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즐 Sep 30. 2024

트랜스젠더 박에디 활동가님의 에세이를 읽고

성소수자의 자기혐오, 성별전환수술

#까페창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까페창비에서 '앨라이 도서전'을 한다는 공지를 보았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이 주관한 행사였다. 근데... 창비 출판사가 카페도 있었나??? 아니 게다가 앨라이 도서전이라고??? 궁금한 마음에 가서 책들을 살펴보다가... '박에디' 활동가님의 에세이 책을 발견했다. 에디님??? ??? ???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활동가님이시잖아!!! (필자는 띵동 후원자이다. 후원자 초청하여 센터 소개하는 행사에 가서 에디님을 뵌 적 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책을 구매했다. 에디님을 한번 뵈었을 때 진짜 너무 유쾌하고 재밌으신 트랜스젠더로 알고 있었다. 에디님께서 어떤 내용을 쓰셨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나도 비록 성소수자지만 트랜스젠더를 잘 몰라서... 알고 싶은 마음에 바로 책을 읽었다.


  에디님께서 글을 너무 잘 쓰셔서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읽다가 전철에서 역 놓칠 뻔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너무 충격적인 내용도 많았다.



#아동청소년_시기


  에디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또래 남자 아이들과 달랐다고 한다. 몸이 하얗고 남들과 달랐고, 에디님은 자신의 몸에 거부감이 들었다. 취향도 카드캡터체리, 세일러문, 조인성을 좋아하고 모든 취향이 또래 남자들과 달랐다. 그래서 에디님은 학교에서 '여자 새끼', '호모 새끼', '변태'라고 불렸다. 에디님은 학교 생활에서 생존하기 위해 '밝은 모습', '개그'를 발달시켰다. 사회에 포함되려고 반에서 궂은 일도 스스로 나서서 하고, 인사도 먼저 밝게 하고, 친구들을 웃기려고 개그를 발전시켰다. 에디님은 그렇게 성실하고 재미있는 성격을 갖게 되었다...


  나는 이 부분 읽으며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동청소년 시절에 학교 적응이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성소수자는 다른 사람들과는 남다른 모습 때문에 더욱 어려워 보인다. 에디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에디님은 살아남으려고 '개그'를 발전시켰다면, 나는 살아남으려고 '공부'를 주구장창 한 걸까 생각했다. 성적으로 학교 내 서열을 높이고, 학교 선생님들은 나를 주목하고,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나를 방어한 걸까... 생각해 본 적 없는 부분인데, 솔직히 아니라고 말은 못 하겠다. (이렇게 또 하나 깨닫는다...)



#성소수자의_자기_혐오


"트랜지션도 안 한 트랜스 여성이 여자 화장실 이용하다가 CCTV에 걸린 영상을 보면 우리 트랜스젠더들 전체를 욕보인 것처럼 내가 다 부끄럽더라고. 그냥 좀 불편해도 집에서 일 보고 나오면 안 되나?" 언니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점점 화가 나면서도 걷잡을 수 없이 슬퍼졌다. 트랜스 여성 또한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 트랜스젠더를 변태 또는 비정상적인 존재라 여기는 사회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여 쉽게 자기혐오의 길로 빠지는 언니들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기 때문이다.
- p.151


  책에는 박에디님 주변 성소수자 분들의 자기혐오 이야기도 있었다. 이 부분도 정말 많이 공감했다. 나 또한 21살까지는 성소수자 혐오가 심했다. 성소수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 안 되는 소수자이고, 이성애자가 성소수자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선에서 21살 살고 사회화된 내용이었다.


  나는 20대에 '왜 성소수자는 존중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한때는 '인종적 다양성, 성정체성 다양성 등 다양성이 존중받으면 사회에 다양한 생각들이 공유된다. 다양한 생각들은 비즈니스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유능한 인재 유치로 이어져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경제적 마인드를 장착하여 자본주의 관점에서 성소수자가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퀴어 친구들을 만나고 여성학·사회과학을 공부하며 나는 깨달았다. 자본주의를 넘어 인간은 모두 존엄한 존재이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사회에서 누군가를 배제하려 한다면 언젠가 자기 자신도 배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사회에 쩌들어서 사회적 소수자를 후려쳐서 자기 자신을 높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성별전환수술


  에디님은 2022년에 성별전환수술을 했다. (아니 어쩐지 어느 순간부터 띵동 소식지에 에디님이 없었다. 트랜지션 수술하러 태국에 가셨던 이야기가 있었을 줄은...) 에디님은 책에서 성별전환수술 하는 과정을 빼곡히 적었다.


  읽는 내내... 정말... 텍스트로부터 고통이 전달되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신이 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은 왜 인간에게 다양한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성을 만든 걸까... 차라리 몇몇 생물처럼 자웅동체로 살게 하지... 왜 신은 이성애자, 동성애자, 시스젠더(자신의 정신적 성별과 육체적 성별이 같은 성정체성), 트랜스젠더(자신의 정신적 성별과 육체적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성정체성) 등 다양하게 만든 걸까... 그리고 LGBTQ+를 다수자로 만들지... LGBTQ+가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더 큰 데... 왜 신은 LGBTQ+가 더 스트레스 받는 사회적 토양을 만든 걸까... 아 개빡쳐...


  에디님은 성별전환수술을 받고 질이 붙어서 막히지 않도록 스스로 '질 확장술'을 주기적으로 해야 했다. 스스로 기구를 질에 넣고, 피를 쏟는 고통을 감내하며 질이 붙지 않도록 했다. (읽는 내내 나도 고통스러웠다...)


  책에서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성별전환수술로 질을 만들 때 사람들은 보통 '6인치'로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남성들이 만족하는 크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진짜 이 부분 읽으면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세상은 정말... 진짜... 남성 중심 사회구나...





  인상깊은 내용을 뽑아보았는데, 너무 박복한 얘기 위주로 쓴 것 같다. 유쾌한 내용도 많았다. 에디님의 어머니께서 수술이 많이 아프다고 걱정하시자, 에디님은 "수술비 낼 때가 제일 아프대"라고 말하는 모습을 읽고... 진짜 무심하게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에디님이 슈퍼 인싸 인기녀이셔서 에세이 맨 뒤에는 3쪽에 걸쳐 감사한 사람들 이름을 쓰셨다. 나는 개찐따라 에디님의 이 부분도 진짜 멋있었다.


  에세이를 읽으며 오랜만에 채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에디님... 인권 활동 많이 많이 해주세요... 저는 소심한 성격이라 인권 운동할 재목이 되지 못합니다만... NGO의 다른 부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항상 응원하고 함께하겠습니다...



#덧

  앨라이 도서전을 주최한 비온뒤무지개재단이 궁금해서 국세청에서 결산서류를 찾아보았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이니까 돈이 많을 줄 알았다. 근데 아니... 이름만 재단이었고 돈이 없었다. 왜이리 이쪽 분야 단체들은 돈이 없는 걸까? 재벌가에 분명히 성소수자도 있을 텐데... 헝헝 눈물나 무지개재단에도 기부를 해야하나 

  마음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제까지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