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 열 마리가
바구니에 쏟아졌다.
오늘 새벽에 건져 올린
등이 시퍼런 칼날처럼
애린빛이 도는 삼치.
만원 한 장에 삼치를 사서
냉장고에 꽁꽁 얼려두었다가
날 좋은 날
옥상에서 구워 먹을 생각.
두 마리는 누구를 줄까,
조금 고민한다.
해도 뜨기 전
가로등이 꺼진 도롯가에
누워 있는 삼치를 한참 바라본다.
산다는 말도 안 했는데
아저씨는 비닐봉지를 만지작거린다.
왼손에는 감홍사과와 단감이 든
검정 봉지,
손가락을 짓누른다.
오른손에는 마늘 한 봉지,
대추 한 박스,
애호박과 고추까지.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울에 가야 한다며
혼잣말을 작게 했다.
아저씨는 비닐봉지를 슬몃 내려 놓고
이제 한참 서로 눈치만 본다.
도시는 오래되었고
사람도 오래되었다.
젊은 사람들이 나오기 전에
아침이 시작되기 전에
나왔다 사라지는
늙은 사람들이
도깨비처럼 모여든다.
먼 타향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꿈이 깨기 전에
발길을 돌린다.
두고 온 삼치가
푸른 등을 번뜩이며
내 꼬리를 따라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