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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msoo Kim Jun 25. 2022

창업과 수성, 어떤 것이 쉬울까

인플루언서가 된 이후 느꼈던 것들

나는 역사책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천진난만한 마음에 좋아했지만, 나이를 먹고 나서 역사를 통해서 과거를 보고, 현재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더 좋아하고 있다. 내가 시간을 내서 꼭 읽어 보는 역사책인 정관정요에는 당 태종이 신하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던 이야기가 있다.


"처음 창업하는 것과 그 일을 지키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이 어렵소?" 


당 태종이 물었던 이 질문에 대하여 창업 공신이었던 방현령은 창업이 어렵다 말했고, 현무문의 변(당 태종이 일으켰던 쿠데타) 이후, 당 태종의 가신이 되었던 위징은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을 지켜내는 것이 어렵다 말했다. 당 태종은 둘 다 어렵다 말한 후, 창업의 어려움이 아닌 수성의 어려움을 택한다. 창업과정과 수성과정 모두를 겪어 본 사람으로서, 태종은 당을 지켜내고 후손에게 왕조를 물려주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의 한 단면일 뿐이지만, 나는 이게 인플루언서가 된 사람들에게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인플 홈 생성, 인스타 공인마크 생성, 유튜브 실버 버튼 수상 등 플랫폼으로부터 인플루언서 인정을 받는 게 나만의 무엇인가를 창업해 내는 과정이라면, 그 이후 나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은 수성 과정에 속한다.


즉, 창업 못지않게 어려운 지키기의 길을 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 길은 인플루언서가 된 사람이라면 피하고 싶을 거다.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지켜서 오랫동안 나를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중간에 나를 유혹하는 것들도 많고, 마음을 놓고 싶을 때도 많다. 본의 아니게 무례한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도 많다.


그러나 이것들을 이겨내야 인플루언서로서 대중의 인정을 받게 된다. 자기만의 비즈니스를 하며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뿌리내릴 수 있다. 자신과 결이 맞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다. 내가 이룩한 것을 지키기 어렵지만, 이를 꼭 해내야 한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이 얄궂을 때가 있다.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시련을 선사하시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지키려고 할 때에도 똑같이 시련을 내리신다. 그 시련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기도 한다. 나는 4년간 파워블로거로 있었고, 4년간 걸렸던 저품질 때문에 인생 막장에까지 몰렸던 일이 있다. 플랫폼으로부터 공인을 받은 인플루언서로 1년 넘게 활동하면서 무례한 사람들까지 만나 보았다.


당신이 만약 이런 일을 겪는다면 화와 짜증, 힘듦이라는 감정을 강하게 느낄 것이다. 슬픈 일이 이 정도로 끝나면 좋겠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노래 가사처럼, 플랫폼이 내 글을 외면하거나 노출시키지 않는 일도 있다. 즉, 내가 만든 콘텐츠가 매일 잘 나갈 수 없다.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상당히 마음 아픈 일이나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인플루언서가 된 이후 자기 영향력을 꾸준하게 지키기 위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세상과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것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거나 상위 노출이 안 되어도 해야 한다. 그래서 피할 수도 없는 일. 이걸 지난 10년간 겪었던 나는,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지켜내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만,
지키는 과정에서 겪는 안 좋은 일에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인플루언서가 되고 나면, 내가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기존 독자들을 만족시키며 신규 유입층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로직 알고리즘을 연구해야 내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 내 글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며 욕하는 사람들을 마주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나처럼 상당히 불쾌한 일 때문에 경찰서에 가야 할 수도 있다.


아마 이런 것 때문에 인플루언서가 되고 난 후에 지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여기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말기 바란다. 우리가 궁예가 아닌 이상 관심법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독자의 마음이나, 플랫폼의 AI가 판단하는 것을 정확하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를 욕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따질 수도 없다(그냥 변호사님 만나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에게 시간을 빼앗긴다면 인플루언서 활동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 따라서 나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 외로는 상황에 맡기는 것을 권한다. 우리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에 관여할 수 없다. 모든 일을 다 내 뜻대로만 설정할 수 없다. 궁예가 아니기 때문에 남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 법봉으로 마구니를 때려잡을 수 없듯, 로직의 파악 결과나 독자의 생각을 억지로 제어할 수도 없다.


그러니, 내가 이룬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플루언서로 공인을 받은 채널을 계속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 연구와, 지금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안 좋은 것들은 마음속에 깊이 두지 말자. 그저 살면서 겪는 사소한 일이라고만 생각하자. 그게 마음 편할 것이다. 나는 이 깨달음을 얻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나는 부진의 시기를 겪었을 때, 이를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플랫폼이 내 글을 노출시키지 않을 때 괴로워했다. 밤에 잠도 못 잤다. 내가 무시를 당한 것 같은 자격지심에 시달렸다. 악플을 받았을 때는 화가 나서 그들과 댓글로 싸움을 벌이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 아집과 독선이 강해졌던 건 덤.


하지만 부진의 끝에 인플루언서가 되었고, 네이버로부터 공인을 받은 다음 1년의 무관심을 뼈저리게 느낀 후에 깨닫게 됐다. 저런 것들에 모두 다 신경을 쓰면 될 일도 안 된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 혹은 미래를 위해 채널을 어떻게 운영할지 여기에만 관심을 투입해야 채널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걸 최근에 깨달았기 때문에, 내 블로그의 품질을 저품질 걸렸을 때의 3배 규모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이 우여곡절 끝에 플랫폼으로부터 인플루언서 공인을 받아 냈다면, 그다음에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채널 성장 운영방식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악플이나 도 넘는 의견, 알고리즘이 내 콘텐츠를 선택하지 않는 일 등, 지킬 때 나를 힘들게 하는 것에 너무 집중하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이런 일들이 화나고 스스로를 지치게 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공인이 끝이 아니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며 미래의 나를 더 멋지게 가꿀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니 나를 지치게 하여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말기를 바란다.


악플이나 일방적인 비판, 무례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가한 공격은 변호사님과 상의하여 좋은 해결책을 찾기 쉬운 세상이 되었으니,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기 활동에 전념하기 바란다.


이상으로, [10년 차 블로거의 꿀팁과 희로애락] 중, 아무것도 아니었던 내가 인플루언서가 되기까지를 다룬 1부를 마무리하려 한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었다. 나도 참 이룬 것이 많았구나,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내 선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다음 시간에는 블로거로서 활동했던 10년간, 즐거움을 느꼈던 일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다음 부에서는 나의 즐거운 감정이 독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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