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구름속을 거닐은 지리산 반야봉 두번째 이야기

by 김기만

여름은 덥고 습기가 많다.

그 더위를 피하여 우리는 바다로 산으로 강으로 간다.

나는 여름이면 산으로 간다.

산으로 매주 가면서

여름이면 높은 산으로 간다.

해발 1000m 이상 되는 산으로 간다.

해발 1000m 이상 되는 산에 가면 아침에는 여름의 더위가 아닌 선선한 가을이다.


오늘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해발 1000m 이상의 산이 있는 여름 산으로 간다.

자동차로 해발 1102m까지 올라서서 움직이니 그 자체가 신선놀음이다.

일 년에 한 번씩 이곳을 찾는다.


이른 새벽잠을 깨어 자동차를 몰아서 성삼재 주차장까지 간다.

그리고 성삼재, 노고단 고개, 반야봉을 돌아서 자동차를 회수하면 된다.

다만, 성삼재 휴게소의 주차비가 만만치 않을 뿐이다.

그래도 더위를 한 번쯤 잊고서 즐길 수 있으면 된다.

그 즐김이 산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 있다면 더욱 좋다.


작년에는 짝꿍이 같이 하였는데 금년에는 지인이 함께 하였다.

새벽을 깨우는 알람 소리를 뒤로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기고 어젯밤에 준비하여 놓은 준비물을 배낭에 넣고 지리산을 향하여 첫걸음을 뛴다. 자동차의 시동을 켜고 지인을 찾아 나선다.

지인이 벌써 나와 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인데 지인은 저녁형 인간인데 이른 아침에 나선 것이다.

자동차에서 아침인사를 하고 출발을 한다. 2시간 20분이면 지리산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하니 좋은 세상이다. 이른 아침 출발하면서 깨끗한 하늘을 본다. 오늘 일기예보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남해안 지역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상기하면서 산에서 멋진 풍광을 보면서 여름 산을 즐기기를 바랄 뿐이다.


호남지선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록, 완주순천간 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를 차례차례 지난다. 휴가철이라 자동차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른 아침이고 남쪽이라 그런지 한산하다. 조용한 고속도로 위를 자동차는 미끄러지듯이 달린다. 몇 번 지나간 기억이 있고 천은사를 갔다 온 이야기를 하면서 달린다.


구례 IC에서 이제는 국도로 들어서고 멀리 성삼재와 반야봉이 있는 지리산을 바라보니 구름이 정상을 가리고 있다. 구름 속에 정상이 숨겨져 있다. 오늘도 저 구름 속에 있을 것 같다. 성삼재를 오르는 길에 들어서고 굽이굽이 올라간다. 뒤에 자동차가 없을 때는 여유롭게 올라가고 있었으나 뒤에 자동차가 따라붙으니 이제는 뒤 차에 불만이 없기를 바라면서 여유를 없애고 정상 속도로 올라간다. 굽이굽이 올라가는 길에서 추월은 어려우니 내가 머리가 되어서 갈 뿐이다. 긴 기차가 되지는 않았다. 3-4대가 같이 움직인다. 성삼재까지 같이 올라간다.


도착이다. 3-4대가 동시에 들어선다. 주차장의 여유공간을 찾는다. 앞차를 따라가다가 주차장 여유공간이 없이 다시 돌아서서 주차 여유공간을 찾는다. 야간산행을 한 사람이 자동차 뒤에서 배낭을 정리하고 있다. 물어보니 이제는 내려간다고 한다. 기다리고 있다가 주차를 한다. 참 부지런하다. 이른 새벽 이곳에 와서 벌써 여름을 즐기고 내려간다. 긴팔의 등산복을 입고 있다. 정상은 구름으로 가득하다. 성삼재에서 아래를 내려보니 경치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 구름이 살짝 비켜서서 그 모습을 보니 멋진 풍광이다. 그 뜸을 노려 사진을 담는다. 오늘도 햇빛은 없을 것 같다. 작년에도 이런 모습이었는데 금년에도 동일한 모습일 것이다.

성삼재에서 장비를 챙기고 배낭을 메고 노고단 고개로 올라간다. 앞에 가는 등산객이 재미나게 올라가고 있다. 청춘 남녀가 장난을 치면서 잘도 걷는다. 우리가 부지런을 떨어보지만 그 청춘의 걸음을 따라갈 수 없다. 다만, 우리의 등산 속도를 빨리할 뿐이다. 첫 번째 계단을 지난 두 번째 오르막에서 따라잡았으나 청춘은 돌아간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한다. 성삼재에서 바래봉으로 가야 하는데 잘못 왔다고 돌아간다.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 노고단고개를 올라서면서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오늘 하루가 될 것인지 몰랐다. 이렇게 구름 속에 들어간 후 다시 돌아와서 노고단 고개에서 노고단 대피소를 내려올 때 구름 속에서 나왔다. 선계와 인간계의 경계선이 노고단고개 였다. 구름 속에서 노고단은 보이지도 않고 노고단 고개에 설치되어 있는 돌탑만 희미하게 보일뿐이다. 천왕봉 가는 길이라고 되어 있는 등산로에 들어선다. 이제는 임걸령샘까지는 편안한 트래킹로가 되는 것이다. 산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이곳을 한번 걸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해발 1400m 정도에서 해발 1330m 정도 되는 임걸령 샘까지 오르내림도 거의 없이 다만 숲과 숲을 보면서 지리산의 식생대를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 이 길이다. 등산로 주변에 있는 무성한 숲이 있고 그 숲이 터널을 만들고 길은 잡목들이 경계병처럼 길 양쪽을 지키고 있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오는 사람이 있으면 잠시 비켜서서 기다려 주어야 한다.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길은 좁게 나 있지만 풀들이 걷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신령스러운 숲 속에 들어온 것을 묘사할 때 안개가 자욱한 숲 속을 보여준다. 우리는 오늘 그러한 숲 속에 들어온 것이다. 돼지령을 지나고 임걸령 샘에 도착하여 목을 축이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오른다.

반야봉까지 즐기차게 오른다. 아무 생각 없이 오르면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지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힘든지 모르고 오른다. 그런데, 논쟁을 하면 더욱 길은 쉽다. 그 논쟁에 휩쓸려 길이 어려운지 모른다. 노루목에서 이제는 천왕봉 가는 길에서 벗어나 반야봉으로 간다. 이제 30분이면 반야봉에 도착한다. 노루목에서 모두들 쉬고 있다. 임걸령에서 이곳까지 올라올 때 힘겨움과 반야봉을 올라가기 위한 힘을 다시 얻기 위하여 이곳에서 쉰다. 먼저 온 사람들이 우의를 입고 있다. 왜냐고 물어보니 이곳에 비가 왔다고 한다.

반야봉을 오른다. 반야봉삼거리까지는 그래도 편안한 길이다. 그곳에서 또 오른다. 예전에는 바위를 타고 넘었으나 이제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쉽게 오른다. 또 데크 공사를 위한 자재가 쌓여있다. 이제는 반야봉도 힘들이지 않고 오를 것 같다. 반야봉에 도착하니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주변을 볼 수가 없다. 반야봉 주변의 구상나무가 구름 속에서 그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사람이 지인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이곳은 춥다. 그곳은 덥지 한다. 반야봉을 내려오면서 구상나무의 고사목이 구름과 바위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담아본다. 야생화도 담고 걸음을 옮긴다. 반야봉 삼거리에서 삼도봉으로 가고 싶지만 길이 미끄럽다. 그리고 빗소리가 들린다. 지인을 생각하여 돌아선다. 안전이 최선이다. 구름이 흐르면서 나뭇잎에 물을 가득 묻힌다. 그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비를 뿌린다.

임걸령 샘 근처에서 먹을 것을 해결하고 임걸령 샘물을 담아본다. 배낭은 점심을 먹으면 가벼워지는데 오늘은 아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사용한 물보다 많은 물을 지리산의 임걸령 샘물로 채운 것이다. 아름다운 등산로를 다시 걷는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래도 나보다 키가 큰 나뭇잎들이 나를 대신하여 맞고 있다. 노고단 고개를 올라가는 길에서 빗방울이 굴어진다. 노고단고개에서 배낭에 방수포를 씌우고 노고단으로 간다. 빗방울이 얼굴을 때리지만 시원하다. 다만, 그렇게 많은 비가 아닌 안개비다. 배낭 속에 우산이 아직 나올 때가 아니다. 구름 속에 있는 비는 지속적으로 오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였다. 노고단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노고단의 돌탑도 구름 속에 살짝 보여준다. 비는 그쳤으나 바람은 분다. 하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이비는 태풍이 올라오면서 비구름을 밀어올려서 만든 비였다. 그렇게 비는 지리산 줄기를 타고서 북으로 북으로 갔다.

노고단 고개로 돌아와서 노고단 대피소로 내려서는데 바람이 불면서 나보다 키가 큰 나뭇잎들이 비의 흔적을 나에게 뿌린다. 구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비가 온다고 하여도 나무 밑으로 계속 걸을 뿐이다.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하니 자동차는 비에 그대로 맞은 흔적이 연력 하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지만 그냥 움직인다. 산과 구름이 어울려져 있다. 구름은 정상을 가리고 있다. 굽이굽이 내려간다. 앞에 버스가 있다. 버스를 추월할 수도 없다. 큰 버스가 내려가면서 굽이구이 돌 때 보니 조심스럽다. 나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구례에 도착하니 비가 온 흔적이 없다. 뒤를 돌아보니 정상은 구름에 가려져 있다. 하루를 구름 속에 지낸 것이다.


keyword
김기만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