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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만 Aug 11. 2024

지리산 종주하기(2박 3일 중, 2일 차)

벽소령대피소 출발하여  장터목 대피소에서 휴식하다

1일 차에 12시간을 걷고 힘들었는지 모두들 잘 잤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밤에 버스에 얼마나 잠들었는지 모르지만 잤다고 할 수 없는 선잠을 잤을 것이다. 그리고 12시간을 걸었다. 반야봉을 오르고 명성봉을 지나면서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은 그렇게 밤을 지냈다. 새벽 4시경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는 사람들이 있다. 여명이 뜨자 출발한 사람들이 1/3 정도 되었다. 우리들은 느긋하게 일어났다. 아침해가 뜨자 밖으로 나오니 이슬이 내리고 그 이슬이 지붕에 있는 태양광 패널에 내린 후 비처럼 처마를 시고 있다. 처음에는 비가 오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슬이 맺혀서 그것이 처마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동트기 전 이슬이 태양광패널에 맺힌다고 하였다. 이를 이용하여 태양광패널을 세척하는 기술도 있다.

아침이 좀더 영양식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누룽지를 끓이고 그것에 집에서 해준 반찬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좀 더 맛있고 영양식이 필요하지만 이른 아침에 누룽지를 끓인 것도 괜찮았다. 오늘은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을 지나 세석대피소에서 도착하여 점심을 해결하고 촛대봉, 삼신봉, 화장봉, 연하봉을 지나 정터목 대피소에 도착하면 된다. 천천히 느긋하게 움직이기로 하였다. 아침을 해결하고 8시에 떠나기로 하였는데 7시 40분에 출발을 하였다. 느긋하게 가면서 즐길 것을 찾고 있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배낭은 어제 무게와 차이가 거의 없다. 1일 4끼를 해결하였는데 먹어서 없어진 것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가지고 온 음식 중에 비빔밥 3개, 반찬 조금, 누룽지, 주먹밥 등에 없어졌을 뿐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비빔밥, 라면, 누룽지 등이 있고 반찬은 각자의 배낭에서 자리 잡고 있었다. 옷은 어제 걸어서 땀이 흠뻑 셔져 무게를 더하고 있다.


벽소령을 출발하여 천천히 옛길을 걷는다. 옛날 군사도로가 있었고 그길이 이제는 등산로로 활용이 되고 있어 그길을 이용한다. 1km정도를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옛길을 벗어나 등산로를 들어서기전 그길에 대한 내력을 읽어보고 덕평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덕평봉을 오르는데 가족이 있다. 어제 만난 가족이 벌써 출발하여 오르고 있다.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장터목을 간 후 천왕봉을 갔다가 백무동으로 하산을 한다고 한다. 이들을 응원하고 우리는 앞서 간다. 이들은 사위와 딸이 함께하고 있었다.  산에서 만난 가족중에 아들과 함께하는 부모는 아이들이 어린경우가 대부분이고, 장성한 아들이 부모를 모시고 산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덕평봉을 쉽게 오르고 선비샘에 도착하였다. 선비샘에 대한 전설이 안내되어 있고 그 샘에서 물을 다시 보충한다. 이곳에서 식수를 보충을 하면 세석대피소까지 식수를 보충할 수 없기에 몸에도 물을 보충한다. 여름이고 비가 오는 계절이라 수량이 풍부하였다. 가물 때도 마르지 않은 샘이라고 한다.

선비샘은 덕평봉의 1456m 고지에 자리하고 있다. 높은 산의 정상 인근에 샘이 흐른다는 점에 놀라는 등산객들도 많다. 예전의 선비샘의 모습은 정확히 알 수가 없으나, 지금은 돌로 만든 축대에 꽂힌 관을 통해 흘러나오는데 관이 비교적 낮은 위치에 꽂혀있다. 선비샘의 물을 받으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하여 이곳을 '예의 바른 선비샘'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선비샘에 대하여 안내되어 있지만 좀 더 찾아보았다.

덕평봉 아래 마을에 이 씨 노인이 살았다고 한다. 이 씨의 집은 대대로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  이 씨의 소원은 한 번이라도 사람대접을 받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씨는 노환으로 죽음을 앞두었을 때 자식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유언은 바로 자신이 죽으면 덕평봉의 샘터 위에 자신의 묘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덕평봉의 샘은 그 높이가 낮아 물을 뜨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릎을 굽히거나 허리를 숙여야 했다. 샘터 위에 묘를 쓰면 자연히 물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예를 받게 되니, 생전에 이 씨의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아들들은 아버지의 뜻을 받아 샘터 위에 묘를 썼다. 훗날 인근에 살던 사람들은 이 씨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그곳을 선비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출처 : 생명이 솟아나는, 한국의 산과 샘, https://ncms.nculture.org/mountain-n-spring/story/9811)

선비샘을 지나고 칠선봉으로 간다. 칠선봉에 가기 전에 뷰가 멋있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멀리 경치를 본다. 그리고 칠선봉은 정상부에 길쭉한 바위가 솟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천왕봉이 매우 잘 조망된다. 하지만, 우리가 지나가는 시기에는 천왕봉이 구름으로 가려져 있었다. 칠선봉에는 다양한 바위가 있다. 그 바위를 보면서 7개의 바위가 있다고 우리는 추측을 하였다. 일곱 개의 바위가 있다는데 찾기도 세기도 쉽지 않다. 같은 바위지만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칠선봉에서 영신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영신봉의 암릉이 가로막고 있다. 그 암릉을 왼쪽으로 하여 우회를 오른다. 영신봉을 길게 오르는 데크를 지나면서 영신봉의 바위가 자리를 잡고 그 바위에 올라 정상으로 갈 수 있지만 오늘은 그곳에서 우리의 인증을 남기고 지난다. 영신봉을 가리키는 이정표는 등산로 주변에 있고 정상은 가지 않는다. 영신봉에서 바로 내려서면 세석대피소이고 그곳에서 거림으로 하산을 할 수 있다. 또한, 청학동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이곳이 지리산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신봉은 지리산 중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조망이 상당히 좋다. 영신봉에 오르면 동쪽으로 세석평전, 촛대봉, 연하봉, 장터목, 제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모습과 최고봉인 천왕봉이 조망되고 서쪽으로는 칠선봉, 덕평봉, 벽소령, 형제봉, 토끼봉 등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제2, 3주 봉인 반야봉, 노고단의 모습도 한눈에 조망된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영신봉에서 갈라져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남부능선의 모습도 조망된다. 복원대기 전의 세석의 모습을 보면 흡산 산 위의 거대한 텐트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세석에 도착하였다. 세석평전은 야생화의 천국이다. 이제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여야 한다. 한낮의 햇빛이 강하게 때리고 있다. 해발이 1500m가 넘어도 햇빛이 강하면 싫다. 그것이 따가운 가을 햇살이 싫은 이유와 같다. 야외에 있는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려다가 취사장으로 들어갔다. 취사장에 서서 점심을 해결하였다. 햇빛을 피해 도망간 것이다. 그곳에서 노부부를 만났다. 그들은 연하선경을 보기 위하여 거림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힘들게 올라와서 조용히 식사를 한 후 촛대봉을 지나 연하선경을 보고 다시 세석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하산을 한다고 하였다. 세석의 취수장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이제 장터목대피소로 간다.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장터목 대피소가 있다. 하지만, 너무 여유를 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촛대봉을 오르는데 너무 덥다. 그늘이 하나도 없다. 바람에 의하여 나무가 자랄 틈이 없기 때문이다. 해발 1400m 이상 가면 이러한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이곳에도 볼 수 있다. 습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가 우리를 그곳에 멈추지 못하게 한다. 그냥 그늘이 있는 곳에서 잠시 쉬고 오른다. 해발이 조금 오르고 구름이 태양을 가려줄 때 촛대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촛대봉을 올라서서 천왕봉쪽을 보니 구름이 능선을 중심으로 구분되어 있다. 구름이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바람이 능선까지 불어와서 구름을 밀어내고 있다.

노부부가 걸어서 올라오고 있다. 걷는 속도를 알 수 없어 1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보았는데 우리보다 2-30분 늦게 도착하였을 뿐이다. 촛대봉 정상에 가보라고 이야기한다. 친구들이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는 동안 내려오지 않고 있다. 그곳에서 바라다보는 경치를 즐기고 있다. 나는 구름이 피하면 자연스럽게 피할 것인데 독촉을 한다.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으니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실 촛대봉은 세석에서 하룻밤을 보낸 사람들이 천왕봉까지는 가기 어렵고 하여서 이곳에서 일출을 보는 곳이다. 촛농이 흘러내린 듯한 모양의 촛대봉에서 남쪽으론 빨치산들이 야전병원을 차렸다고 한다.

그리고 촛대봉을 지나고 삼신봉에 도착하였다. 삼신봉을 지나면서 돌길을 걷고 오르고 내리다 보면 화장봉에 도착한다. 화장봉에 올라서니 연하선경이 눈앞이다. 벼랑과 바위와 고사목 사이로 구름이 있으면 첨삼화이지만 오늘 연하봉, 제석봉, 천왕봉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그림 그 모습이 우리에게 펼쳐진다. 연하봉, 제석봉, 천앙봉을 일직선으로 두고 인증샷을 남기는데 유투버인 부부가 등장하여 우리들의 인증샷을 보완하여 준다.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하여 우리들이 가지고 있던 비빔밥을 드렸다. 그리고 그분들은 우리에게 발토시를 주었다. 이렇게 서로를 인사하였다. 산을 다니면서 재미있는 사연도 많다고 보면 될 것이다.

사실 J가 이분들이 원색옷을 연하선경의 등산로를 내려오는 모습이 운치가 있어 담았는데 그분들이 도착하여 문자로 그 사진을 전달하면서 인연이 연결되었다. J는 이런면에 있어 탁월하다. 카톡으로 뭐하니 문자로 이미지를 전송한다.

월간산 7월호에서 보면 연하선경을 산악인들이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가장 선호하는 특정 구간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만큼 연하선경은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은 구간이라고 할 것이다. 오늘은 구름이 없어서 고사목과 바위사이에 구름이 없어서 선계는 나타내지 못하지만 그 나름의 멋진 풍광을 보여주었다. 구름이 있는 선계는 촛대봉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고 하면 될 것이다.

화장봉을 내려선 후 연하봉을 오른다. 그 오르는 모습도 멋진 풍광이락 사진으로 담아본다. 연하봉에 도착하여 돌아본다. 그리고 바위그늘 아래에서 암릉의 모습을 본다. 이제 1km만 가면 장터목대피소인 만큼 우리들 일정을 조율한다. 처음 계획하였을 때는 오늘 제석봉을 올라 제석봉의 고사목을 보고 제석봉에서 천왕봉을 조망하는 것으로 계획하였으나 어차피 내일 올라 갈 제석봉을 오늘 갈 필요가 있겠나 하는 B와 J의 생각이 있어 그대로 따르기로 한다. 이제 장터목 대피소를 내려간다. 제석봉이 바로 앞이지만 이제는 쉬어가야 하고 우리는 대피소에 들어간다. 대피소 앞 테이블 옆에 등산객들의 등산복들이 널려 있다. 하루종일 땀을 흘린 등산복을 말려서 내일 다시 입으려는 소박한 심정을 이해하면서 우리도 동참해 본다.


4시가 넘자 너도나도 대피소 앞 테이블에 자리 잡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취사장보다는 바람이 좋은 대피소 앞에서 라면과 누룽지, 즉석밥을 내놓는가 하면 소시지, 고기를 굽는 등산객도 보인다. 하지만, 바람이 있어서 우리는 취사장을 선택하여 취사를 하고 테이블로 그것을 옮겼다. 장터목 대피소의 식수터는 30m 정도 내려가야 한다. 그곳에서 식수를 취수하고 다시 올라와야 하므로 식수를 최대한 절약을 한다.


식사 후 대피소에 하나둘 자리를 잡고 눕는다. 내일 아침 천왕봉 일출산행을 위하여 일찍 잠드는 것이다. 새벽 3시면 일어나 천왕봉으로 움직일 것이다. 우리도 그것에 동참할 것이다. 장터목에서 백무동이나 중산리로 하산할 사람들은 배낭을 두고 스틱과 랜턴만을 이용하여 천왕봉으로 갈 것이지만 우리들과 같이 천왕봉을 넘어갈 사람들은 잠들기 전에 배낭을 꾸려둔다. 새벽을 위한 준비다.

장터목에서 보는 일몰이 있어 기다려본다. 지리산을 이틀째 걸으면서 백소령에서 제대로 못 본 일몰을 기다려 본다. 구름이 있어 일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그 일몰이 장관이다. 일출만 보면서 일몰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일몰이 있기에 일출이 있고 일출이 있기에 일몰이 있는 것이다. 떨어지는 태양이 뭐 아름답다고 할 것이지만 그 일몰의 놀이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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