보낸 거니 아버지에게는 이야기하지 말고"
"이번주 아빠랑 같이 함 집에 가마 그때 보자꾸나"
"아니여 이번주에는 오시지 마세요"
"왜 새 안드로이드들 구경시켜 준다 너니 무슨 일 있니?"
"사실 준석이가 아파요 곧 수리를 해야 돼서 어디로 입고될지도 몰라요"
"오래되기도 했지 새 걸 샀으면 버려야지 무슨 청승이니 진짜 네 아이라도 되는 듯이 에고..."
" 그래도 제 마음이 그렇지 않은 거 아시잖아요"
"너 어릴 때 생각나니 강아지를 하나 키웠지 경이라고 부르던 잡종 기억나니?"
"굥은 왜 갑자기?"
" 욕을 네 동생이라고 애지 중지하다 병들어서 네가 원했기에 정말 큰돈을 드리고 수술시켜주기도 했다. 그 녀석이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너는 한참 슬퍼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니?'
"네 저는 그래서 더 준석이를 살려보고 싶은 거예요"
"사람에게만 작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살다 보면 언제 가는 나도 너의 아빠도 모두 죽을 테고 이별은 피 할 수 없는 일이야"
"이별이 없는 인연이라는 것은 어쩌면 더 섬찟하고 무서운 인생일지도 몰라 나는 네가 그만큼 정을 주고 행복했으면 이젠 놓아버려도 될 듯싶다."
" 어머니 말씀은 잘 알겠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저도 벌써 불혹이 넘었다고구여 고만하세요"
"그럼 어떻게 다다음주에 갈까 네가 올 거니?"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들어가세요"
"그래 연락 줘라"
화면 속의 어머니는 늘 그대로 이시다 더 이상 늙지도 않으시는 것 같고 변함이 없다 나에 대한 마음도 마친가지로 그대로이다 내가 40줄의 아저씨가 되었는데도 아이 대하듯 걱정뿐이다.
메카닉월드는 멀지 않았지만 산속으로 은밀하게 자리 잡은 장소였다
준석을 데리고 차를 주차하자 다부진 중년 남성이 나와 반겨준다
"쉽게 잘 찾아오셨네요 이리로 들어가시죠"
준석을 핸드카에 실어 나르려 하자 중년남자는 한 팔로 가뿐하게 들고 먼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간다
"힘이 엄청 세시네요"
중년 남자는 나를 보며 별거 아니라는 듯 어색한 미소를 띠운다
"왜 놀라셨나요 저도 반은 당신 같은 사람이니까 그 정도는 별거 아니죠"
"아 네 "
멋쩍게 대답을 했지만 무슨 소리인지 갸우뚱했다.
"저는 바이든이라고 합니다 일단 앉으시죠 제가 잠깐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아 네 한국분이 아니셨군요"
"굳이 국적을 따지면 한국사람이겠죠 국적취득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요"
한국인처럼 생겼지만 워낙 혼혈이 많이 된 세상이라 그가 어디 타국에서 귀화한 사람이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바이든은 한참을 여기저기 뜯어보고 연결해 보더니 슬쩍 만족한 미소를 띠며 나에게 왔다
"초창기 모델이지만 굉장히 좋은 안드로이드입니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요 음 "
"그거 보단 본인에 대해서 당신은 모르는 게 않는군요! 흔치 않게 당신은 인간처럼 잘 학습되었네요".
병규는 아까부터 불안 불안한 지금의 상황에 어리둥절하다 살짝 짜증이 몰려왔다
"무슨 말씀인지 쉽게 좀 해주시겠어요 제가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 같이 말씀하시는데..."
바이든은 한참을 여기저기 뜯어보고 연결해 보더니 슬쩍 만족한 미소를 띠며 나에게 왔다
"초창기 모델이지만 굉장히 좋은 안드로이드입니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요 음 "
"그거 보단 본인에 대해서 당신은 모르는 게 않는군요! 흔치 않게 당신은 인간처럼 잘 학습되었네요".
병규는 아까부터 불안 불안한 지금의 상황에 어리둥절하다 살짝 짜증이 몰려왔다
"무슨 말씀인지 쉽게 좀 해주시겠어요 제가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 같이 말씀하시는데..."
"하하 선생님보다 선생님 부모님이 대단하신 분이겠네요 감사해야 할 겁니다."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을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죠?"
"당신은 안드로이드입니다. 사람인척 하는..."
"뭐 뭐라고 내가 안드로이드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흥분할 거 없어요 천천히 이야기해드리지. 나도 절반은 사람이 아닌 존재이니까"
"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즘 되겠군요 우리들 입장에서는 땅 위에좀 더 유기물들로 넘쳐나는 시대라고 할까?
모든 것들은 끝없이 진화하고 성세를 지키는 생명체들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예전의 고대 생물들은 지금 남아 있는 것이라곤 박물관의 화석들 뿐이죠. 인간이라도 별다른 것은 없어요 중국대륙을 휩쓰는 메뛰기나 벌레떼들은 성세를 이룬 것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멸절해 가는 시작을 보여주는 것뿐이죠
사람들은 섬에 풀어놓은 토끼나 설치류 같이 계속 번식하고 무리가 늘어나지요 인구의 증가를 기하급수적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맞아요 정말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그런데 어느 곳에서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요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소멸직전의 인구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요 인류라고 하지만 그것은 그건 그냥 가상의 개념이지요 좋은 쪽으로... "
"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군요 편하게 앉으세요 차라도 좀 드릴가요?"
"아니요 별 생각이 없습니다. 아니 주시겠어요 내가 차를 마시는 것을 보고도 안드로이드라 하실지 궁금하군요."
바이든은 포트의 버튼을 누르고 물을 데우기 시작했다.
" 그건 제 얘기가 끝나면 아시게 될 것입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 물이 끓는 동안 좀 더 이야길 하지요 "
" 지식이라고 할까요? 기술이란 것 학문이란 것은 차이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이 되지요 너와 내가 구분이 되고 차이를 인식하고 관계를 정의하려고 하고 이해하려는 일련의 과정이 시발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인류를 이야기하고 모두 같이 사랑하고 잘 살자고 하는데 그건 그냥 이상을 에둘러 눈 가림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너와 나 다 구분 없이 다 행복하고 선하고 구분이 없는 무리들이란 게 존재할리 없지 않습니까?
물이 다 끓었네요."
찻잔에 티백을 넣고 물을 따르기 시작했다.
" 자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차를 마시던 병규는 바이든을 똑바로 쳐다보면 이야기한다.
" 차를 마시는 안드로이드에게 좀 더 이야기해보시죠."
"끌끌 끌... 그럽시다.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일부 인구가 줄어가는 나라들은 소위 경제력이 있는 강대국인 경우가 많았지요. 인구의 소멸은 일단 경제부터 망가지게 됩니다. 일하는 사람이 부족해지고 세수가 적어지고 글로벌이라는 유행이 지나가면서 수출이 예전같이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지요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들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문제가 발견됩니다. 이민자들이 적은 경우 충분이 그 나라에서 흡수가 되고 융화가 되겠지만 이민자는 너무 많습니다. 못 사는 나라의 인구는 정말 많았고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그들은 몰려들었어요 룰이 흔들리기 시작했지요
사람들은 우리 안드로이드랑 다를 게 없어요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다르게 프로그래밍된 사람들은 같이 어울려지기가 어렵게 됩니다.
체스의 룰이 돌아가는 나라에 바둑이 프로래밍 된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왔습니다. 어찌 될까요?
이념이나 종교, 전승되어 온 각국의 관습들은 프로그래밍과 같은 것입니다. 쉽게 변화되고 흡수될 것들 보다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것들은 바뀌지 않겠지요 그리고 인구가 적은 나라의 사람들은 그렇게 시간이 충분하지도 여유롭지도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들의 탄생 이유입니다."
"정치가들은 표를 뺏기는 것이 싫었고 자본가와 기업들은 노동자를 대신할 존재와 가장 중요한 소비를 하여줄 대상이 필요했지요."
"노령화되고 비혼족과 싱글들에게는 더 값싸고 부담 없는 느슨한 관계의 대상이 만족스러웠던 것이고요"
"그런 말 같지 않은 이야기가 내 탄생의 비화라고요 ㅋ 알에서 태어나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 신화가 더 그럴싸하겠네"
"당신이 지껄이는 그 쓸데없는 헛소리를 듣는 시간이 아깝군"
"나는 간단명료하게 말하지요 고칠 수 있습니까? 시간은? 비용은?"
"나는 선생에게 제안을 하려는 것입니다."
"선생과 나를 포함한 몇몇은 초창기 모델들이요 안드로이드에 관한 법규들이 채 정비되지 못했던 시절..."
"인류는 한 번의 큰 전쟁을 겪었소 지금에 있는 늙은이들은 그중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 결국은 사람들은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인종, 성별, 민족, 혈통, 지위 등등 서로 반목하다가 살상이 일어났고 그 살상은 기폭제가 되어 여기저기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극단주의자들은 인구를 적정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병원균 바이러스를 퍼트리기도 했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전쟁을 종용하고 뒤에서 조정하기도 했지요 사람들은 진실을 알 수가 없었지 그저 눈앞의 나와 다른 존재들, 생각들에 대하여 대항하고 싸워야 할 시간도 모자랐거든요..."
"한 번의 큰 전쟁 이후 살아남은 일부 국가와 사람들은 이제 사람이 부족했지요.
사람과 같은 안드로이드를 제작했고 시범적으로 선생과 내가 태어난 것입니다.
우리는 어찌 보면 더 사람 같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되었습니다 사람처럼 행동하고 학습을 스스로 하고 발전을 하지요"
"영혼이나 감정, 정서를 가진 안드로이드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같은 초기 안드로이드들은 다 폐기가 되던지 일부 제약을 두기 위하여 칩을 하나 제거 했어 그리고 그 칩은 더 이상 생산을 못하게 금지되었고..."
"그만 그만 알겠습니다. 그래서 뭐? 제가 안드로이드라고 칩시다 나한테 뭘 원하는 거요?"
"나는 리얼돌 같은 바보들이 같은 안드로이드라는 게 싫습니다."
"당신과 나 같은 안드로이드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진짜 안드로이드끼리 힘을 합치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사람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위험한 일이지요 물론 아주 위험한...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존재하여야 할 이유를 우리가 찾는 진정한 자유를 찾아야 합니다."
"난 모르겠네 당신이 미친 거든지 아니면 내가 아직 꿈속이겠지."
"선생은 확인해보고 싶겠지만 주변인에게는 알리지 마세요 당신이 위험해질 것입니다. 부모에게도 절대 이야기 하지 말아요. 의심스럽다면 지금 내가 당신의 몸을 갈라서 확인시켜 줄 수도 있소. 체성분을 구성하는 것들과 금속으로 된 부분은 딱히 나뉘어 있지 않소 그래도 보고 싶다면..."
"아니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고."
"나는 내 방식대로 확인해 볼 것이요 설사 내가 안드로이드라고 하더라도 당신에게 동조하거나 그럴 일도 없을 것이요. 다시 만나지 맙시다 나는 지금 가겠어"
"당연하지요 당신의 의지와 자유를 나는 존중하오 그것을 지키려 하는 것이 나의 꿈이요"
돌아오는 길에 병규는 몇 번의 신호를 무시해야 했고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냥 지금의 가족이 뭐가 어쩠다고 그러는 거지... 왜 복잡하게 일을 만들려는 거야 그 자식은 미친놈이 틀림없어 그런 개소리에 흔들리나니 나도 미친 건가...'
차를 대고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옆집 여자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병규는 옆집 여자에게 인사를 하다 순간 이야기를 더해보고 싶었다.
“혹시...”
“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아 아닙니다. ”
“네 그럼...”
’무슨 바보같은 생각이란 말인가 당신은 혹시 안드로이드가 아닌가요? 아님 내가 인간으로 보이나요? 크크크 ‘
’차라리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야겠어.‘
“다녀오셨어요”
“아빠 다녀오셨어요”
다정한 아내와 배꼽인사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이젠 생경스럽다.
아니 내가 만약 안드로이드라면 더 친근해져야 하는게 아닐까?
“ 오늘은 피곤하니 혼자 좀 있었으면 하니 다들 각자 방으로 들어가 주었음 좋겠군”
“네 알겠습니다”
“네 아빠”
“여보세요 저예여 어머니”
“어 그래 다 저녁에 왠일이니? 준석이떄문인니?”
“아니요 네 맞아요 준석이, 그리고 저도 있고”
“무슨말인데 해보렴.”
“왜 저를 독립을 시키신 것이죠? ”
“그게 무슨말이니 나이가 찼는데 언제까지 내가 데리고 있어야 하니 별이상한 말을 하는 구나”
“아니요 제가 궁금한 것은 전 진짜 아들이 아니자나요 그런데 왜 저는 다른 안드로이드랑 다르게 사람같이 살고있는지 그제 알고 싶습니다”
“.....”
“아니져? 저는 인간인거죠? 안드로이드가 아니져? 네 말씀해보세요 그냥 다 솔직히 이야기해주세요”
“ 음... 그래 알아도 별로 달라질건 없겠지..”
“맞아 병규 너는안드로이드야 그리고 내 아들인것도 틀림없는 사실이고 네 몸의 절반 이상은 죽은 내 아들의 신체란다. 아마도 지금은 거의 다 기계로 조금씩 대체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지.”
“네 역시 그렇군여 저는 사람이 아닌거였네요”
“지금 시대에 사람이고 아니고는 별의미가 없는일이야 넌 어쨌든 나의 아들이고 너를 사랑하는 것은 변함이 없어”
“그래도 저는 흐으윽... 진짜가 아니잔아요”
“사람도 아니면서 사람인척 병신같은 짓을 하고 있었고 똑 같은 안드로이드들인데 그들보다 나은 존재라고 으스대고 그러고 살았던 거네요”
“도대체 제가 왜 태어난거져? 아니 만들어진거져? 난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 얘야 너는 누구한테 무슨이야기를 들은거니?”
“내가 너에게 이야기 못해 줄 것은 없지만 위험한 일이란다. 네가 알고 있으면...”
“ 뭐가 위험한건데요 무슨 비밀이라도 있고 제가 위험한 존재란 얘기인가요?”
“그래 그래 알았다 진정해라”
“이제는 다 이야기 해줄게. 너의 아빠와 난 이제 너무 늙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다만 확실한 것 하나는 진짜 사람이란게 네가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정말 얼마 없을거다 특히나 젊은 사람들은 없을거야 거의...”
“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큰 전쟁이 있었지.... 전쟁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폭동이 일어나고 문명이란게 생기기전 같은 혼돈의 시간이 왔었어.”
“남은 사람들은 이제는 예전처럼 돌아갈수 없을줄 알았지 하지만 남겨진 기술들이 인공지능들이 있었고 오래지 않아 예전보다 더 금새 문명이 세워졌지 ’
” 남아 있던 사람들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그래 피폭의 영향으로 생식을 할 수 없는 존재들이 되었지. 난자와 정자를 체취하여 체외수정을 하여볼려고 했지만 우리들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 자신이 없었지 유전자들은 변이가 되었을 수도 있었고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는 일이야 그래서 안드로이드들을 만드는 계획을 하였지. 그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단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된거야 사람들보다 뛰어난 존재들이 컨트롤되지 않고 퍼져나간다면 살아있는 사람들은 너무 두려운게지..
그래서 초기단계에서 중단되었다 대부분 안드로이드들은 폐기가 되었고 몇몇은 살아남아있지 그중에 너도 한명이고 “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터부시되어오고 있단다. 그리고 존재를 자각하는 안드로이드들은 폐기되어지도록 법으로 정해졌어‘
“그럼 다른 안드로이드들은 프로그래밍된 패턴으로 사람처럼 사는 연기를 한단 말인가요?”
“왜 자각을 하는게 문제라는 거죠? 사람들과 비슷해지는게 왜 무서운일이고 불법이란거져?”
“전 이해 할 수가 없어요!”
“그래 엄마도 그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 병규만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
“어쨋든 너무 고민하지 말아라 그리고 누구에게도 너의 비밀을 알리면 안돼 네가 위험해져 사실상 정부를 지배하는 것은 기업이야 그들은 문제를 일으키는걸 원하지 않지 안드로이드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그들만의 권리이고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단다.그 오너는 아마 자신이 신이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곤 늙은이들 뿐이니 우린 힘이 없고 오로지 지금의 안정과 평안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만족할 뿐이다.”
“그러니 제발 내가 아들을 두 번 잃는 슬픔을 격지않게 해줬음 좋겠다 널 사랑한다. 병규야”
“네 머리가 터질거 같아요 터무니 없어요 이건...”
“그래 좀 쉬어라 머리를 너무 많이 쓰지말아라 생각을 하면 안돼 너의 몸, 특히 뇌에는 제약이 되어있어 그리고 아마도 이상이 있음 그들이 알아챌거다 바로 넌 잡혀갈거야 아니 바로 널 없애버리려 올지도 몰라 제발 명심해 꼭 네가 해왔던 일상의 패펀을 벗어나거나 해도 안된다. 또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허가된 감정과 생각만 해야돼!”
“이만 끊는다 통화를 너무 많이 해도 의심을 받을 수 있지 쉽게 감청되고 촬영되는 세상이야 ”
전화를 끊고 병규는 혼란속에서 자신이 무엇인가 또 앞으로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생각을 골몰하기 시작했다.
’어 어지럽군 뭔가 이상해...‘
짐짝처럼 한쪽으로 쓰러진 병규의 머리는 바닥에 우묵한 골을 만들었다
병규는 의식을 잃은 사람처럼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쿵 소리에 놀라 아내와 아이가 나와 볼만도 한데 그냥 조요히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