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노트

6시간짜리 인간관계

마치 그래야 했던 것처럼

by 배즐

일일알바를 갔다

근로계약서로 나와 용역업체가 계약한 고용시간은 09시부터 15시

알바들은 다같이 모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서로 이곳에서 알바를 얼마나 했는지, 일이 얼마나 힘든 지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본 사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대화에 어색함은 없었다

낯설지만 예의있게, 웃고 서로 존중하고 질문들과 답변들이 빠르게 오고 갔다

마치 그래야 했던 것처럼


나와 다른 한 분에게 A라는 업무가 주어졌다

우리는 함께 A라는 업무를 수행했다

일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 물어보았다

사는 곳, 다음에도 알바하러 오시는 지, 여기 알바 했었는지 등등

알고 보니 상대방은 운동선수 출신 직장인이라고 한다

백수인 나와는 달랐다

그런데 평일에 알바를 하러 왔다

궁금했지만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마치 그래야 했던 것처럼


얼마 뒤, 일이 밀려들어 오고

여러 알바들이 다함께 일을 빠르게 수행했다

고참 알바 및 직원들의 고성소리도 함께했다

우리는 빠르게 일을 수행했다

빨리 끝난 사람은 다른 분들의 일을 도와주었다

마치 그래야 했던 것처럼


전쟁같은 일을 하다가

15시가 되어 알바들은 일을 마무리했다

직원들은 "서로 아는 사이에요?" 물어봤으나 우리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빠르게 환복을 하고 회사를 나갔다

서로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나누고

6시간짜리 근로 계약도 마무리하고

6시간짜리 인간관계도 마무리했다

마치 그래야 했던 것처럼


공동체가 붕괴되어가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

서울 중심으로 1인 가구는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고

사회전반적으로 점점 개인주의가 퍼지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유대, 공동체, 사회안전망, 외로움을 다루기에는 아직도 사회는 미숙하다

알바들은 각자의 외로움을 품고 독거청년으로 돌아간다

우리들은 애써 서로의 외로움을 무시한다

마치 그래야 했던 것처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피멍이 든 엄지발가락이 나에게 말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