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
자율주행과 같은 첨단 기술은 실제 도로 환경에서 운행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실사용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실증 운행은 그 자체로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을 전제로 해야 하며, 기술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도로 주행이 허용되는 사례는 미국을 비롯한 안전 규제가 엄격한 국가들에서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미국에서는 운전자 주의 소홀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자율주행차의 공공 도로 시험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으며, 사고 발생 시 제조사와 운전자 모두에게 큰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이와 다른 방향의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고 위험에도 불구하고 실도로에서의 운행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며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하는 “선시험, 후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도덕적 관점에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나, 기술 발전의 속도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중국 안후이성 고속도로에서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학생 한 명이 샤오미의 전기차 SU7에 내장된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을 작동시킨 채 운행하던 중, 차량이 전방 장애물을 인식하지 못해 충돌하면서 세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해당 시스템은 운전자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수준이었으나, 기술적 한계가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자율주행차 개발과 상용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 이상이 자율주행 레벨 2(L2)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며,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전 세계 L2 이상급 차량의 절반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삭스 또한 올해 말까지 중국 내에서 운행되는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약 5,000대, 2030년에는 63만 대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시기 미국의 35,000대에 비해 18배 이상 많은 규모로, 중국이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자율주행 실증 시장이 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급속한 발전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탄탄한 공급망, 그리고 전국적인 시범 운행 체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3만 2천 킬로미터가 넘는 도로에서 자율주행 시험이 승인되었으며, 베이징에서는 이미 3천 9백만 킬로미터 이상의 누적 주행 시험이 완료되었습니다. 특히 우한시는 2022년에 중국 최초로 완전 자율 로보택시 면허를 발급했고, 현재 전체 도로의 약 3분의 1 구간에서 로보택시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적극적 실험은 기술 발전뿐 아니라 정책 혁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들은 각자의 도시를 기술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자율주행 시험 지원금, 사고 책임 제도, 지역별 규제 가이드라인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역 간 제도 차이가 혼재되었지만, 이는 중앙정부가 최적의 규제 모델을 도출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우한, 선전 등 주요 도시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수행하며 현실적인 문제와 개선 방향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현재도 기술 발전과 사회적 신뢰 유지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정부는 세계 자율주행 기술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하면서도, 국민의 눈길을 끄는 대형 사고가 당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기업과 개발자에게 폭넓은 실험의 자유를 부여하되, 기술이 일정 기준을 벗어나는 조짐이 보일 경우 조속히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결국, 중국의 이와 같은 접근은 윤리적, 제도적, 안전적 기준에서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 진보의 속도라는 기준으로만 본다면, 실제 환경에서의 대규모 시범 운행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중국식 모델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자율주행의 상용화 단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과연 미래에 어떤 기업과 국가가 완전 자율주행에 먼저 도달할지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