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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만 Aug 10. 2024

지리산 종주하기(2박 3일 중, 1일 차)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고 벽소령대피소에서 휴식하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빗소리를 뒤로 하고 시외버스는 성삼재로 달린다. 나는 안내산악회 버스를 많이 탑승해서 그런지 바로 잠이 들었는데 친구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잠들어서 버스가 어떻게 이동을 하였는지 모른다. 단지, 지리산 성삼재를 올라갈 때 굽이굽이 돌아가는 버스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버스는 굽이굽이 돌면서 성삼재까지 올라가면서 한 굽이돌 때마다 엔진소리를 약간 크게 내면서 힘을 내고 있다. 버스기사는 잠들어 있는 등산객들이 아무 느낌이 없도록 부드럽게 운전을 하고 있다. 그래도 버스가 한차례 굽이돌 때마다 승객들이 의자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살짝살짝 난다. 이제는 도착시간이 다 된 것이다. 새벽이 3시가 되기 전에 성삼재에 도착하였다.

버스를 타고 온 모두가 기지개 켜고 버스 화물칸에서 등산 배낭을 꺼내고 있다. 그렇게 지리산 종주는 시작되었다. 성삼재에서 대원사까지 가는 2박 3일 일정이다. 우리의 2박 3일 일정 중에 첫끼를 이곳 성삼재 휴게소 편의점에서 해결하기 한 만큼 편의점으로 이동을 하였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무박종주를 할때는 이곳에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배낭을 메고 등산로로 들어섰는데 오늘은 2박 3일의 산행이기 때문에 그래도 여유를 가진다. 무인판매점에 들어가서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서 한 끼를 해결한다. 노고단 일출을 보기 위하여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다. 노고단 일출이 5시 45분경이니 3시에 도착하여 빨리 가더라도 노고단 고개에서 노고단을 올라갈 수 없으므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다. 무인판매점에서 한끼를 해결하는 것도 기발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노고단대피소에서 버너를 이용하여 물을 끓이고 그것을 이용하여 간편식을 하려고 하였지만, 약간의 돈을 추가로 내고 배낭 무게를 줄이면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출발지점에서 4명이 모여서 단체사진을 찍고 2박 3일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성삼재를 지나면서 J가 별을 스마트폰으로 담는다고 하여 모두들 헤드랜턴을 끄고 암흑 속에서 기다린다. 우리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스마트폰으로 별을 담았다. 어릴 적 내가 살던 산골에서 매일밤 보던 별들이 지금은 도심 속에서 살아서 볼 수 없다. 요즈음은 별을 보기 위하여 천문대로 가고 산으로 비박을 간다. 우리는 "지리산을 걸어보자. 그리고 천천히, 그리고 하늘에서 별을 보기 위하여 걸어보자"라는 모터를 가지고 종주를 시작하였기에 별을 담는다. 그리고 하늘을 본다. 학창 시절 배웠던 카시오페아 자리는 쉽게 찾았는데 다른 것은 잘 모르겠다.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기까지 별빛을 보고 헤드랜턴에 의존하여 오른다. 그리고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여 여유를 찾고자 한번 쉬고 바로 올라가는 계단길을 피하여 돌아간다. H는 바로 계단을 통해서 올랐다. 그리고 노고단고개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5시부터 노고단이 개방이 되기 때문이다. 고개 주변을 돌아본다. 5시가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이지만, 여명이 들면서 헤드랜턴이 필요 없는 시점에 노고단이 열렸다. 노고단은 사전예약제로 운영이 되고 있어서 한달전에 내가 예약을 하였고 그것을 인증하고 입구를 통과한 것이다. 노고단을 천천히 오르면서 노고단의 일출을 기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멀리 산아래의 불빛이 우리의 마음속에 그대로 전달된다.

노고단에서 바라본 운해와 노고단 아래의 화엄사 등의 불빛

 

노고단에서 바라본 일출

노고단 고개에 올라서면서 뒤를 돌아보니 아침놀을 뒤편으로 하면서 반야봉의 그림자가 그대로 보인다. 우리보다 먼저 올란선 사람도 그렇고 뒤에 올란서 사람도 그렇고 노고단에서 보는 운무를 그대로 담는다. 지리산 10경 중의 하나가 노고단의 운해라고 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이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아침노을이 먼저 선발대로 보내서 전체를 조망하고 태양이 나타난 것이다. 그 모습에 탄성을 지른다. 노고단의 운해가 절경이라고 하는데 일출도 절경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른 시간에 이곳에 도착하여 한번쯤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노고단은 신라시대에 화랑국선()의 연무도장이 되는 한편, 제단을 만들어 산신제를 지냈던 영봉()으로 노고단이란 도교()에서 온 말로, 우리말로는 ‘할미단’이며, ‘할미’는 국모신()인 서술성모(西:)를 일컫는 말이다(출처: 두산백과사전). 산 정상 주변에 원추리꽃이 많이 피어 있다. 예전에 군부대가 있었고 그 이전에는 선교사들의 여름휴양질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이제는 복원이 되어 야생화의 천국이 되고 있다.


노고단에서 이제 우리가 가야 할 천왕봉을 확인하고 내려온다. 천왕봉은 2일 후 도착할 것이고 바로 앞에 있는 반야봉이 우리를 기다린다. 한걸음이면 다다를 것 같은 반야봉이 우뚝 솟아 있다. 천천히 내려서서 노고단 고개에서 이제 지리산 품으로 들어간다. 천천히 걸으면서 야생화를 감상한다. 모시대가 있고 산오이풀이 있으며 동자꽃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야생화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걸었다.

 

돼지령을 지나면서 잡목들이 호위하고 있는 등산로 사이를 지나간다. 이러한 모습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되찾는 것 같다. 이런길을 걸으면 쉽게 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임걸령까지라고 이야기 할 뿐이다. 임걸령을 지나면 오르고내리고 힘든 산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임걸령(林傑嶺)은  조선시대 선조 때의 인물로 알려진 의적 임걸년(林傑年)이 은거한 곳이라고 하여 임걸령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웃한 곳에 샘터가 있다. 임걸령 샘터에서 물을 보충하려고 하였으나 샘터가 예전보다 못하였다. 물이 졸졸 흐른다. 어디가 막혔는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단지, 우리는 그 졸졸 흐르는 물에 식수를 완전히 보충하지는 못하였다. 샘터에서 좀더 시간을 갖고 식수를 보충하고 여유를 가졌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부족하 식수로 어려움을 겪는 단초가 된 것이다.


임걸령 샘터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고 쉼터에서 H가 갑자기 자기 물이 많다고 나누어준다. 샘터에서 보충하고 그 물을 그대로 가져갔으면 어려움이 없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기 때문이다. 후회만 할 수 없고 그것을 극복하여야 한다. 노루목에 도착하여 고민을 하였다. 이곳에 배낭을 놓고 갈 것인지 아니면 300m 올라가 삼거리에 놓고 갈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이곳에 놓고 반야봉으로 갔다. 반야봉은 지리산을 종주하는 길에 있는 곳이 아니라 갔다 돌아와야 한다. 왕복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루목에 두거나 반야봉 삼거리에 배낭을 두고 반야봉을 갔다 온다. 우리에 앞서 있던  등산객들도 노루목에 배낭을 두고 움직였다. 그 주변에 우리들 배낭을 두고 반야봉으로 간다. 주변에 모시대, 잔대 등의 야생화가 반발하다.  

반야봉은  예로부터 불자나 도인들의 수행지로 유명했던 묘향대가 있으며, 지리산의 여신인 마고와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던 반야 사이에 얽힌 전설이 전하는 곳이라 한다.  반야봉 정상은 햇빛이 가득하다. 멀리 천왕봉은 이제 선계로 갔는지 구름 속에 있다. 지리산을 처음 찾았을 때는 밧줄을 잡고 반야봉의 암릉을 지났으나, 지금은 데크로 잘 정리되어 있어 어려움 없이 올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노고단을 바라보니 그곳도 선계로 들어가고 있다.  8월이지만 반야봉은 가을처럼 마타리가 피어 있고 햇빛은 뜨거운 여름햇빛이 아닌 따가운 가을 햇빛이다. 반야봉의 낙조의 모습이 지리산 10경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오늘은 아니다.

노루목에 도착하여 배낭을 다시 메고 삼도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최근에 반달곰이 등산객들이 두고 간 배낭을 열어본다고 하는데 반달곰이 배가 고프지 않거나 이 근처에 없어서 그런지 두고 간 위치에 그대로다. 삼도봉까지 1km가 반야봉을 갔다 온 체력으로 인하여 소진되고 있다.

 

삼도봉에 도착하여 이제 갈길을 안내한다. 화개재로 내려가서 토끼봉을 지난 후 명성봉을 오른 후 연하천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는 일정으로 변경하였다. 반야봉을 갔다 오면서 1시간 정도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삼도봉은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를 표시하고 있다. 누군가가 최근에 전북특별자치도가 되었으니 전라북도라는 글자를 전북특별자치도로 바꾸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을 보았다. 있는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전북이라고 알지 그것이 전북특별자치도인지 모른다. 또, 약어로 전북이라고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전라라는 말이 그렇게 싫을까 싶다.

화개재로 내려간다. 해발을 300m 이상 떨군다. 그렇게 계단을 내려서면 화개재다.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하산을 할 수도 있다. 반대편은 화개장터로 유명한 화개면이다. 장터가 아니면 화개재 정상에서 물물교류를 옛사람들은 하였을 것이다.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에 보면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 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화개재는 자연복원공사를 하고 야생화단지를 만들어 놓았다. B가 토끼봉이 가장 어렵다고 유튜브에 소개된 것을 보았다고 한다. 이곳을 잘 올라가면 본인은 지리산 종주를 잘할 것이라고 한다. H가 선두에 서서 이끌었지만, 이번만은 내가 앞섰다. 나는 토끼봉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렇게 올랐는데 친구들 모두가 힘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만난 등산객들도 모두가 힘들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화개재까지 많이 내려간 후 다시 올라서는 만큼 힘들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또한, 가파르지 않지만 끊임없이 1km이상을 올라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토기봉을 정상을 바로 앞에 둔 토끼봉 쉼터에서부터 J와 B가 물이 부족하다고 한다. 최소한 물만 먹고 산을 걷고 있는데, 산아래의 폭염이 이곳까지 영향을 끼쳤는지 갈증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렇게 힘들까?, 토끼가 작은 토끼가 아니고 큰 토끼야",

연하천대피소는 아직인데 물이 벌써 부족하다고 한다. 명성봉을 오르고 내려야 하는데, H가 앞서가다 본인도 물이 부족하다고 천천히 걷고 있다. 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휴식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물병의 점점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명성봉을 지척에 두고는 나보고 연하천에 가서 물 좀 채워서 돌아오기를 고대한다. 나 먼저 출발하였지만, 사색의 장소가 된 것이다. 걸으면서 사색에 빠진다.  B와 J는 걸음이 느려진다.

이제 H도 이제는 느려진다. 명성봉을 바로 앞에 두고 전진이 안된다. 나부터 먼저 간다. 연하천 대피소에 가기 전까지 주변의 경치는 들어보지도 않는다 다만, 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빨리 걸을 뿐이다.어떤사람이 지나가기에 뒤에 따라 오는 친구들에게 하얀 거짓말을 부탁한다.

"연하천 대피소가 얼마남지 않았어요. 힘내세요"


명성봉을 정상에 올라서고 3-400m 되는 데크길을 걸어서 내려가면서 아! 이길을 다시 올라와야 한다. 그래도 빈몸으로 올라와야 한다는 것으로 위로를 하고 내려선다.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생수병을 물을 가득 채우고 나도 500ml를 단숨에 들이켜고 배낭을 두고서 돌아섰다. 그리고 명성봉을 데크를 올라섰다. H를 만나 물의 1/4를 주고 다시 걷는다. J와 B가 올라온다. B는 500ml를 단숨에 들이켠다. J도 나머지를 해결한다. 이렇게 고난의 물 부족 현상은 극복이 되었다. 우리가 반야봉을 가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반야봉을 거치면서 물을 소비하여 이렇게 고생을 한 것이다.

B가 말하기를 "물이 부족하여 죽을 것 같았다"그리고 이렇게 탈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혹! 지리산을 여름에 종주한다면 이곳을 지날 때 좀 더 많은 식수를 가지고 떠날 것을 이야기해 본다. 이후부터는 우리는 식수를 충분히 보충을 하고 대피소와 대피소를 지났다.


J와 B는 명선봉을 지나면서 반달곰을 보았다고 한다. 반달곰이 숲 속에 있었고 그것을 담았다고 나에게 자랑을 한다. 그렇게 힘들게 오면서 별것을 다 보았다. 혼자면 반달곰이 공격을 하였을 수도 있었지만 둘이었기에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반달곰에 대한 안내가 지리산 곳곳에 있었다. 국립공원공단은 탐방로에서 벗어날수록 곰과 마주칠 확률이 높으며, 곰과 마주치면 등을 보이거나 소리를 지르지 말고 뒷걸음으로 자리를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였다. 지리산을 무박으로 종주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데 우리는 천천히 걷고 반야봉을 올랐다가 와서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였다. 연하천대피소는 시원한  샘물이 흐르고 있다. 그 샘 옆에 취사장이 있다. 대피소가 있는 국립공원에서는 버너를 사용할 수 있다. 물을 끓이고 그것을 이용하여 라면도 끓이고 뜨거운 물을 이용하여 커피도 한잔한다. 뜨거운 물을 전투식량처럼 나오는 비빔밥을 조리하고 점심을 해결한다. 힘들게 이곳에 도착한 B가 아! 못가겠다. 여기에서 하루를 보내자는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는 백소령대피소에 예약을 하였고 어차피 걸어야 할 거리가 있는 만큼 가기로 하였다. 30분이상의 휴식으로 여유를 찾고 벽소령 대피소로 방향을 잡는다. 그리고 부족하였던 식수도 완전히 보충을 한다. 이제 2시간을 걸으면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한다. 새벽 4시부터 걸었으니 12시간 정도 걸어서 벽소령에 도착할 것이다, 천천히 즐기면서 벽소령에 도착하는 것이다.


삼각봉을 쉽게 통과하고 형제봉을 지난다. 정상부에 2개의 암봉이 솟아 있는 형제봉이다. 형제봉 정상은 여기인데 형제봉 표시는 여기가 아니다. 왜일까 궁금해 하지만 곰탕이다. 앞뒤가 보이지 않는다. 오후에 소나기 예보가 있었고 그것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멀리에서 천둥소리가 들린다. 마음이 급해진다. 곰탕 속에서 바위가 나타났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진으로 담지만  왜 형제봉인지 몰랐는데 찾아보니 이렇다


"지리산 주능산의 형제봉이 있다. 봉우리의 가장 큰 특징은 부자바위인데, 봉우리 정상 양쪽으로 솟아있는 바위가 바로 그것이다. 바위로 인해 봉우리가 꼭 뿔이난 머리처럼 보여 도깨비봉이라 불리기도 한다"(출처:나무위키).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봉우리를 내려가면서 벽소령 대피소에서 바로 보이는 바위가 형제봉의 상징인 것으로 알았다.

형제봉을 내려서는데 주변의 나뭇잎에 갑자기 빗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대피소에서 전화가 온다. 오늘 이곳에 제대로 오고 있는지 확인 전화를 한 것이다. 내 마음이 바빠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곰탕을 지나면서 빗소리를 들으니 우중산행이 싫고, 대피소에 확인전화도 있고 하여 나만 바빠진 것 같다.  사실, 이곳을 몇번이나 경험하였고 그것이 그것이다 생각하니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그냥 걸었다고 할 것이다. 지나가는 비가 나뭇잎에 떨어지지만 30분 정도는 등산객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바쁘게 걸었다.


벽소령에 도착하였다. 이제는 몸을 정리하여야 한다. 대피소에서는 샤워도 할 수 없다. 단지 옷을 갈아입을 뿐이다. 하지만, 문명은 우리들에게 이 부분을 상쇄해 주었다. 요즈음은 물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웻지타월이 있었다. 환경에는 위배되지만 산 위에서 그대로 샤워를 하는 것이 더 환경에 위배될 수 있어 일회용 물티슈를 사용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산위에서 모든 쓰레기는 가지고 내려와야하고 그 무게도 등산객이 감당하여야 한다. 하루종일 흘린 땀을 그대로 받아준 등산복이 내일 배낭에 들어가서 배낭의 무게를 더할 것이다. 무게에 민감해진 하루가 되었고 그것을 내일 감당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한다. 밤에는 그 옷을 그대로 두었다가 아침에 다시 입는다고 하였다. 어차피 땀에 젖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생각해본다. 1박2일의 배낭과 2박 3일의 배낭의 무게는 2-3kg차이가 난다. 옷이 더 들어가고 식량이 더 들어간다. 옷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름에는 옷도 무게가 가벼운데 하루치 옷의 무게도 더 무겁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벽소령 대피소는 최근에 개축하여 좋다. 바닥은 전기를 이용하여 난방이 가능하다. 수용가능 인원 120명이다. 우리와 함께 노고단에서 일출을 본 사람도 보인다. 내일 하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장터목 대피소를 예약하였다고 한다. 대피소에서 5시가 넘자 등산객들이 대피소 앞마당에 버너를 설치하고 라면, 누릉지를 끓이고 삽겹살까지 내어 놓으면서 저녁을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을 한다. 예전에는 쌀을 가지고 가서 밥을 했지만, 이제는 즉석밥을 이용한다. 예전에 우리가 학창 시절 등산을 가면 버너를 이용하여 밥을 지으면 쌀이 설익었는데 그것은 고도가 높아지면 기압이 낮아지게 되고, 기압이 낮아지면 물의 끓는점이 낮아지며, 100도에서 물이 끓어 밥이 충분히 익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낮은 온도에서 조리가 되니 설익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대피소의 전기사정이 좋아져서 전자렌지로 데워주니 금상첨화다.

대피소의 저녁은 짧다. 9시만 되면 소등이다. 그 소등시간에 맞추어 모두들 부지런히 움직인다. 휴대폰을 충전하는 곳에는 많은 휴대폰이 충전되어 있고 저녁을 해결하고 잠자리를 준비하고 잠든다. 별을 보기 위하여 온 우리는 별도 보고 저녁노을도 본다. 아침에 놀을 보고 와서 저녁놀을 보는 호사를 누린 것이다. 내일 장터목의 저녁놀은 더 멋있을 것이다. 초승달이라 그런지 벽소령의 달이 멋있다고 하는데 아직이다. 지리산 10경 중에 벽소 야월(시리도록 푸르른 밤하늘의 허공에 걸린 달)인데 초승달은 그렇지 못하였다.

벽소령에서 바라본 별빛

오늘 지난 온길에 있는 지리산 10경 중에 노고단 운해(해발 1,507m의 노고단 고원 지대 골짜기마다 밀려드는 안개와 구름)는 그대로 보았고 반야봉 낙조( 반야봉에서 바라보는 황금빛 낙조)는 낮시간에 반야봉을 올랐기에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벽소 야월은 달이 차지 않아서 만끽하지 못하였다. 이렇게 2박 3일 일정 중에 하루가 지났다. 하루를 고단하게 걸은 많은 등산객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고 나도 동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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