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즐 Apr 19. 2024

이성애자들의 상견례에 참석하다

  손윗 혈육이 결혼을 한다고 한다. 뜨악했다. 나도 누나도 한없이 어린아이 같은데... 결혼을 한다고..? 누나와 싸웠던 아동•청소년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신기하다...


  부모님과 누나와 함께 경기도의 한 일식집에서 매형네 집안 사람들을 만났다. 매형네 집 가족 분들은 대단히 성숙한 성격의 느낌이었다. 함께 집안 이야기, 우리 집과 상대집의 교집합 부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혹여나 실언할까봐 입 다물고 맛있게 비싼 밥을 먹었다.


  되게 흥미로웠다.


  결혼하려는 당사자들의 가족들이 서로 만나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

  화기애애하게 같이 밥을 먹고 덕담을 나누고 후일 만남을 기약했다.




  이성애자들의 상견례 모습들을 바라보며...

  나도 상견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측의 가정이 서로를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산뜻한 과정을 나 또한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이를 위해 동성 부부도 상견례를 해도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은 사회적 풍토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퀴어 관련 대화를 보거나 듣다 보면 가끔 퀴어 정체성이 ‘부모 가슴에 대못박는 일’이라는 혐오 발언을 보곤 한다.


  너무나도 부적절한 발언이다. 누군가의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지, 무슨 정체성 하나로 가슴에 대못을 박나. 이성애자들 결혼도 출산도 안 하는데 그런 비재생산 존재들도 그 존재 자체로 가슴에 대못 박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사회적 풍토가 바뀌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걸까? 나는 성소수자 단체들에 후원하지만 세상은 언제 바뀌려나? 훗날 내가 연애를 하고 부모님께 상견례하자고 말하면 반응은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이성애자의 출산율 0.65을 바라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