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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 Dec 02. 2023

스님께 출가권유를 받았다

템플스테이에서 겪은 일

  백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 격정적으로 남은 백수 날들을 잘 보낼까 고민하다가 템플스테이를 갔다.

  몸을 이완시키고 명상도 해보고 자연도 크게 숨 쉬고 절밥도 냠냠 먹고


  그리고 저녁에 스님과의 차담회를 가졌다.

  5명의 참석자들과 함께 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고민을 나누었다. 육아 이야기, 진로 고민, 휴직 고민, 일이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어서 템플스테이에 왔다는 사연 등...


  나는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스님께 말씀드렸다. 커리어, 사회생활, 인간관계, 인생 등 모든 면에서 잘 살고 싶어서 철학자들의 책과 금강경, 반야심경을 공부한 사실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스님은 쭉 듣더니... "출가하시면 되겠는데요?"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폭소하며 당황하자... 스님도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쭉 풀어주셨다.


  사실 스님은 한 광고 회사에서 1년 동안 죽을 만큼 일했고 너무 힘들어서 때려치우고 외국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갔고, 그렇게 7년간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다가 불교를 접하고 너무 좋아서 출가했다고 하셨다. 인생이 이렇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며, 직업적인 측면에서는 생계와 자아실현적인 이야기를 해주셨고 나의 미래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씀하셨다.


  스님 말씀을 들으니까 스님의 어린 시절이 내 지금 상황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잘 살 것인가'라는 주제는 많은 2030이 고민하는 문제이고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상황에 적응해 나간다.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며 살아가거나 자신의 상황을 타계하려고 노력하거나 스님처럼 출가를 하는 상황도 있다.


  스님의 말에 이어 다른 3040대 참가자 분들께서 나에게 인생 이야기를 풀어주셨다. 너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나는 출가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현재 속세에서의 문제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하고 절에 들어간다는 것은 회피성 출가이므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졸업 후 사회에서 살아가며 '어떻게 잘 살 것인가' 관련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답을 이미 아는 것 같다. 어느 상태에서든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한 삶이 속세에서 해탈과 열반의 경지같다. 단지 좀 더 이 답에 대한 믿음을 얻고 싶어서 여기저기 찔러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스님에게 출가권유를 받은 잊지 못할 어마어마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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