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은 쉽게, 해지는 어렵게

#인터넷서비스, #구독, #해지

by 케이엘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구독 서비스는 이제 보편적인 소비 형태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버튼 한 번이면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해졌지만, 정작 해지를 하려 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메뉴가 잘 보이지 않거나,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심지어 상담원을 통해서만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이 일부러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이용자를 쉽게 이탈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아마존을 상대로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FTC는 아마존이 대표 서비스인 프라임의 가입 및 해지 과정에서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주장합니다. 무료 체험 조건과 요금 청구 방식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고, 해지를 시도하는 이용자에게는 네 개의 웹페이지와 15개의 선택 절차를 거치도록 해서 불필요하게 길고 복잡한 과정을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아마존 내부에서는 이러한 해지 동선을 ‘일리아드’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그 이름처럼 의도적으로 길고 험난한 절차를 설계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프라임 멤버십은 전 세계에서 2억 명 이상이 가입한 초대형 구독 프로그램으로, 무료 배송과 빠른 서비스, 스트리밍 콘텐츠 제공 등으로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연회비는 139달러, 월회비는 14.99달러로 책정되어 있으며, 아마존의 주요 수익원 가운데 하나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이루어지는 전체 구매의 약 4분의 3이 프라임 회원을 통해 발생하고, 회원은 일반 고객보다 두 배 가까운 금액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마존은 FTC의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약관과 조건을 항상 투명하게 공개해 왔으며, 고객이 간단히 멤버십을 해지할 수 있는 방법도 제공해 왔다고 반박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일부 쟁점에서 FTC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결제 정보를 먼저 수집하고 약관을 뒤늦게 고지한 행위가 소비자 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남은 쟁점은 소비자들이 실제로 충분한 동의를 했는지, 아마존이 제공한 해지 절차가 객관적으로 간단했는지를 배심원단이 심리하는 과정에서 가려질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아마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FTC는 여러 해 동안 다양한 업종을 대상으로 이른바 ‘다크 패턴’, 즉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하거나 불리하게 만들어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키는 디지털 설계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왔습니다. 이미 화장품 회사, 언론사, 통신 서비스 업체, 피트니스 센터, 그리고 우버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도 비슷한 이유로 제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아마존 사례는 이러한 문제가 업계 전반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전문가들은 설령 아마존이 이번 재판에서 패소하더라도 경제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이 지닌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가입은 쉽고 해지는 어렵다는 불공정한 구조를 문제 삼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시장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구독 서비스는 더욱 여러 방면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이 이용자가 원할 때 쉽게 해지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