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센터 담당자님의 미소
나는 부업으로(?) 지자체 소속 가족센터의 활동가로 소속되어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주말마다 과외를 하러 다닌다. 가족센터에서 연계해주는 취약계층 가정에 방문해서 학생들이 학교 공부에 뒤처지지 않도록 필수적인 교과 내용을 재밌게 가르쳐주려고 노력한다. 대학생 때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래 3년 가량 지났다.
비록 별거 없는 비루한 사회인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꼴에 선생님이라고 가족센터에서 분기마다 보수교육을 이수해야한다. 센터 담당자님이 전문가를 초청해서 아동학대 관련 교육, 장애아동 관련 교육, 교육활동 관련 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교육들을 분기에 1회씩 필수 이수해야 한다. 1시간 가량의 보수교육 후에는 간담회가 있어 활동가들과 센터 담당자 선생님들이 활동 시 애로사항이나 사례관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얼마 전에도 보수교육을 이수하러 센터를 방문했다. 아동학대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간담회에서 선생님들은 활동 때 어려웠던 점,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점들을 이야기했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담당하고 있던 중학생들이 "이번 인생은 망했다"라고 말하던 것이 떠올랐다. 뉴스, SNS에서 요즘 청소년들이 이런 말을 한다고 봤던 것 같긴 한데 실제 들으니 너무 놀랐다. 나는 학생들에게 "망한 인생은 없다", "시험 점수가 너희들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냥 얼마나 학습을 잘 따라왔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라.", "한 번 사는 인생, 해보고 싶었던 것도 다 해보고 재밌게 잘 지내보자"라고 응원했으나 그래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간담회에서 나는 내가 겪었던 이 썰을 풀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고 계시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위로해주시는 편인지 조언을 구했다. 활동가 선생님들은 다들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하셨다. 그러다가 센터 담당자 선생님과 눈을 마주쳤는데...
센터 담당자 선생님 굉장히 초롱초롱한 눈으로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남성 분이신데 눈빛에서 아가페적 사랑이 나오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정말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계시는 군요'라고 말하시는 느낌이었다.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천사 한 명이 나타난 기분이었다. 아... 이 분이 어떻게 사회복지사 일을 시작했는지 바로 느낌이 왔다. 아동, 청소년을 비롯해 정말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명감이 있으신 것 같았다...
바로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가 떠올랐다. 소설의 주인공은 인간의 모습으로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미카엘을 집으로 데려온다. 비록 주인공 가정도 가난하지만 길거리에 버려진 미카엘을 데려온다. 미카엘은 소설 중간중간 따뜻한 미소를 보이고 알고 보니 미카엘이 천사였다는 스토리이다. '이웃,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교훈으로 유명한 소설이다.
센터 담당자님이 갑자기 미카엘처럼 보였다. 무척 멋있어 보였다. 간담회 후 담당자님이 센터에서 진행하시는 사업들을 소개하시며 활동가님들에게 아이들의 참여를 독려해주셨는데, 이 모든 활동들에 담당자님의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오늘 천사를 보았다.
저렇게 사명감 넘치는 분이시기에 저 정도 위치에 오르셨구나도 느꼈고
저렇게 사명감 넘치는 분이시기에 사업을 저렇게 잘 하시는구나도 느꼈다.
정말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